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을 던지니 보이는것들

연봉과 타이틀이 나의 정체성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던 과거

by 체리색크레파스

좋은 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대학을 세 번 바꿨다. 더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복수전공을 하고 자격증을 따고, 어학 점수를 5점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시험을 매달 치렀다. 전부 타이틀과 연봉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얻은 직장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하루의 대부분을 타인을 위해 쓰고 나면, 정작 나를 위해 쓸 에너지는 남아 있지 않았다. 살기 위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일하기 위해 살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많았다. 운동도 하고, 요가도 하고, 산책도 하고, 책도 읽고, 피아노도 치고, 외국어도 공부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은 늘 ‘나중에’로 밀렸다. 직장 안에서의 성장보다, 나는 나 자신의 성장을 원했지만 그 방향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미 연봉과 타이틀에 이끌려 선택한 일은 나와 맞지 않았고, 그걸 버티는 일은 생각보다 더 힘들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마라톤을 뛰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인도에서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다. 하루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늘은 뭘 먹을까’였다. 아침에 일어나 상쾌한 공기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명상을 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었다. 전기는 수시로 끊겼고, 물도 항상 나오지 않았다. 그곳에서는 어떤 회사에 다니는지, 어떤 타이틀을 가졌는지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저 나로 존재했다.


선택지가 많지 않았기에 있는 것을 먹었고, 불편함이 당연해지자 오히려 삶이 또렷하게 느껴졌다. 전기와 물, 화장지 같은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되자,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나는 타이틀이 없어도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게 없어도 잘 웃고, 잘 먹고, 사람들이랑 어울리며 하루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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