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속에서 보낸 한 달, 요가와 나

인도 요가 아슐람의 하루

by 체리색크레파스

05:30 AM – Pranayama & Shat-karma /Yoga Philasophy

아침 5시 반, 몸은 아직 더 자고 싶어 하지만 나는 억지로 일어나 찬물로 세수를 한다. 히말라야 산맥의 새벽 공기가 코끝을 스치며 온몸을 깨운다. 요가 매트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잔잔한 새벽빛 속에서 마음이 고요해진다. 햇살이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고, 깊게 들이쉬는 숨마다 오늘 하루가 시작됨을 알려준다.


07:00 AM – Hatha Yoga / 08:30 AM – Yoga Meditation
아침 식사 전까지의 시간은 길고 허기가 몰려왔다. 내 식욕이 이렇게 강했나 싶을 정도였다. 모든 식사는 인도식 채식 중심의 집밥.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미 채식주의자였지만, 평범한 한국인인 나는 처음 겪는 도전이었다. 한 달 동안 채식으로 살아보며, 몸이 스스로 조절하고 적응하는 법을 배우는 경험이었다. 지금도 종종 채식식사를 즐긴다. 꼭 매끼마다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된다는걸 알게된 때인다.


09:35 AM – Breakfast / 11:00 AM – Ashtanga Yoga
밥먹고 수업이 다가올 때면 덥고 피곤해 마음이 방에 붙잡히려 한다. 하지만 부지런한 룸메이트가 방을 나서는 모습을 보고 따라 나가면, 막상 수업에 들어가 모두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에 작은 감동을 느낀다. 혼자였더라면 수업에 나가지 못했을 것이다. 원래 좋아하던 ‘애쓰지 말고 하고 싶은 만큼 해라’식 마음챙김 요가와 달리, 아쉬탕가는 정해진 시퀀스를 따라야 했다. 뻣뻣한 나에게 쉽지 않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도전이었다.


12:00 PM – Iyengar Yoga / 01:00 PM – Yoga Anatomy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은 아헹가 요가였다. 명료한 영어와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 아래, 요가는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여러 요가 스타일을 경험하며 나는 기본 하타 요가와, 호흡을 따라 흐르는 빈야사 요가를 특히 좋아한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02:00 PM – Lunch
낮이 되면 햇살은 강해지고, 땀은 뚝뚝 흐른다. 더위에 짜증이 날 때가 많았지만, 극한의 미니멀리즘 속에서 불필요한 선택이 없다는 사실에 마음은 오히려 평온했다. 전기가 끊기고, 화장실 휴지가 당연하지 않은 산속에서, 나는 필요한 순간 긴바지를 가위로 잘라 입었다. 선택할 필요가 없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04:00 PM – Teaching Methodology and Alignment / 05:00 PM – Meditation
오후 시간은 요가와 명상, 짧은 휴식으로 채워졌다. 단체 생활의 고됨에 몸과 마음이 지쳐도, 침대에 누워 잠시 투덜대며 쉬는 순간마저 소중했다. 덥고 힘들고 배고팠지만, 삶도 이렇게 단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선택할 것이 적고,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07:15 PM – Dinner

드디어 저녁, 하루가 끝났다. 나는 식사때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혼자 내 감정과 음식에 집중했다. 요가와 단순한 하루를 위해 온 나에게 하루종일 계속되는 단체생활 속 오롯이 혼자인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 돌아보면, 한 달 동안 히말라야 산속에서 보낸 단순하고 낯선 하루하루가 참 낭만적으로 느껴진다.
복잡한 도시와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그 고요한 하루의 여운은 마음 한켠에 여전히 남아 있다.
새벽 공기 속에서 깊게 들이쉰 숨, 채식 요리의 은은한 향, 그리고 정말 가기 싫어도 억지로 일어나 나갔던 수업 시간들… 모두가 작은 기억의 조각이 되어 내 안에서 반짝인다.
선택할 것이 적고, 몸과 마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었다.
혼자라는 고요 속에서 느낀 자유와 평온, 단순함의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마음을 채운다.
그리고 그 여운은 앞으로의 일상 속에서도, 내가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소중히 여길지에 대한 작은 기준이 되어 주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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