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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Aug 19. 2023

나를 브랜딩 하는 법

거,  아주머니들 컨셉 잘 잡으셨네~

요즘은 정리를 직업으로 배우 연령층이 많이 낮아졌지만, 당시 내가 배울 땐 령대가 편이었다

그러디 보니 팀에 속했을 때 내가 가장 막내였다

50~60대 선생님들과 함께 이사한 집의 컨설팅할 기회가 있었다

이날은 에어컨 설치나 간단한 보수공사겹치는 날이었다

우리가 맡은 정리구역과는 동선이 겹치지 않아서 일할 때 딱히 불편함은 없었다

고객님은 이사인해 이것저것 챙길게 많아 집 밖을 정신없이 오갔다

각자의 일에 다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

한창 일하고 있는데 공사를 마친 작업자님 한분과 눈이 마주쳤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잠깐 바라보시더니 이후 말을 건네


질문) 거, 아주머니들은 머 하시는 분들이세요?


답) 네. 저희는 집 정리정돈을 전문적으로 해드리는 일을 하고 있어요


간단히 대답하고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또 말씀을 건네신다


질문) 아~이삿짐 업체에서 온 아주머니들이세요?


답) 아니요! 저희는 정리만 전문으로 하는 컨설턴트예요

좀 더 이쁘게 집을 꾸미고 싶을 때 이용하는 서비스예요 요즘 젊은 새댁들이 많이 의뢰하시더라고요


질문) 요즘은 그런 것도  있어요?

거 아주머니들 컨셉 잘 잡으셨네 ~


가벼운 미소로 답을 대신 한 뒤, 대화를 마쳤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는 말끝마다 아줌마란다

우리는 전문 교육 과정을 이수받은 람들인데ᆢ

6개월이 넘는 인고의 시간과 몇 백만 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이렇게 프라이드로 똘똘 뭉친 나와 우리 선생님들께 아줌마라뇨!

이 말이 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했다

근데 내 주변사람들과도 이미 비슷한 패턴의 화가 오고 간 터라 딱히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다시 일에 집중하는데 문득 이 글귀가 떠올랐다


사람들이 내 가치를 몰라준다고 징징 거리지 말고,

먼저 가치를 보이고 나서 말해라


지금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꿔야겠다 맘먹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외적으로 드러나는 유니폼에 신경 썼다 

이 앞치마만 한 달여 넘게 고민 끝에 정할 수 있었다

당시 영업 담당이었던 내가 앞치마와 유니폼을 직접 아봤다

지금까지도 내 앞치마는 고객들에게 언제나 반응이 좋다

일하다 보면 땀과 먼지로 금새 지저분 해지겠지만

후즐근한 티편한 바지 대신 푸른색 줄무늬 셔츠와

검은색 팬츠 유니폼으로 다 같이 맞춰 입었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뢰감과 깔끔함을 어필했다

참고로 이 앞치마는 굉장히 관리가 까다롭다

달려있는 쇠붙이가 많아 무거운 데다 연결고리도 많다

편하게 막 빨 수 있는 재질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지금도  일할 땐 이 앞치마를 고집한다

벌써 같은 제품으로 세 번째 구매했다

낡아지면 또 사고하다 보니 어느새 그렇다

이순신 장군이 갑옷을 입을 때 마음가짐처럼 경건히

작업에 임하는 일종의 의식 비슷한 루틴이다

이 앞치마 입으면 자신감도 함께 올라가는 느낌이 든다.



고객의 집을 첫 방문할 땐 절대 맨발로 그냥 들어가지 않일회용 덧신을  신고 매번 세탁한 장갑을 착용 후, 고객의 가구를 만졌다

할 때 필요한 도구들도 다시 세팅했다

정리를 마치고 나면 손글씨 대신 라벨기를 이용했다

왼쪽은 망가지기 전까지 늘 들고 다니던 라벨기며 이후 더 좋은 걸로 업그레이드 했다

세탁된 옷이나 침구류를 정리할 땐 먼지나 머리카락이 들러붙지 않게 옆에 늘 돌돌이를 두고 작업했으며 혹시 몰라 작업시트를 깔았다

새로운 집갈 땐 깨끗하게 세탁된 새 시트에서만 작업했다 

고객이 보던 안 보던 항상 청결에 신경썼다

입장 바꿔 생각하면 모든 게 답이 나왔다

직업의식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데 주력

계약서 작성에 필요한 서류바인더와 가방까~

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전문가 다운 이미지 관리에 신경 쓴 결과, 시간이 지나자 차츰 이 노력을 알아봐 주는 이들이 생겼다.


이 해제되고 홀로서기 이후 에도 나는 쭈욱 이 영업 방식을 이어갔다




어느 날 <숨고> 회사 매니저님으로 부터 연락이 왔다

정리수납 1인가구전문 고수'로 활동 중인 내가 궁금서 인터뷰를 요청하고 싶다고

앞치마도 특이하고 표기란에 업체명도 본명 아닌 네임을 쓴 것도 특이하다 했

참고로 나는 "각 나오는 이선생'으로 나를 소개한

나는 그것보다도 나에게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게  마냥 신기했다


인터뷰는 유명하신 분들만 하는 거 아닌가?



호기심에 응했던 이날의 인터뷰는 훗날 내가 기를 쓰고

브런치 작가가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브런치가 뭔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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