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은 오늘도 없는 거야?
따져 묻고 싶은 지구인
딴청을 피우듯 말짱한 청아함으로
불볕더위를 예고하는 하늘
동시간대에 만나는 익숙한 뒷모습들
단정한 뒤태로군
나의 뒷모습도 궁금해
출근룩에 웬 크룩스?
편견이라는 새장은 힘도 세다
각 출구에서 쏟아져 나온 인파는
모두가 삶의 전쟁터에 출전하는 전우
적당히 끼어들고 묵인해 주고 체념하고
기다려가며 행군을 이어가누나
뒤꿈치를 밟지 않으려 이상적인 간격을 유지
밟히는 건 괜찮은데
타인의 뒤꿈치를 밟는 건 죄송해서 싫어
다양한 모양으로 뒤축이 닮은 신발을 끌고
두 줄로 헤쳐 모여 에스컬레이터로
성급한 이들은 어디서건 계속 걷지
대부분 갈 길이 바쁜 전우들
가방이 비뚤어졌소
그 가방 멋지오, 한 번 직접 만들어보고 싶소
옷자락이 말렸소, 신발끈이 풀렸소,
차림새가 멋지오
캐리어 끌고 가는 이, 연차 모아 해외여행 가오?
부러움 작렬하는 시선을 한 몸에
찰랑찰랑 머릿결, 부럽소
난 반고수머리라오
장마철이면 나풀거리다 못해 하늘로 솟구치려 한다오
맞은편에서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 오는 이
길을 터 주며, 뛰지 마오 위험하잖소
뒤를 돌아보네
탔으면 다행
차창에 기대어 졸고 있는 코스모스 닮은 여학생
저리 빛나는 청춘을 나도 지나왔구나
광속으로 다가왔다 달아나는
생각 꼭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