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행복

첫 단계부터 시작하기

by 보리밥고봉

'가성비'와 '행복'

어쩌면 정말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단어 같기도 하고, 행복해지고자 하는 데에 가성비를 추구하는 건 금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

막연히 꿈꿔보라고 하면 비슷한 대답이 돌아온다.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사랑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며 언제든 고급리조트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삶, 유산을 물려받고 흥청망청 즐기며 원하는 건 뭐든 할 수 있는 삶...

그러면 행복할까? 그런데 그걸 다 이뤄낼 수 있을까?

이상적인 행복을 꿈꾸다 보면 현실의 내 자신이 안쓰럽고 초라하기 그지없다. 행복하기 위한 조건을 나열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끝도 없다.


질문 자체가 틀렸다.

우리는 우리의 각박한 삶 속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

각종 자격증과 경력이 있어야 취업할 수 있다는 사회 속에서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으나 자신의 삶 속에서 행복을 찾고 행복해지는 것 또한 하나의 능력이다.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처럼 행복민감도를 높이는 데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에게는 '나'에 대해 알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나와 이렇게까지 모든 생각을 공유하고 24시간 붙어있는 존재는 나밖에 없다. 나를 완전히 이해하는 건 나밖에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외롭기도 하다. 타인이 나를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되어보지 않는 한 나와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는 없다는 사실이 종종 떠오른다. 나에 대해서는 내가 제일 잘 아는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내가 생각하는 나, 타인이 보는 나도 전부 내가 맞다. 나는 생각보다 나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들이 주인공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나의 무의식은 나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고 있고 '방어기제'라는 그들의 매뉴얼에 따라 나와 상의하지 않고 내 행동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견디기 힘든 나의 감정은 애써 모른 척하기도 하고, 이를 누가 짚어내면 약점을 들킨 것처럼 격노하기도 한다. 게다가 나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못하다. 대개는 임시방편이라 이유도 모른 채 나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나는 왜 항상 이런 사람들과 엮일까?', '나에게는 왜 항상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상하리만치 비슷한 패턴의 인간관계와 사건으로 고통받는다면 무의식과 나의 팀워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나의 무의식을 탐구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결코 쉽지 않은 수년 이상의 긴 여정이지만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신과 진료실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이유 모를 고통에 빠져 안갯속만 헤매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처음에는 의사도 방금 진료실을 찾아온 사람에 대해 알 길이 없다. 함께 오리무중에 빠져드는 느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쌓일수록 그 관계에서도 인간관계의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며 실마리가 보이곤 한다. 나에 대해 좀 더 알아가고 내가 왜 고통스러운가에 대한 어렴풋한 이유만 가늠할 수 있어도 고통이 해소되는 경우가 많았다.

예컨대 마음이 아닌 신체증상으로 비유하자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이명으로 수년 이상 고통받던 사람에게 진단명을 알려주는 것은 명확한 치료방법이 없는 질환일지라도 당사자의 고통을 덜어줄 것이다. 나를 괴롭히던 것의 정체를 마침내 알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를 알아가는 것.

나의 무의식, 나의 방어기제, 나의 인간관계 패턴...

고통을 덜고 행복해지는 데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너무 막연하고 어려워 보인다.

어떻게 시작할 수 있을까?

행복해지는 법, 연습해보자. 수박 겉핥기식이어도 괜찮다. 우선 표면적인 것부터 알아가는 것이다. 구구단을 외우는 아이가 덧셈부터 배우듯이 말이다.


그중 가장 표면적인 첫 단계로는 내가 사는 곳 주변을 도보로 산책해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일상을 조금 더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 중 가장 가성비가 좋다.

근무지 근처에 방을 구해서 아침 일찍 출근하고 어둑어둑할 때 퇴근하며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하는 삶을 떠올려보면 더욱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월세방과 직장 근처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지인들의 말에 바쁜 삶이 안타까우면서 그들이 살고 있는 동네에 얼마나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주변을 돌아보며 '여기 감나무가 있었구나!', '그 동안 몰랐던 좋은 산책로가 있네', '이 쪽에는 고양이가 많이 돌아다니는구나', '몰랐던 카페가 있네. 다음에 와봐야겠다.' 이런 식으로 별 거 아닌 것도 알아가는 것이다.


어떤 방식이든 나를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내가 어떤 동네에 사는지, 내 주변에 뭐가 있는지를 아는 것도 나를 알아가는 범위에 걸쳐있다.

내가 사는 곳을 중심으로 원을 넓혀가면서 차나 버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이 동네에 대해 나만 알고 있는 비밀이 생기기도 하고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만족감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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