2022년을 마무리하며#1
'이젠 행복해질 것만 같아, 혼잣말 나지막이 해보네'
'something good'이라는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가사이다.
행복의 상태를 노래하는 것이 아닌, 행복해질 것만 같은 짧은 찰나를 말하는 가삿말.
내게 다가온 것이 행복임을 알지만, 불안을 떨쳐낼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찬가.
분명 밝은 가사와 멜로디이지만, 묘하게 슬픈 느낌이 드는 건 이 때문이며, 내가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행복한 순간에도 온전히 그 행복을 누리지 못한다. 행복하지만, 그 뒤에 찾아올 공허함 때문에 불안했다.
이 행복은 영원하지 못하고, 금방 사라질 걸 아니까 섣불리 행복을 말하고 느끼는 게 쉽지 않다. 여전히
그런 나에게 'Something Good'을 다시 상기시킨 건 11월의 마지막 토요일, 한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22년 머물고 싶은 순간이 있나요?"라는 아주 단순하지만, 파괴적인 질문이 나의 1년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올해는 많은 변화 속에 살았다. 졸업식을 치른 지 얼마 안 되어 취업에 골인했고, 부랴부랴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면서 긍정적인 변화도 있었지만, 경제적인 문제나 주거환경 때문에 원치 않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살아내다 보니, 2023년이 훌쩍 다가온 지금, 나에게 머무르고 싶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대답은 생각보다 빨리 뇌리를 스쳐 지났다.
나에게 '그 순간'은 2022년 7월 2일 자우림의 25주년 콘서트 둘째 날, 그중에서도 'Something Good'을 함께 부르던 시간이었다.
그날을 다시 한번 떠올려본다. 그날의 공연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었는지를.
나에게는 그 공연이 자우림의 25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이자, 내가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우림의 공연을 숱하게 봤지만, 그날만큼 벅차올랐던 적은 없었다.
2022년의 갑작스러운 변화들은 설레면서도 나를 지치고 힘들게 하는 일들의 연속이었나 보다.
그래서 유독 그날의 노래들에, 잠시 외면했던 감정이 다시 떠올랐나 보다.
'Something Good'은 행복해질 것만 같은, 어쩌면 허상일지 모를 순간을 노래한다.
우린 언제나 행복할 수 없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순수하게 행복한 상태를 꿈꾼다.
이 노래의 주인공처럼.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과 안녕하고 싶어 한다. 그날의 나 또한 그랬다.
어둡고 힘든 나의 오늘이지만, 너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만 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온전히 행복해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바람을 담아 노래했다.
관객 모두 같은 곳을 보고, 같은 노래를 같은 마음으로 불렀던 그 순간에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노래하고, 온몸 다해 뛰면서 나지막이 속삭였다.
"이제 정말 행복해질 것만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