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튜브 중독자입니다

by 나탈리



노트북을 구입하고 나서 갤럭시 탭으로 글을 쓸 때보다 더 게을러졌다. 장비 발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심'이 서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충전을 위한 쉼에 정신을 쏟는 것도 더더욱 아니었으며, 요새 글을 안

쓰냐는 매니저의 말에는 그럴싸한 핑곗거리를 찾아 늘어놓기에 급급했다. 글감이 떠오르질 않는다느니,

생활이 너무 단조롭다느니 하는 궁색한 변명들. 그야말로 핑계였다. 전 국민이 다 본다는 유튜브 공부에

마음을 쏟느라 그런 것을, 뭐 그리, 구구절절!


한국인들의 유튜브 감상 시간은 월평균 1140억 분이라 하는데, 미약하나마(생각해 보니 미약한 것이 아닌 게 확실하지만) 그 평균에 일조를 했다고 감히 고백한다. 그렇다! 어느 틈엔가 나는 유튜브 중독자가 되어버렸다.

순삭이란 단어를 아는가. 순간삭제! 무섭고 잔인한 말이다, 적어도 내게는. 퇴근 후, 가족 식당의 문을 닫고

나면 어김없이 탭을 켜고 유튜브 삼매경에 빠져들곤 한다. 서너 시간이 찰나처럼 흘러간다. 도파밍(Doparming)하느라 날마다 속절없이 버려지는 시간들. 힐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 하에, 뇌는 잠식되어

간다. 금단현상은 힘이 세고 꽤 집요했다. 동영상을 멀리하려 노력해 보아도, 마음 한 귀퉁이 어딘가가

텅 빈 듯, 간절히 도파민을 원하는 몸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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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Gemini 그림


처음에는 짤막한 뉴스나 음악, 마음공부, 북튜버들의 영상을 주로 섭렵했다. 원하는 영상을 선택하여 골라

보는 재미에, 유튜브는 TV보다 한결 매력적이었다. 고음의 앵커가 전해주는 딱딱한 뉴스는, 대체로 사회

저변의 부정적인 소식들만 모아 놓은 스트레스 메이커와 다름없었기에 피하고 싶었다. 피로와 식곤증으로

가물가물해지는 의식을 붙잡고, 꿈나라 사립문을 열고 마중 나온 잠의 여신을 맞이하려면, 예의란 것을

갖춰야 했다.


그러나 알고리즘은, 감미로운 음악이나 옛날이야기나, 유익한 영상만으로 만족하도록 유튜브 입문자를

가만 놔두질 않았다. 친절한 알고리즘께옵서 비슷한 영상들을 연달아 추천하면,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잠깐만, 아주 잠깐만 맛본다는 것이 몇 시간이 무섭게 날아가버리곤 하는 것이다. 문명의 이기를, 시간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하고 마음의 주도권을 빼앗겨버렸다는 죄책감...... 초라하고 비참한 심정으로 잠에

빠져들던 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튿날 눈 뜨자마자 밀려드는 후회! 그것은 밤시간을 유튜브에 헌납한

자가 치러야 할 기회비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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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유튜브는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잡아끌었다. 이런 게 중독이로구나..... 화가 났다.

자유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안 할 자유를 유튜브는 내게서 앗아감과 동시에 멀티 태스킹을 강요해 댔다.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라, 한 가지만 몰두해도 부족하기 마련인 내게 멀티는 무리였다. 배경음악만

잔잔하게 깔아 놓고 하면 되지 않느냐고? 효율적이고 시간도 잘 간다고? 하지만 샛길로 가는 수가 부지기수니 문제, 의지 박약한 마음은 더더욱 문제였다.


아무나 붙잡고 호소해 보았다. 저는 유튜브 중독자랍니다. 어떡해야 이 지독한 중독에서 벗어나 창조의

힘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요? 퀼트를 좋아하긴 하지요. 그러면 또 그것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글쓰기를 건너뛰고 말지요. 하루 이틀 미루다 보면 사막처럼 황폐해지는 마음을 느낀다니까요.

장비 발이란 말도 먹혀들지 않는, 서투른 병아리를 어쩌면 좋지요? 노트북에는 먼지만 쌓여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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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도 유튜브를 사랑하는 모양이다. 지하철 안에서도,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사람들의 눈은 오로지

핸드폰만을 향한다.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강제 시청을 해야 될 판이다. 자극적인 화면을 피해 눈을

감는다. 정보 소비에 열심인 사람들. 남녀노소 대부분이 열렬히 빠져드는 유튜브라 이름하는 신흥 종교!

개중에는 주위까지 다 들리도록 소리를 켜 놓고 유튜브 쇼츠를 시청하는 어르신도 있다.


KakaoTalk_20260402_120045662.png Gemini 그림


유튜브가 무엇이기에, 대체 뭐기에 이리도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가? 동영상을 감상하다 보면 유익한 내용도 많지만, 자극적인 썸 네일과 수준 낮은 콘텐츠로 구독과 좋아요를 구걸하는 영상도 많다. 조회수가 광고와

수입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떠올리면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남의 콘텐츠를 모방하여 대충 버무려서는

자기 것인 양 업로드하는 방식은 좀 아니지 않은가. 또, 편협한 시각으로 입에 거품을 무는 유튜버들, 유튜브 권력자가 되어 생살부를 휘두르는 양태, 불편하고 심각한 뉴스 대신, 듣고 싶고 보고 싶은 것들을 흡수하며, 가짜 뉴스를 퍼 나르며 일희일비하는 사람들, 자판을 눌러대며 여기저기 악플사냥을 다니는 사람들. 거기에 악플 수준이라니!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의 언어들이 넘치고 넘쳐난다. 그런 저급하고 요상한 영상일수록

조회수가 높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일상의 권태를 몰아낼 자극적인 요소를 충족시켜 주는 탓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튜브를 멀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독, 바로 중독 대문이 아니겠는가. 크든 작든 중독은 무서운 것이다. 본분을 잊게 만든다. 간절히 유튜브 디톡스를 원하는 이유도 바로 이로부터 출발한다. 심각하다. 글쓰기에 게으른 자신을 반성하고자 핑계 같지 않은 핑계를 나름 파헤쳐 보았다. 유튜브 디톡스에 힘써, 글쓰기에 대한 애정(열정)과 여백이 있는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까. 2024년 옥스퍼드 사전이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던 ‘뇌 썩음’(brain rot)이란 말처럼,

이대로 뇌가 썩어나가게 방치할 것인가? 절대, 아니 될 말, 조종당하는 자가 아니라 조종하는 자로 당당히

서야 한다.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꼭 초심으로 돌아가고 말 거라고 자라다 만 날개를 퍼덕거려 본다.

새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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