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도 MAX 엄마이지만, 절대 내 불안을 아이에게 전가하고 싶진 않아.
약 4년 전, 나는 병원을 전전하고 다녔다.
내 증상은 갑작스레 숨이 차는 증상이었고 당시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마스크까지 쓰고 다녀서
밖에 나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답답했다.
하품이 잦아졌고, 하품을 하고 또 해도 공기를 폐 가득 마시지 못하는 느낌이었다.
이따금씩 숨 쉬기가 너무 힘들어 몸을 웅크리고 헉헉대며 한참을 앉아있기도 했고,
자다가 숨이 쉬어지지 않는 것 같아 놀라서 일어나 어두운 밤을 걱정 어린 눈으로 지새웠다.
처음 진단받은 건 천식이었다. 폐활량을 측정했을 때도 수치가 낮게 나왔다.
하지만 천식 약을 2달 정도 처방받아 꾸준히 먹고, 뿌리고 했음에도 나아지지 않자
대학병원에 갈 것을 권유받았다.
그렇게 난생처음 대학병원을,
불안한 마음을 붙들고 원인 모를 병의 원인을 찾아 4개 과를 전전했지만
우선 몸에 특별한 이상은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그리고 어느 날 큰 마음먹고 보러 간 면접을 기회로 알게 되었다.
가는 내내 버스에서 숨이 차서 헉헉대던 내가 정작 면접 때는 차분해져서
한 번도 하품을 하지 않고 면접을 마치고 나온 때, 나는 이게 나의 심리적인 문제인 것을.
그리고 찾아간 정신과에서 단번에 "공황장애"라는 병명을 진단받고
나는 내 머리가 맑게 깨이는 것 같았다.
아, 공황장애였구나.
아, 나는 불안이 정말 높은 사람이구나.
그래서 나는 오히려 나의 병을 진단받고 나를 더 잘 알게 되었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나의 이 불안을 아이에게 전가하고 싶진 않다.
어쩌면 나는 살아오면서 내내 공황장애라는 병과 같이 살아왔는데
그 증상이 미미했기에 알아채진 못했었다.
돌아보니, 중학교 시절 공부에 크게 걱정 없던 내가 중학교 3학년이 되어
중간 점수의 친구들이 갑자기 공부로 급상승하고 불안했을 때 지하철을 타면 내내 하품을 했었다.
그리고 회사 다닐 땐 소화가 잘 되지 않아 내내 소화제를 달고 다녔고,
저녁은 거르기 일쑤였으며 매일 저녁 손 발을 바늘로 따서 피를 내는 게 일상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모두 나의 불안에서 비롯된 증상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삶이 불편할 정도의 증상들은 아니어서 그럭저럭 살아왔던 내가
육아를 마주치게 되었다.
정말 아이가 태어나고 1년 정도는 내 생애 가장 행복했던 시기라고 할 정도로
아이가 사랑스러웠다. 아이의 대소변을 치우는 일도, 아이의 마땅찮은 그 작은 울음을 마주할 때도
그냥 너무 예뻐서 잠을 덜자고 집을 더 깨끗이 유지하는 일도 크게 힘들진 않았다.
나는 육아가 체질인가, 착각할 정도였다.(그건 정말 착각이었다.)
그런데 아이가 커가면서, 본인의 뜻을 표현하고 나는 훈육을 해야 하고
또 0부터 시작하는 아이를 천천히 아이 속도에 맞춰 가르치는 일은 점점 힘이 들었다.
매사에 성격이 급한 나는 느리고 이해가 더딘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 틈틈이 많은 공부를 해야 했고
모든 공부가 우리 아이에게 딱 맞는 것도 아니라서, 시도와 좌절을 수없이 겪었다.
하지만 아이의 떼부림이 가장 심해지던 3-4살 무렵, 아이는 밥 먹을 때마다 날 괴롭혔는데
"이거 맛 좀 볼까?"하고 권하는 족족 혓바닥을 살짝 데고 던져버리거나,
잘 먹던 것도 안 먹겠다고 입에 넣었다 뱉어버리는 통에 식사 시간의 스트레스가 높았다.
편식하는 아이에 대한 육아법을 공부해도 아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이와 식사를 하려고 자리에 앉으면 숨이 차서 밥을 먹을 수 없었다.
식사 시간 아이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한 마디 들리면 숟가락을 놔버렸다.
그리고 투정 부리던 아이가 밥그릇을 밀어내다 실수로 깨뜨려 버린 순간,
이성의 끈이 나가서 아이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곤 병원에 가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공황장애를 진단받아, 나는 아이에게 화가 날 때면 '내 불안이 올라왔나 보다' 생각하며
아이에게 양해를 구하고 짧은 시간 마음을 다스렸다.
정말 육아는 도 닦기의 연속이다.
나는 공황장애 약을 1년 반정도 복용했다.
현재는 병원에 가지도, 약을 먹지도 않는 상태이다.
다행히도 나의 병세는 심하지 않았고 의사들도 내내
"이건 아이들도 복용할 수 있는 정도의 용량이라 부작용도 거의 없어요"라고 말했던 만큼,
처음 1년 정도 약을 먹어보잔 기간이 지나자 숨찬 증세는 간헐적으로만 나타났고
마지막엔 약을 격일로 먹어도 괜찮아져 다시 심해지면 병원을 찾기로 하고 현재는 중단한 상태이다.
여전히 스트레스가 심해지고, 걱정이 많아질 때면 하품이 많아진다.
그래도 전보다 나은 것은 이 원인이 '불안'이라는 것을 알기에
불안을 다스리려고 심호흡도 하고 마음을 다스리려 노력하면 좀 나아진다.
나의 불안은 무언가 잘 이해할 수 없는 문제가 생겼을 때 심해지는 편인데
이제는 두 가지 방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
내가 어찌해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면, 그냥 포기하고 잊도록 노력한다.
내가 한번 이해해 볼 만한 일이라면, 미친 듯이 공부하고 연구하고 파서 이해해 본다.
그래서 나의 육아 공부는 계속, 아마도 쭈욱 현재 진행형이다.
나의 육아공부 중 하나로, 요즘은 유튜브 영상으로 육아 공부를 많이 하는데
각 분야의 오랜 시간 경력자, 혹은 권위자라고 불리는 분들의 명쾌한 강의를 듣다 보면
모르던 부분도 많이 알 수 있고 그분들 대부분 목소리도 좋고 말을 잘해서
그냥 듣는 것만으로도 내겐 힐링이 되기도 한다.
그중 올해 들었던 말들 중 콕 박힌 문장이 있다.
"나의 불안은 내가 꼭꼭 씹어 삼켜버릴 거예요."(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나민애 교수님의 어느 강의에서 들었는데, 이 말이 콕 와닿았다.
나의 불안은 타고난 불안도 있지만,
돌아보면 또 나의 어린 시절과 연관된 부분도 있었다.
매일같이 싸우는 부모님, 욕설과 고함이 오가던 밤에 이불 속에 들어가 울던 나와 동생,
그리고 기분 따라 우리를 대하던 엄마의 태도까지.
내가 육아를 하며 결심한 것 대부분은
내 어린 시절 나의 부모님의 과오를 내 아이에게 되풀이하고 싶진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남편과 싸울 때는 아이의 눈을 피해서, 되도록 아이가 잠든 이후까지 참은 후에.
그리고 결코 나의 기분에 따라 아이를 대하지 말고 정해진 규칙과 훈육에 의해서만 반응하기.
추가로 위의 강의에서 들은 것처럼,
나의 불안을 절대 우리 아이에게 전가하지 말고 내가 꼭꼭 씹어 삼켜 버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