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사이에 자해가 유행이던 때가 있었다.

'마음 ON STAGE: 고립과 연결'을 통해 털어놓는 속마음 이야기

by 기뮤

※본 원고는 자해에 대한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어 트리거 유발 위험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내가 중학생 때, 친구들 사이에 자해가 유행처럼 번져 어른들이 그것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었다. 온라인 상에서 내 또래 학생들이 자신이 자해한 손목 사진을 인스타그램 등에 공유하여 일명 '자해 유행'을 퍼뜨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인터넷 뉴스기사에서도 자해 유행에 대한 주제로 뜨겁게 달궈지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날이 커져가는 것 같았다. 내 주변에도 자해를 하는 친구가 몇몇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자해 같은 것을 유희로 해보는 그 친구들이 아직 어리석고, 미성숙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지나지 않아 학교에선 대대적으로 조례시간에 '손목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반마다 검사하는 학생부 선생님이 찾아와 반 친구들 모두가 손목을 들게 해 검사를 하고, 만약 손목에 조금이라도 상처가 있는 아이들에게는 왜 상처가 있는 거냐고 물었다. 우리는 모두 다같이 혼나는 기분이었다. 몇몇 자해하는 문제 학생들 때문에 우리까지 검사를 받는 상황처럼 되었다.


거북한 분위기 속에 반 친구 중 한 아이가 말했다.

"아니, 자해할 거면 혼자 죽지. 왜 애꿎은 다른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거야. 그냥 혼자 나가서 죽어!"

지나치게 세게 말했다.

다른 한 아이는 그 말에 맞장구치며 수긍했다.

반 친구들은 모두 그 말을 들었다.


우리 반에는 다행히 학생부 선생님이 잡아낸 자해 학생이 없어 그 뒤 다시 평화로운 날들이 찾아왔다.


그렇지만 내 마음은 곧 겨울을 맞이하고 있었다. 추운 겨울이 찾아오고, 곧 마음의 감기가 찾아왔다.

정신 상태는 시간이 지날 수록 나무에서 떨어져 겨울바람에 흩날리는 낙엽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 딱 밟혀 부스러지기 좋은.

부모님이 알아주기를 바랐다. 나 이렇게 힘들다는 것을. 내가 지금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래서 보이는 곳에 상처를 내고 싶었다. 전형적인 방식인 커터칼을 이용해 손목에 상처를 내는 방식으로.

집에서 커터칼을 찾아 방문을 잠갔다.

죽을 마음은 없었다. 내가 내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까.

내 손목을 유심히 응시했다. 전에는 자세히 보지 않아 몰랐는데, 내 손목이 생각보다 정말 하얗고 뽀얗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 하이얀 살 속 보라색, 푸른색 핏줄이 가로질러 지나가는 것이 매우 대비된다는 사실도.

커터칼을 조심스레 내 손목에 가져다 댔다. 그냥 칼날을 살에다 대기만 했다.

대기만 했는데 순간 당황해서 여러 생각이 스쳤다.

기분나쁠 정도로, 아니 되게 기분 나쁘게 차갑다 이거.

자해를 한 내 또래 친구들이 이 기분 나쁘도록 시린 이 느낌과 감정을 견뎠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네가 본 세상은 이보다 얼마나 더, 시리도록 매정하고 차가웠길래.
대체 너는 어떻게 이렇게나 기분 나쁘도록 시린 칼날의 느낌을 네 몸 속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고, 소리 없이 울었다.


도저히 견딜 수 없어 커터칼을 바로 내려놨다.

도대체, 너는 도대체 얼마나.

너를 너무 쉽게 말했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는 지금이라도 그때 친구가 느꼈을 아픔에 마음깊이 아파하고 함께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중학교3학년시절 어느 밤 내가 가진 마음이었다.

그때의 마음을 나는 떠올린다. 헤아릴 수 없는 남의 고통이 스친 날을 기억한다.



아팠던 옛 기억은 같은 공간 안에서 헤아릴 수 없게 느껴지는 타인의 고통을 들으며 떠올랐다.

때는 올해 2월 25일 화요일, 내가 다양한 정신건강 캠페인 활동을 진행하는 'MINDSOS의 대학생 서포터즈'로서 발탁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MINDSOS의 첫번째 행사 하나를 참석한 날이었다.



'마음 ON STAGE 1회차 주제: 고립과 연결'

장소-서울 명동역 CGV 씨네라이브러리 10층

2025.02.25(화) 오후 07시~09시



'과연 이런 행사가 우리들의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 궁금한 마음 반 설레는 마음 반으로 명동역에서 내려 CGV 씨네라이브러리 10층으로 입장했다.


'마음 ON STAGE' 행사에선 현재를 견디며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 스스로가 스피커가 되어 자신의 이야기(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상관 없다.)를 마음껏 털어놓고 소리높여 말한다. 그 과정에서 행사에 참석한 다른 사람들은 리스너가 되어 그 한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마음 깊이 느끼고 그가 지금껏 걸어온 길과 앞으로 그가 만들어갈 이야기를 기대하고 격려한다.


행사에서는 대표 MC 1분대표리스너로서 단상에서 함께 이야기를 경청하며 청년의 이야기에 질문을 던져주실 '장재열 작가님' 또한 참석하셨다.

장재열 작가님은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낸 너에게>, <마이크로 리츄얼-사소한 것들의 힘>,<리커넥트-누구나 한 번은 혼자가 된다> 등 여러 작품을 쓰며 자신의 '정신질환 투병 스토리'를 온라인에 처음으로 공개하신 분이며, '상담사'로서도 활동 중이신 작가님이다.


청년 5분 정도가 단상에 올라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회생활 초년생으로서 회사 내 기성세대와 어울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고민같은 조금 가벼운 이야기부터, 어릴 땐 매우 내성적이고 소심했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외향적인 성격으로 변화된 사람의 이야기, 기억이 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어떤 한 사람의 이야기, 부자나 노숙자 할 것 없이 모두 같은 옷을 입고 함께 생활하는 정신병동 입원 스토리, 자살시도와 같은 아주 깊숙하고 무거운 이야기들까지.


대표 리스너 장재열 작가님은 그 이야기들에 함께 마음깊이 아파해주고, 격려해주고, 그 자리에 앉아있던 모든 사람들이 건네고 싶어하는 위로를 대신 청년 스피커분들께 건네 주었다.

때로는 역시 작가님답게 관점을 바꿔볼 수 있을 만한 조언을 해주셔서 무릎을 탁 치는 순간도 있었다.


그 이야기들의 조근조근한 사연 모두에 나의 이야기가 겹쳐 들려 공감되는 부분도 있었고, 그 아픔을 도대체 어떻게 견뎌냈던 걸까 저 분은, 하는 마음이 드는 부분도 있었다.


이야기 주제가 무거운 편이라 행사가 끝나면 더 우울해지고, 기운이 빠지지 않을까 했는데 오히려 더 내 삶에 희망을 불씨를 발견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도, 저 사람처럼 견디고 헤쳐나가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으리라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다.


사람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경청하며 내가 떠올린 옛 기억과 함께, 그때의 마음으로 약 2시간동안 자리에 함께 했다.



'마음 ON STAGE'행사를 주최하는 기업은 '마인드풀커넥트'라는 멘탈헬스 기업이다.

'정신건강 인식 개선'과 '자살률 감소'를 목표로 하고 있는 기업인데,

공식 협력 자문가로는 前 세계은행 총재 김용, 유명한 나종호 교수, 장동선 뇌과학자, 백종우 정신과 의사 등 각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오픈마이크 행사 이번 주제는"고립과 연결"이었지만, 다른 주제로도 지속적으로 오픈마이크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행사가 알려져,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부수고, '나 힘들어'라고 말하면 함께 아파하고 마음을 모아 들어줄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참 좋을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오픈마이크 행사에 참석하며 조금씩 이에 대한 글을 적어볼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행사 중 마음에 남았던 말을 적는다.


스스로의 안의 것을 꺼내는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향후 마인드풀커넥트 기업과 MINDSOS 청년마음정신건강 관련 캠페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아래 SNS주소와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mindsos_org

페이스북: Mindsos

홈페이지: https://mindso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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