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금세 자란다
(작품으로 발행한 줄 알았던 글이 일반 글로 분류되어 있어
동일한 글을 다시 작품의 분류로 발행합니다.
다음 업로드 시에는 재차 확인 작업 진행하겠습니다-)
아이는 내 품에서 잘 자라주었다.
돌이 되기 전까진 표정이 얼마 없었는데
자라면서 그리고 활동반경이 넓어지면서 표정이 늘어나고 자주 웃기 시작했다.
내 하루는 아이를 얼마나 즐겁게 했는지, 아이가 얼마나 잘 먹어주었는지에 달려있었다.
다행히 내게는 남은 육아휴직급여라는 수입이 있었고,
그 수입이 있는 동안은 걱정 없이 아이랑 지낼 시간을 벌었다.
신생아였던 아이를 돌보는 시간은,
아이가 작고 귀엽긴 한데 건강에는 취약한 시기라
거의 집에서만 아이를 돌보느라 지루하기는 했다.
아이의 밥과, 배변처리, 잠을 재우는 것 외에는 집안일을 하고
아이에게 필요한 물건을 사는 쇼핑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런데 다시 아이를 돌보게 된 11개월 무렵의 아이는
근처 공원에 나가 밖에서 걸음마를 연습할 수도 있었고,
듣기만 했던 문화센터에도 등록해서 집에서 하기 어려운 이런저런 체험도 할 수 있었다.
나는 집에서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날이 아주 궂은날만 제외하고는
하루 두 번씩은 밖으로 나갔다.
우리의 작은 집 근처는 인프라가 매우 잘 발달된 곳으로
걸어서 마트, 공원등은 물론이고 지하철을 타고 근거리로 이동할 수도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내게는 유모차도 계단이 있는 곳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기엔 너무 귀찮은 도구여서
아기띠에 아이를 덜렁 매고, 어디든 걸어 다녔다.
아이를 데리고 어디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것은 좀 부담스러워서
가끔 카페에 가고 싶을 땐 유모차를 끌고 나와서 같이 가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유모차에서 얌전히 있는 아이는 아니어서,
잠깐의 카페 분위기를 즐기다 곧 챙겨간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나왔다.
당시 인터넷에서 그런 말들이 많았다.
'할 일 없는 엄마들이 유모차에 애들 데리고 나와 오전 내내 카페 같은 데서 놀다 들어간다'
'편한 전업주부들..'
그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나오는 엄마들은 살려고 나오는 거였다.
집에서 말도 안 통하는 아이와 하루 종일 있으면 답답하고 울적해지니까,
볕이나 쐬고 어떻게든 컨디션을 끌어올려 아이와 버티려는 발버둥이다.
다만, 여럿이 나와 유모차에 울며 버둥대는 아이는 본체만체하고
자기들끼리 하하 호호 떠드는 엄마들은 좀 아닌 것 같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순간만은 즐거울 수 있지만 말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나는 결혼 전에 키우던 개와 산책하는 시간이 정말 즐거웠다.
그 귀여운 아이와 매일 나가도 질려하지 않는 산책길을 함께 걷는 것은,
답답하고 울적한 내 시간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다.
다만, 강아지와 활동할 수 있는 범위는 한정되어 있어서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이 맘 때의 아이와 집을 나서던 나는 활동 범위가 한정되지 않은 강아지와 산책하는 느낌과 같아
즐거움은 배가 되었고, 같이 마트와 빵집 등도 같이 들릴 수 있어서 좋았다.
아이는 돌이 지나도 체구가 작았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흐른 터라 다소 흐릿하지만 돌이 지나도 체중이 7kg 정도였다.
몸무게가 두 자릿수가 될 때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걷는 것도 빠르지 않았다.
보통 돌즈음에 걷는다고들 생각하는데
빠른 아이는 10개월 무렵에 잘 걷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1년이 되어도 무언가 잡고 발을 디딜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가 육아를 하며 처음 초조했던 순간인 것 같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은
초보 부모에게는 꽤나 어려운 것이라 나는 기준표를 세웠다.
그때 내가 참고했던 것은 "김수연의 아기 발달 백과"라는 책이었다.
나처럼 불안이 있는 부모가 정보마저 없다면 그야말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다.
아이의 발달과 행동 하나하나가 아주 앞서나가지 않는 이상 모든 것에 의심을 품게 되니 말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기준 삼았는데 또렷한 기준이 하나 생기면 불안이 덜어진다.
책에서 제시하는 마지노선의 시기까지 정상 발달행동을 보이기만 한다면,
걱정을 한시름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걸음을 포함하고 각종 아이의 행동이 몇 개월 무렵까지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그리고 한 행동을 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어떤 신호가 있다면 괜찮은지,
또 어떤 점에 따라 유의해야 하는지 꽤 자세히 나와있어서 나에겐 큰 도움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우리 아이는 첫걸음을 14개월쯤 뗐다.
나는 아이가 걷는 것, 말하는 것 모두 시기를 정확하게 기억해 줄 생각이었는데
아이가 무언가 새로운 행동을 한다는 시점이 사실 또렷하지 않더라.
걷기는 어느 날은 손 놓고 두 발 서 있을 수 있었고,
다음날은 다시 설 수 없고, 어떤 날은 한 발짝 떼다가 어느 순간 보니 걷고 있었다.
후에 말하는 것 역시 언젠가 옹알이가 엄마, 아바(아빠), 무(물), 우(우유) 정도는 할 수 있었는데
그것만으로 말을 한다고 하기는 애매했고, 차츰 단어가 조금씩 늘고 할 줄 아는 단어수가 늘다 보니 어느 순간 말을 한다-싶은 시기가 와서 그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려웠다.
아이는 그냥 둬도 자라고,
자극을 주면 아마도 좀 더 잘 자랄 것이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건 아이에게 적절한 자극을 주고 응원하는 것이다.
말을 못 하는 아이여도 아이의 불안과 걱정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질병 혹은 발달 지연의 경우, 이른 시기에 체크하는 것이
추후 좀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겠지만 그래서 아이를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이를 믿고 그냥 사랑의 눈으로 돌보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는 부모의 생각보다 더 잘 자라 간다.
하루하루는 더디게 느껴져도 금세 한 주, 한 달이 지나고 나면
'언제 이렇게 컸지?'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의 눈이면
분명 아이에게 이상이 있을 땐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육아에 너무 많은 걱정을 키우진 말자.
아이는 부모의 표정을 보고 자라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