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1. 14년의 끝 그리고 시작

#01.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믿는다.

by De easy
01.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을 믿는다.


그 시간은 내 인생의 한 시대였다.

나는 14년 동안 같은 회사에서 일했다.


처음 입사하던 날,

복도에서 어색한 인사와 두근거림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 걷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사수가 없던 난 모든 것을 스스로 해야 했다.

이미 경력이 어느 정도 있었던 나였지만 결코 쉽진 않았다.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늘 충만했고,

부딪혀 보고 하나씩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들이 나를 채웠다.


그러다 일들의 실타래가 풀리면서

밀려있던 메일들을 처리해 나가는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당연하지 않던 야근도 반복되고,

불평불만을 쏟아낼 겨를 없이 하루를 버텨내는 시절이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땐 그게 됐었지?

왜 그랬을까?

하며 쓴웃음을 짓게 된다.


그럼에도..

그 모든 조각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나는 그 회사에서 어른이 되었고,

그 안에서 무뎌졌고,

때로는 견뎠고,

때로는 웃으며 살아냈다.


그렇게 살아낸 14년의 시간을

한 걸음 뒤로 물리고, 조용히 퇴사를 결심했다.

그 결심은 생각보다 조용했고, 담담했다.

누구에게도 떠난다고 크게 알리지 않았다.


다만 사람들 하나하나에게 작은 인사를 건넸다.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수고했어요."
"잘 지내요."
"우리 또 만나요."


돌아보면 그 ‘작별의 인사’는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마음의 짐을 하나씩 정리하듯,

꽤 오랫동안 ‘안녕’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퇴사한 첫 달, 나는 거창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대신, 함께했던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렸다.


그리고

조용히, 그 시절을 마음속에 다시 한번 꺼내어 안아주었다.


나는 그렇게, 내 인생의 한 챕터를 조용히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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