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책부록- 보고 싶은 친구야.. 넌 잘 지내고 있지?
이글이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고등학교 시절
첫 학기 첫 등굣길,
설렘이 가득했다.
드디어 내가 배정받은 반은 1-3반!
중학교는 초등학교 친구들이 대부분이었고,
고등학교는 낯선 얼굴들 투성이라 두근두근 했다.
자율 배석인 교실,
나는 ‘모범생’이 되고 싶어 두 번째 줄에 털썩 자리를 잡았다.
누가 또 앞자리에 올까?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인형 같은 친구가 걸어왔다.
⊙ 얼굴은 동글동글,
⊙ 눈은 크고 반짝반짝,
⊙ 반달 같은 눈썹,
⊙ 복숭아빛 입술,
⊙ 늘씬한 몸매까지,
교탁 바로 앞자리에 않은 그녀,
우리는 이름이 DH, DO로 같다며 동시에 인사를 건넸다.
⊙ '안녕? 나 DH야'
⊙ '안녕? 난 DO야'
⊙ 동시에 앞으로 잘 지내보자!!
그렇게 첫날 뻔한 인사지만
편한 인사를 할 수 있는 베프가 되었다.
그녀는 나의 워너비였다.
부족한 나의 감각과 학업 실력을 고루 갖춘 친구,
우리는 어떤 주제든 자유롭게 이야기했고,
사춘기의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감성이 충만했던 사춘기를
함께 한 그녀가 요즘들어 무척 그립다....
졸업 후 각기 다른 대학으로 흩어지며
바빠진 일상 속에서 연락은 뜸 해졌다.
그러다 1년 만에,
그녀에게 뜻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백혈병 진단. 입원 치료 중.’
충격에 말을 잃었지만,
나는 헌혈증서를 준비해 그녀를 찾았다.
다행히 치료가 잘 진행되어
그녀는 일상을 되찾았고,
우리는 생애 처음 함께 자취를 시작했다.
그 짧은 동거 기간 동안,
의견 충돌도 있었지만 서로를 배려하며 잘 지냈다.
⊙논현역 앞 골목 떡볶이가 특히 그리운 시간이었다.
그러다 6개월이 채 안 돼서
그녀의 병이 재발했다.
2002년 월드컵 열기가 한창이던 여름,
나는 주말마다
여의도 성모병원을 찾아 그녀를 면회했다.
병실에 환자복의 차림이라니..
창백해진 얼굴,
생기 잃은 눈동자,
보랏빛 입술…
꾸미기를 좋아하던 그녀에게서
‘아름다움’이 스러져가는 모습이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다음 주에도 올게.’
짧은 담소와 간식을 전하며 우리는 또 만나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결국,
합병증인 뇌수막염이 왔고, 그녀는 의식을 잃었다.
중환자실 그녀에게 손을 뻗어 맞잡은 손으로 속삭였다.
⊙“이겨내 보렴. 기다릴게.”
그 순간이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다.
그녀는 22살,
눈부시게 찬란했던 삶의 한가운데서
우리 곁을 떠났다.
지금도 7월 말이 되면..
고향 가는 길에, 여의도·논현을 지날 때면..
그녀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언젠가 그녀의 무덤가에
꽃을 놓으러 가리라 여러 번 다짐했지만,
부모님께 상처가 되진 않을까
두려워 그 용기를 내지 못했다.
이제는
그저 핑계 같아 미안할 뿐이다.
⊙ 'DH'야, 보고 싶다. 그곳에서도 잘 지내고 있지?
⊙ 또 만나게 될 날엔 활짝 웃는 얼굴로
⊙ 꼭 안아 주고 싶어.
⊙ 나의 가장 순수했고, 가장 예뻤던 그 시절의 우리
⊙ 나는 잊지 않고 살고 있어.
⊙ 함께한 모든 순간, 고마웠어.
⊙ 꼭 다시 만나자, 사랑하는 친구야.
- 이글이 너에게 닿기를 바라며..
나의 보고 싶은 친구야.. 넌 잘 지내고 있지?
나의 보고 싶은 'DH' 그녀를 기리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