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 그리고 독서의 계절이 왔다!

가을을 맞이하여 쏟아내는 독서의 즐거움

by 황하루



책 읽기 좋은 계절이다. 가을은,


가을은 옛날부터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어릴 때 수시로 책을 들고 살던 나는 책 읽는데 계절이 따로 어디 있나, 생각했고

성인이 되어 한창 바쁘게 살던 때는 날이 선선해져 나들이 다니기 좋은 계절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올해 지독하던 무더위가 꺾이고 이제 정말 가을이 왔다 싶은 날씨가 되자

이제야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여름은 대부분의 이들에게 물놀이, 푸른 나무들,

그리고 더워서 달고 시원한 것을 찾게 되는 계절로 기억된다.

이 틈에 책이 비집고 들어오기란 힘들다.

더워서 헥헥 대다가 차가운 에어컨 바람을 찾아 그냥 쉬고 놀고 늘어져 있고 싶은 계절이다.

봄은 왜 건너뛰냐면, 한 해를 시작하며 모두 저마다의 새로운 계획으로

어쩐지 책을 읽기엔 마음이 바쁜 계절이다.


그런데 가을은 이제 바쁘던 여름이 지나간 자리에 빈 틈이 남아있어

그 자리를 독서로 메꿀 수 있게 되는 계절이다.

날도 선선하고, 어쩐지 한 해의 반이 훌쩍 지나가서 마음이 헛헛할 때

독서를 하면 제격인 그런 계절인 것이다.


난 아이를 키우면서는 그림책이 이렇게 좋은 책이 많았나 하며

아이를 위한 그림책은 물론 어른이 봐도 정말 훌륭한 책들을 읽으며 독서를 했다.

그래도 한편으로는 나만을 위한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여유가 없다는 것을 핑계 삼아 여가시간엔 취미활동이나 그저 충분히 쉬는 것으로 대신할 뿐

언젠가 시간이 나면... 이라며 미뤄왔다.

그러다 올해 우연히 엄마들의 독서모임에 들어갔는데,

강제로 매 달 정해진 책 읽기를 시작으로 읽다 보니 또 내 책을 읽을 짬정도는

내가 마음만 먹으면 낼 수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열심히 이 책 저 책 보고 있다.


매주 한두 번씩 가는 도서관에선 대출할 수 있는 권수 가득 아이의 그림책은 물론

내가 볼 수 있는 책들도 3-4권씩 대출하여 부지런히 보고 있다.

그러다 도서관에서 인기가 너무 많아 대출하기 어렵거나 보고 싶은 신간이 생기면

또 구매해서 보고, 이렇게 올해만 읽은 책이 30여 권이 넘었다.

성인이 되면 아이를 다 키운 할머니가 되어서야 실컷 책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냥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었다는 걸 다시금 깨달으며

책을 읽는 요즘의 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행복하다.



최애 작품들은 스릴러,


독서의 계절이라 한껏 칭찬한 만큼 내가 읽어보고 좋았던,

혹은 그저 그랬던 여러 책의 이야기도 곁들이려 한다.


난 신간 책들도 정말 좋아해서

한 달에 한 번은 온라인 서점으로 장바구니 가득 책을 담아 고르고 골라 주문하는데,

(물론 도서관에 있다면 먼저 도서관을 살펴보지만, 인기 있는 책들은 정말 경쟁이 치열하다..)

신간 중에서도 검색어 상위권이나 베스트셀러에 내내 있는 책들은 호기심에 안 볼 수가 없었다.


그중 최근 계속 내 눈에 띄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기도 한 히가시노 게이고"가공범"도 읽어보았다.

간결한 스릴러에서 일본작가들은 속도감 있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로,

그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몇몇 유명한 추리소설은 짬짬이 읽을 때마다 흥미로워서

이 가공범도 벼르고 벼르다 결국 우연히 들어간 서점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다.

나의 한줄평은 "와, 진짜 글 흥미롭게 잘 쓴다."이다.

너무 싱거운 평인가. 하지만 추리소설에 이보다 더 큰 찬사가 있나 싶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내가 이름을 기억해 둔 몇 안 되는 일본 작가의 한 명으로

틈틈이 도서관에서 이 작가의 책을 찾아보는데 가공범을 보고 여운이 남아

작가의 초기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최근의 작품이 더 다듬어지고 정교해지고 몰입력이 있다.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중 좋아하는 "백야행""용의자 X의 헌신"

영화로 먼저 접했는데, 영화가 좋아서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읽어본 책도 정말 좋았다.

책을 읽으며 영화 속에선 생략되는 인물들의 세세한 속사정까지 알게 되니,

그 짜임새가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하고 또 다른 생각을 만들기도 하며

이때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매력에 빠진 것이다.


가공범의 작가의 말에서 이야기에서 나오는 형사의 캐릭터를 설정할 때,

추리력과 직관력이 뛰어난 그런 지적인 사람이 아닌

본인의 일에 열심히여서 파고들고 끈기가 있는 그런 보통의 인물에 의해

풀어나가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는 말을 다시 곱씹으며 책을 돌아보면

정말 성실한 형사의 입장에서 서술된 잘못 끼워진 단추의 시작을 찾는 이야기로

추리물을 좋아하는 이들에겐 한번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언제나 나의 가장 좋아하는 스릴러라고 할 수 있는 "향수"

나는 한국의 보통 세자로 표현되는 이름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지만,

"향수"의 책을 처음 보고 너무 좋아서 그 긴 주인공 이름,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는

책을 읽고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잊지 않을 정도로 정말 푹 빠져버렸던 책이다.

난 결말을 알고 나면 되돌아가 처음으로 읽어도 내용이 싱거워지는 느낌에,

책을 두 번 세 번, 잘 보지 못한다.

그런데 향수는 단편소설이 아님에도 3-4번 읽을 정도로 잊을만하면 생각나는 그런 책이다.

나에게 향수의 주인공 그루누이는 냄새계에서 전인류를 뛰어넘는 그런 초능력자이다.

책의 서문에서 말하듯, 그의 초능력 분야가 냄새라는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그런 분야이기에

그는 뛰어나다 알려진 사람이 되지 못했지만 내겐 그런 다른 사람이 전혀 알아챌 수 없는 분야의

초능력자가 벌이는 기이한 삶의 행태를 보는 것과 작가가 '냄새'라는 분야를 글로

너무나도 생생하게 표현하여 마치 책을 읽고 있으면 내가 온갖 냄새를 맡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그런 기분도 정말 묘하게 좋다.

올해였나, 넷플릭스에 내가 예전 좋아하던 "몬스터"라는 옛날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게 되어 정주행 했는데

몬스터에서 나오는 요한은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찾으면서도

그를 아는 모든 존재를 없앰으로써 아무도 자신을 알 수 없게 만드는 그런,

우리 같은 일반인들의 눈엔 정말 몬스터, 괴물 같은 존재이다.

이 만화를 보면서 또 향수의 그루누이가 연관되어 생각났다.

그 역시 고의는 아니지만 그를 태어나게 한 어머니부터, 그를 알게 된 사람들 모두 이상한 사고에 의해

사라지게 되면서 그를 아는 이가 없이 살다 마지막엔 한 줌 바람으로 사라져 버리며 끝이 난다.

겨울이 오면 또 보고 싶어질 향수, 스릴러를 좋아하는 이들에겐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또 최근, "양들의 침묵" 책을 다시 읽어보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연기 때문에도 영화 "양들의 침묵"을 정말 좋아한다.

이후 한니발 시리즈는 모두 찾아서 두 번씩은 볼 정도로

안토니 홉킨스의 '한니발' 연기를 볼 때마다 감탄하고 있다.

(한니발 라이징은 다른 이유로, 젊은 시절의 한니발 역의 배우가 너무 잘생겨서 감탄했다..)

그래서 양들의 침묵이 원작 책이 있다는 말에 처음 도서관에서 빌려보았을 때는,

영화 속 내용이 그럭저럭 잘 담겨있는 책이네, 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역시 가공범의 여운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되었는데,

이렇게 치밀하게 잘 쓰인 소설이었나? 하고 깜짝 놀랐다.

같은 책을 읽은 내 머릿속이 어떻게 바뀐 건지는 모르겠지만,

사이코패스의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한니발 박사라는 생생한 캐릭터는 물론,

해당 이야기의 살인마로 나오는 이의 행동 패턴,

그리고 이걸 해결하기 위한 스탈링과 FBI..

모든 전개가 하나하나 조각난 유리조각이 맞춰져 완전체의 하나가 된 모습처럼

입이 떡 벌어지는 설정과 전개였다.

왜 진작 알아보지 못했는지가 의문일 뿐이다.



이야기가 길어졌지만 더 읽어보시길 바라며,


책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다 보니 또 밑도 끝도 없이 흥이 나서 줄줄이 글이 길어져 버렸다.

그 외에도 올해 읽으며 읽기를 잘했다, 싶은 책들을 소개하고 싶다.


"혼모노"

책을 안다, 싶은 이들이면 올해 이 책 이름을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난 처음에 무언가 상징적인 묘사인가, 책 제목이 알 수 없는 단어라 궁금했는데

책의 내용에 나오지만 일본어였다. 혼모노.

그리고 하나의 장편 소설이 아닌 성해나 작가의 단편 모음집으로,

하나의 이야기는 단시간에 빠져들어 읽기 좋다.

개개의 이야기가 정말 개성 있고 읽는 내내 박정민 배우의 추천사처럼 정말 넷플릭스보다 재미있었다.

내가 그중 생각을 곱씹으며 읽게 되었던 편은,

"구의 집"과 "잉태기"였다.

개인적으로 내게 한국 작가들을 정서적으로 따듯하고 아름다운 글을 쓰나,

그게 내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다소 따분하거나 불필요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

외국 작가들의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다.

성해나 작가가 젊은 작가여서 그런가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한국 작가'의 틀을 완전히 깨버린 몰입력 있는 스토리와 담백한 문체로

나는 이 작가의 다른 작품들이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예전 소설인데 제목이 최근 내 눈에 자꾸 띄어 읽게 된 "모순"

어디서 나와서 이 옛날 책이 요즘 이렇게 핫해졌는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은 내 선택은 옳았다.

무엇에 대한 모순일까, 무슨 모순을 말하고 싶은 걸까,

하는 호기심으로 열어본 책의 내용은 내겐 한마디로

젊은 여자 안진진의 인생의 길 찾는 이야기, 였다.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인지, 옛날 기준 결혼적령기의 안진진이

남자 둘을 놓고 방황하는 이야기이나 어떻게 보아도 좋은 인물은 아닌 것 같은,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생각이나 뭔가 철없는 아가씨의 이야기 같다.

하지만 그 모자람과 방황 속에서 안진진은 한 걸음 나가는데,

그 성장이 결말과 이어져 마지막에 책을 덮을 땐 이렇게 생각했다.

"안진진, 좀 컸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주인공의 시선으로 서술해서인지

가볍고 적당하게 다룰 수 있는 양귀자 작가님에게도 호기심이 생겨,

또 다른 작품도 읽어볼 예정이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책을 좋아하는 내가, 책을 읽기 좋아하는 계절까지 맞이하여

끊임없고 소설책을 읽고 시간 가는 줄 모르느라 요즘엔 또 글을 써 내려갈 짬이 없다.

인생은 유한하고 특히 내게 주어진 시간은 한정적이라 난 매일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오늘은 큰 마음먹고 글을 써야지, 하는 각오로 시간 내어 이렇게 쏟아내니

또 하나 했다고 스스로 뿌듯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읽는 주된 장르는 소설이지만, 소설을 읽다 딴생각에 빠지면 자기 계발서나

각종 궁금증을 해소할 책들을 찾아 또 유랑하기도 한다.


지난주엔 도서관에서 신착이라고 꽂혀있는 넬레 노이하우스의 "몬스터"를 보았는데

내용은 참 좋으나 전개가 다소 지루하고 내가 독일책은 좀 낯선지

2권을 읽으면서도 인물들의 이름이 영 뇌리에 박히지 않았다.

그러다 엉뚱하게도 내 눈에 들어온 건 책 앞부분에 적힌 문구였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들은 싸우면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심연을 너무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심연도 당신을 들여다본다. - 니체"

전반적인 몬스터의 스토리가 이 문구 그 자체였던 것 같다.

그러다 니체에 대한 호기심이 들어 책을 찾다, 니체에 관한 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현명했던 이라 이름 들어 본 "이어령"작가에 대한 책을 찾게 되었다.

(알 수 없는 나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 찾았을 뿐이다..)


그래서 어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읽게 되었다.

와...

와......!

이 분은 내가 뭐라 감히 표현할 수 없는 그런 현인이자 천재는 맞는 것 같다.

내가 이 분을 책으로 접한 게 처음이라 이 책 하나 읽고 다 알겠다, 하는 건 아니지만

뭔가 세상 돌아가는 진리를 깨달은 이 그 자체의 모습이다.

책 속에서 나오는 심도 깊은 대화와 그걸 또 가볍게 풀이해 주는 모습 하나하나가 감탄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책으로라도 이런 분을 접할 수 있게 된 게 정말 영광이었다.

아쉽게도 나의 부족한 지식으로 이 책 한 권에 나오는 그 모든 표현들을 척척 이해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알게 된 지식을 또 확장시켜나가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난 성인이 되고 어느 정도의 벌이를 한 후로는,

학창 시절 더 하고 싶었지만 못 한 공부에 대한 미련이 좀 남아있었는데

이렇게 책을 읽고 아직도 내가 모르는 것이 많다는 깨달음과 함께

배워나갈 사실이 많다는 즐거움으로 책을 읽어나가고 있다.


이번 책에선 또 어떤 내용을 내가 배워볼 수 있을까.

이 책으로 내가 또 얼마나 즐거워질까.

이런저런 책 읽을 상상으로도 즐거워지는 계절, 가을에

모두 책 한 권은 읽어보는 것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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