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서야 보게 된 그림책들
어릴 적부터
다시 말하면 내가 아이와 함께 책 읽기를 매우 좋아하는 편이다.
난 책을 많이 읽었다고 자부하며 자라왔는데,
아쉽게도 나의 성장환경에는 도서관이 부재했다.
초등학교 때는 교실수도 모자라서 저학년 때 오전반, 오후반을 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그렇다. 나는 이런 저출산 시대는 예상하지 못했던 옛날 사람이다.)
겨우, 학급 수는 확보했지만 도서관까진 만들 공간이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공교롭게도 신설된 학교의 1기 입학생이자 졸업생이어서,
학교에 들어간 이후에 새롭게 단장되는 곳들이 많아 내가 졸업할 때까지 도서관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고등학교의 경험은 없고,
내가 도서관을 처음 마주한 건 대학교에 입학해서였다.
학교에 소속되었단 이유만으로, 수많은 책을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은 내게 신세계 같은 곳이었고
난 갑갑한 느낌의 도서관에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지만
내가 읽고 싶었던 여러 종류의 책들을 제한 없이 대출하여 읽었다.
그게 내가 아이를 키우게 되며 다시 공공도서관을 마주하기 전까지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서관이었다.
내가 도서관 이야기를 먼저 꺼낸 것은, 아이의 그림책을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보기 때문이다.
아이가 어릴 적에 반복하고 또 반복해서 보던 단순한 그림책,
혹은 화려한 사운드책들은 당연히 오래 볼 걸 알고 있어서 구매하여 읽었다.
나는 세트는 좋아하지 않기에 단권, 혹은 아이가 꽂힌 캐릭터의 시리즈 위주로 구매하여 읽었고
아이가 세, 네 살 무렵까지는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아이가 자라나서 같은 책은 한두 번 정도만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원하게 되었을 때
모든 책을 구매하기엔 돈도 많이 들고 구매한 모든 책이 아이의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어서
적극적으로 도서관 책에서 책을 알아보게 되었다.
어릴 적 나는 책을 좋아했음에도 많은 책을 빌려볼 수는 없던 환경이었기에,
매월 가던 동네 서점에서 신중하게 읽을 책을 골라서 구매했었다.
하지만 아쉬웠던 건, 구매해서 읽어야 했기에 주로 긴 줄글책 위주로 샀었고
그림책을 봤던 기억은 유명한 전래동화밖엔 없다.
내 어린 시절엔 그림책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게 아쉬웠던 탓인지, 나는 매월 10권 정도는 아이의 그림책 구매에 투자하며
도서관도 꾸준히 가서 갈 때마다 어깨가 무거워 질정도로 아이 책을 빌려온다.
열심히 사서 모으고 또 빌려서 보는 그림책은 아이에게만 휙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항상 나도 같이 읽고 있다.
예전엔 내가 먼저 읽어보고 아이에게 대략적인 캐릭터 설명을 하며 꼬시느라 먼저 읽었는데
요즘엔 아이도 읽는 속도가 빨라져서 저녁에 잠들기 전, 책 읽기 시간에 같이 읽고 있다.
학교에 들어가면 책 읽어줄 일이 없을 것 같았는데,
요즘 교육 강연을 보면 책 읽기에서 눈으로 읽고 이해하는 것도 좋지만,
귀로 듣고 그림을 보며 이해하는 것이 뇌발달이며 교육적인 면에서 더 효과적이라길래
아직도 힘이 닿는 한 열심히 같이 읽고, 읽어주려고 한다.
그러면서 어릴 적 부재했던 나의 그림책에 대한 경험을 성인이 되어 이제야 차곡차곡 채우는 중인데,
정말 멋진 그림책을 만날 때마다 그림책에 대해 갖고 있던 짧은 편견을 씻고 있으며
웬만한 멋진 시와 소설보다 더 좋다고 감탄하며 읽을 때도 많다.
짧은 글과 멋진 그림들로 채워진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는 물론
감정이 메마르고, 도파민에 중독된 어른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나는 기본적으로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책을 좋아해서,
안녕 달 작가님의 그림과 같은 둥글고 귀여운 그림이 가득한 그림책들에 우선적으로 눈길이 간다.
그 밖에도 일본 작가들의 그림책도 아기자기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이 많아 좋아하는 편이고,
또 꾸준히 유명한 베스트셀러와 화제의 신작 같은 것도 열심히 찾아서 보고 있다.
그림책은 어느 하나 취향을 고를 수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 모두 매력 있어서
마치 보물 찾기처럼 다양한 책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을 딱 찾았을 때 더욱 행복해진다.
그림책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습격당한 것처럼 감정이 몰아칠 때가 있다.
몇몇 그림책은 귀여운 시작에 마음 놓고 읽었다가 눈물이 펑펑 흘러 더 이상 읽지 못하게 된 책도 있었다.
여기서 확연히 차이가 있는 게, 눈으로 보고 주욱 읽어 내려갈 때는 그냥 '슬프다'하는 정도이지만
아이에게 소리 내어 읽어줄 땐 내가 읽는 한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가 좀 더 깊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내 기억에 아이에게 읽어주다가 처음 목이 메어 끝까지 읽어주지 못했던 책은,
엄마들에겐 너무나도 유명한 그림책,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이다.
이 책 역시 내가 좋아하는 안녕 달 작가님의 그림으로 보게 되었는데 귀여운 첫 느낌과는 다르게
중간부터 먹먹해져서 처음엔 남편에게 대신 읽어달라고 부탁했고,
그다음 시도에도 눈물이 나서 읽기를 미루다 세, 네 번의 시도 끝에 울지 않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언젠가 떠나보내줘야 하지만 그게 참 어려운,
아직은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책이다.
그다음으로 눈물이 흘렀는지 잘 기억은 안 났지만,
마음이 먹먹했던 책으로 "파랑 오리"도 있다.
어느 매체에서 추천을 듣고 좋아 보여서 빌려 읽었는데,
이 책으로 짧은 그림책으로도 정말 큰 여운을 남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책을 덮은 후에도 한동안 뭐랄까, 알 수 없는 먹먹함이 남았던 책이었다.
또 우리 집에는 지인에게서 한 박스 물려받은 책이 있는데,
그 책에서 한동안 손이 가지 않아 묵혀두었다가 읽은 책인데 그냥 한 구절이 정말 슬펐다.
제목은 "하마 할아버지를 위하여"로 이야기는 꽤 단순한 편인데
대사 한 구절에서 갑자기 눈물이 흘렀다.
나이 많은 하마 할아버지와 어린 원숭이의 우정으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는
할아버지가 이제 죽음을 앞두고 떠나는 곳으로 가려하는데
원숭이가 토라지자 할아버지가 마지막 말을 건네고 떠난다.
"원숭이야, 날 잊을 거니?"
이 대사는 오래오래 내 머릿속에 남는 슬픈 이별의 대사였다.
그리고 최근에 안녕 달의 신작 "별에게"도 정말 귀엽다 생각하며 읽다가,
별이 떠나게 되는데 큰 여백과 짧은 문장이 나를 슬프게 했다.
"네가 있어 집이 참 환해졌지, 와줘서 고마워."
이 문장이 슬펐던 건 단순히 별이 떠나는 장면이라서만 아니라,
신비하고 궁금증을 자아내던 '별'의 존재가 이 문장으로 우리 집 사랑하는 반려동물과 겹쳐졌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눈물을 또 줄줄 흘리며 봤던 책으로는 "메피스토"가 있다.
"메피스토"는 위의 다른 책과는 달리 조금은 만화책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는데,
이는 안녕 달 작가의 "안녕"이라는 책의 구성과 유사했다.
그런데, 각각 여러 시점과 시제가 등장하고 그 안에 또 숨은 이야기들이 먹먹했던 책으로
최근 다시 보면서 새삼 좋다고 생각했던 드라마 "도깨비"가 생각나기도 했다.
물론 그림책이 모두 다 슬프고 눈물 나고 그런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배울만한 교훈도 있고,
공감되는 일상의 이야기도 있고,
친구 이야기, 이웃 이야기, 아니면 상상 속의 웃기는 이야기,
정말 수많은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아이와 나는 같은 책을 읽으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기도 하고,
또 같이 공감하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하기도 한다.
아이와 공감하기에 정말 좋은 수단이자
어른인 나도 위로해 주는 멋진 그림책.
사실 어른들을 위한 책도 정말 좋고 많이 있지만,
긴 글만 봐도 피곤하고,
좋은 내 용인건 알겠는데 다 읽을 시간도 없는 바쁜 오늘날의 어른들에게
나는 꼭 그림책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토닥토닥,
따듯한 그림과 멋진 글들이
당신을 포근하게 위로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