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6. 난 바닐라라테, 넌 아메리카노

#06. 'CL'과 함께였기에 괜찮았던 하루들

by De easy
CL과 함께였기에 괜찮았던 하루들


'CL'과의 모닝커피


회사동료들과 모닝커피는

오늘 하루도 잘 지내보자! 잘 버텨보자!


서로의 "아브라카다브라(Abracadabra)"였다.


나의 모닝커피 짝꿍으로

CL이 함께했다.


여느 때처럼 톡이 온다.

|나는 역사 앞이야~

|저는 2호선이 연착돼서 조금 늦습니다.

| 천천히 와~

어떤 날은

| 저는 역사 도착했습니다.

| 나는 아이코 좀 늦어~ 기다려봐~

| 뛰어가볼게

| 다치십니다. 조심히 오십시오!


카톡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따뜻한 아침..





혹자는 모닝커피를..

후배님이 싫다고 표현 못하신 거 아닐까요?!

생각하실 수 있지만 그런 것이었다면...

우리는 3~4년 가까이

모닝커피를 함께 하지 못했을 것이다.


늘 가던 커피집이 있었지만

가끔 즉흥적으로 다른 곳을 기웃거리도 했다.

우리의 아지트는 회사를 목전에 둔 아늑한 커피집이었다.


나의 월급 플렉스 중에 CL과 함께 커피타임은

일상처럼 녹아있었고, 함께 하는 것이 익숙해있었다.

CL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았다.


CL은 요즘 친구 같지 않았던 구석이 꽤 많았다.

후배면 의례 고맙습니다. 하고 입싹 닦기 마련인데.

그걸 나쁘다 생각하지 않는 나였지만~


내가 사면

다음을 본인이 사려고 노력했고 그래왔다.

그럼 내가 생색내기 어려운데 ^^

이런 사소함까지도 배려가 묻어났기에

CL이 맘에 들었던 건가?



늘 앉던 자리에

나는 바닐라라테, 저는 아메리카노를 루틴처럼 주문한다.

| 차장님은 Ice, 연하게 드시죠?

| 너는 Hot, 오늘은 바닐라라테 안 마셔?


예민할 수 있는 아침 이른 시간을 함께하며

가벼운 농담 속에서

회사 얘기, 부모님 건강얘기

그리고 미래에 대한 계획도 공유해 보고 서로 배울 점을 찾아가고 있었다.

참 이상적인 시간들이었다.

그런 아침이 내겐 하루의 부드러운 발걸음이 되었다.


| 커피를 사실 잘 마시지 못했다.

| 아직도 가끔 커피가 너무 쓰다. 향은 좋아한다.

| 그땐 위통을 이겨가면서도 끊을 수 없던 커피였고,

| 그 시절 하루를 보내기 위한 치료약이었다.


긍정의 에너지를 가득 채우는 동안

8:55분 알람이 울린다.

신호등을 건널 시간이 필요했기에 주섬 주섬 일어난다.

사무실에 동료들이 하나둘 모인다.

하루가 시작되었다.


늘 사건의 시작은

언제나처럼 그분으로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움직인다.

그가 도착 전과 후의 사무실 온도 차이란..


부서장은 고지식하고,

말끝마다 사람을 조이듯 지적하는 스타일이었다.

|퇴사했지만 Fact 기반입니다.

본인의 질문은 날카로운 창과 같았고, 팀원 하나하나를 붙잡고 압박했다.


그날도 예외는 없었다.

오늘은 내가 타겟팅되었다. 사실 나는 많이 불려 간다.

이어 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이어졌고,

사무실 공기마저 무겁게 가라앉았다.


CL과 나는 사선으로 마주 보는 자리..

말은 못 해도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피식 웃음이 번졌다.

| "괜찮아요?"

| "응, 괜찮아."

눈빛 하나로 오가는 무언의 위로,


지적이 끝나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었다.


그때, CL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 "팀즈 깜박깜박......"

| "차장님, 바람 쐬러 편의점 가실까요?"


그 순간 나는 웃었다.

정신줄까지 챙겨주는 이 센스.


주변 사람들은 익숙한 듯 고개를 숙이고

'또 저러네' 하는 분위기였지만,


CL은 내 감정을 보고 있었다.


우리는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에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 "진짜 왜 저러시는 걸까요?"

| "죄 없는 차장님한테만 저러실까요?"

나의 마음을 알아봐 주고 감싸주려는 말을 건네었을 때 이미 스트레스는 사라졌다.


우리는 저런 행동과 말을 쓰지 말자며

부서장을 그렇게 한방 먹였다.


그렇게 CL과 함께한 하루는

아침 커피처럼 달콤했고,

오후처럼 씁쓸했지만,


결국엔 서로를 다독이며

잘 버틴 하루였다.

그날의 아침공기, 커피 향, 그리고 CL의 말 한마디...


나는 지금도 가끔 떠올린다.

그 하루가 괜찮았던 건,

누군가가 나를 눈치채준 덕분이었다.

CL 고마웠어. 다시 생각해도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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