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병치레 많은 아이 키우기
아이는 워낙 작게 태어나서인지, 면역력이 좋지는 않은 편이었다.
너무 어릴 적인 돌 이전에는 잘 기억은 안 나고,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보통 약국에서 파는
아이 상비약은 최소 6개월은 되어야 먹일 수 있다고 나와있어서
아프지 않길 바라기도 했지만 어서 자라서 6개월은 지나길,
집에서 바로 해줄 수 있는 것이 있길 바라기도 했다.
아이들은 다른 것보다도 아프면 열이 훅 올라서
부모들은 체온계의 빨간불이 뜨면 안절부절못하기 마련인데,
체온이 39가 넘지 않길 바라던 날들과
또 어떤 날은 체온이 뚝 떨어져 35 이하로 내려가지 않길 바랐던.
그런 체온계를 끼고 살던 날들도 있었다.
눈에 띄게 자주 아프기 시작한 것은 어린이집에 다니면서였다.
원래 기관에 처음 다니면 적응하면서 아이들이 자주 아프기도 하는데,
하필 아이가 약한 계절인 겨울에 기관에 입소하면서
출석일수를 겨우 채울 정도로 감기에 시달렸다.
나는 아이의 잔병치레로 인해 육아휴직이 끝난 후 복직하지 못했다.
(한 달의 반 이상을 아파서 어린이집에 갈 수 없는 아이를 두고 회사에 나갈 수가 없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곧 코로나 시기가 와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감기 증상을 보이면 바로 집에서 돌봐야 했다.
이 때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복직했어도
곧 코로나 때문에 그만둬야 했을 거라고 위안을 삼았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것과 코로나의 콤보로
아이는 어린이집에 자주 빠지는 아이가 되었다.
다행히 여름 즈음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며 감기는 사라져 괜찮은데,
봄과 가을, 겨울 모두 복병이었다.
겨울은 감기 걸려서 3일 푹 회복하고 다시 나가면,
또 한 일주일 뒤에 감기가 와서 다시 2-3일 회복하는 반복이었달까.
몸에 좋다는 영양제도 단맛 나는 걸로 종류 바꿔가며 먹여보았고,
꼬박꼬박 밥도 챙겨 먹고 비타민을 위해 간식도 과일로 준비해 주었지만
큰 효과 없었다.
내가 안 해본 거라곤 입이 짧은 아이가 극도로 거절해서 홍삼류는 못 먹여본 것뿐이랄까.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친정엄마가 늘 하던 말이
"애들은 아프면서 커. 나으면 또 크겠네"
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냥 위로삼아 하는 말인가 싶었는데,
이때의 아이는 정말 열이 오르락내리락 아픈 뒤 회복하면
전보다 키가 커져있거나 말이 늘었거나 했다.
무슨 효과인지는 몰라도 이때부턴 아이가 아프면 물론 걱정은 되지만,
또 얼마나 크려고 이렇게 아프나-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갖게 되었다.
아프면서 쑥쑥 자라고 있는 아이는 사실 여러 번 겪다 보니
그냥 일상처럼 느껴져 그럭저럭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열이 심하거나 목이 아프다고 하는 비상상황을 제외하고는
아픈 때에도 축 늘어지지 않고 잘 노는 아이였기에 그냥
잘 먹이며 집에서 푹 쉬면 되었다.
이것은 아이의 병이 큰 병이 아니라,
정말 감기-한 두 번의 중이염을 제외하면-정도의 병이었기 때문이다.
걱정 많은 엄마를 배려하기라도 한 듯 자잘하게 아픈 일수는 꽤나 되는 아이가
여태 입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으니 나름 효녀라고 할 수도 있다.
정작 여러 번의 아이의 병을 겪으며 생긴 문제는
아이가 나을 즈음에 내가 아이의 감기가 옮아 같이 앓는 것이었다.
출산을 경험한 엄마들이면 어느 정도 공감할 텐데
난 아이를 낳고 면역력이 크게 떨어졌다.
원래 있던 것이긴 하겠지만 발현되지 않았던 고양이 알레르기 증상이 생겨,
고양이를 키우는 동생 집에 갈 때는 알레르기약을 챙겨야 했고
훅 찬공기를 맞은 날이면 비염증상으로 종일 콧물이나 침대에서 일어나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아이를 낳기 전에도 비염을 앓고 있어 겨울에 한번 정도는
코감기로 일주일정도 약 먹고 낫는 정도로 아팠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내 컨디션과는 관계없이
아이의 감기를 가장 옆에서 간병한 내가 아이가 나을 즈음에 감기 증상을 보이는 것이었다.
차라리 아이가 아플 때 동시에 아프면 같이 약 먹고 자고, 그럴 텐데
아이가 다 낫고 쌩쌩하게 돌아다닐 때 아프니 몸도 아픈데 아이는 챙겨야 하고,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커졌다.
아이의 감기가 다시 내게 옮아 끙끙대는 패턴이 반복되자,
나는 내 건강을 우선적으로 챙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원래는 아이가 아프지 않길 바라며 온갖 좋은걸 다 먹이고,
사실 내 몸 챙기는 것은 뒷전이었는데 정작 내가 아프면 아이를 챙겨줄 수 없는 것이 더 속상했다.
그리고 아이가 체질상 잔병치레가 많고 입이 짧아 크게 체력이 오르지 않는 것도
내가 더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내 몸을 챙기는 것이었다.
운동을 해서 체력을 늘리고, 삼시세끼 영양식을 챙겨 먹고-
그런 챙김이면 좋을 텐데 그럴 여력도 의지도 약한 나는
운동을 늘리진 못했지만 몸에 좋은 것은 덜먹고 식사는 제때에 하며
전보다는 더 내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사실 아이 키우는 엄마 대부분이 아이에게 온 관심이 쏠리는 탓에
본인을 챙기는 것은 소홀한 경우가 많을 텐데,
나 역시도 그랬기에 아이에게 주는 관심의 일부를 내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돌린 것이다.
동시에 아이의 감기가 내 감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아이를 간병할 때는 특히 더 위생이나 여러 가지에 조심하였더니
어느 순간 아이의 병이 곧 나의 병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줄게 되었다.
물론 아이가 안 아프고 건강하게만 자라는 것이 제일 좋은 것이지만,
그건 내 의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아이가 아프더라도 엄마인 내가 건강해야
아픈 아이를 잘 챙겨주고 얼른 낳게 도와줄 수 있지 같이 아프면 답이 없다..
이건 감기의 패턴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공황장애를 진단받는 과정에서 숨도 잘 못 쉬는 스스로의 상태가 괴롭기도 하지만
아픈 내 모습을 아이가 보며 걱정하는 것도 정말 고통이었다.
아이의 옆에서 늘 큰 나무처럼 우직하게 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기에
아파서 끙끙대며 아이의 마음에 짐이 되고 싶지 않기에
나는 내 건강에 좀 더 힘쓰는 엄마가 될 것이다.
덧붙여,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아이의 잔병치레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7살 무렵에도 감기 한번 정도 외에는 아픈 적이 없었고,
학교에 들어간 작년에는 감기 한 번도 걸리지 않았다.
여전히 체구는 비실한 아이이지만,
확실히 나이가 들고 운동을 꾸준히 하니 면역력이 늘어난 것 같다.
지금 우리 아이와 같이 잔병치레 많은 아이를 키우며
고생하는 엄마들이 있다면, 그래도 아이는 점차 건강해질 것이니 희망을 갖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