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

동사무소도 업무가 끝난 금요일 저녁이다

by 전진식

투명인간

전 진 식



거울 앞에서 화장을 하다가 화들짝 놀란다

그림자가 없다

빗자루를 들고 구석구석을 쓸면서 흔적을 찾는데

잡다하게 쓰레기만 모인다

몹쓸 것이 수북하게 쌓여 저울질을 해도 무게가 없고

심각한 일이다


황당한 고민거리로 현관 문을 열면

도시는 화려했다

건물들은 콘크리트 벽을 잘 포장하고

고급 마감재들로 번질거리는데

네온에 비친 그림자는 본질이 보이지 않는다

사실 나는 오랜 시간을 거울 앞에 서 있었지만

그림자의 존재를 잊고 있었다


​ 중요한 것은

나이가 들어서야 주변이 보인다는 것인데

몸체에서 분리되어

어딘가에 떠돌고 있을 그림자


​ 그림자를 만든다는 것은 실존을 증명해야 하고

동사무소도 업무가 끝이 난 금요일 저녁이다.


​ 시집[돼지가 웃을 때는]68p

작가의 이전글엄마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