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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Aug 25. 2023

나는 아직 배고프다 2탄

정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나는 내 관심분야가 아닌 걸  배우는 것도 귀찮지만 익히는 것도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

가장 대표적인 게 운전과 컴퓨터라 할 수 있다

참고로 6년째 초보운전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는 중이다

정리 업체 팀장이 되려면 차는 필수다

많은 수납용품을 들고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컨설팅에 따라  외진 곳도 있고 늦게 마치기도 하기 때문에 운전이 필수라 할 수 있다

물론 그냥 팀원으로 근처만 다닐  생각이라면 차가 없어도 상관없다

나는 지금도 이런 부수적인 일들이 너무 하기 싫고 어렵지만 상황이 되면 참고 그냥 한다.


사실 강사가 된 것도 어찌 보면 기적이라 할 정도다

파워 포인트 프로그램 까는 것부터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것도 할 줄 몰라서 처음엔 총체적 난국이었다

동기 선생님들 중엔 나랑 비슷했지만 대학생 자녀에게  부탁해서 PPT교안을 만들어 오시는 분들도 계셨

나는 우리 딸이 8살이라 그게 안 되는 게 원통했다

할 수 없이 직접 배워야 했다

마침 그 당시 구로 문화원이라는 곳에서  어르신들께

무료로 컴퓨터를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내 나이는 해당이 안돼 만원을 내야 들을 수 있었

선착순이었는데 접수 땡  시작하자마자 열심히 광풍 클릭질을 해서 정원 안에 들어야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60 가까운 동기 선생님 한분 꼬셔서 같이 가서 들었다

첫날은 좀 머쓱했다

30대는 나밖에 없다 어르신들 표정이

"오늘 수업하러 온 선생님인가? 배우러 온 학생치곤 너무 젊은데?

막 이러는 거 같아 혼자 괜히 쪽팔렸다.

나 혼자만의 착각일 뿐, 수업이 시작되니 다들 열심히 배움에 집중했다

확실히 어르신들 눈높이에서 맞춤 교육이라 그런지 어렵지 않아 좋았다

그때 배운 것들은 지금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이건 머 정리 하나 배우러 왔다가 운전부터 컴퓨터까지 ~온통 배워야 할 거 투성이다

그것도 내가 가장 자신 없는 것들만 말이다

어느 분야의 일인자가 되려니 그것만 딱 잘할 수가 없

하다 보면 자꾸만 부족한 게 생긴

그렇지만 내가 골고루 다 잘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 생각한 게, 내가 불편함을 느끼지 않아도 될 수준까지만 노력하기로 타협했다

어차피 이 일로 먹고 살 생각은 없으니 거면 충분하다

현재 운전실력은 고속도로는 잘 끌고 다닐 정도고

컴퓨터 내 생각을 문서로 표현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없을 정도다

그냥저냥 아쉬운 대로 할 수준은 다.

나중에 부자가 되면  내 집 청소는 직접 해도 운전기사는 꼭 고용할 생각이다

남편은 가끔 나를 경주마라 부른다.

중간에 세우는 요령이 부족해 목적지까지 쉬지 않고 달리기 때문이다

운행과 동시에 내비게이션 음성을 행여 놓칠세라 창문도 열지 않는다

정리전문가가 정리만 잘하면 되지 싶다가도 분명한 건

정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자취방 정리하는 상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다

마치 다듬지 않은 원석처럼 그리고 긁지 않은 복권처럼

평범한 자취방 모습이 전하는 친근함과 공감,

이후 정리를 하며 변해가는 과정에서 오는 유익함과 짜릿함, 이런 모습들을 영상으로 담아낼 수 있다면 이건 진짜 대박이다

주변에선 내가 말을 잘하고 웃기니까 유튜브를 하라고 했다

근데 일을 하면서 영상을 찍는다는 생각큼 간단

 않은 일이다

게다가 편집은 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앞서 언급했듯 난 그런 쪽에 아주 약하다 

그 쉽다는 파워포인트도 겨우 배운 사람이다

그거보다 몇 배는 더 어렵다는 프리미어 프로를  또 배우려니 어휴~ 생각만 해도 엄두가 안 난다

정리 말고 다른 곳에 내 에너지를 더는 쓰고 싶지 않다

나중에 영상 전문가를 불러서 제작해야겠다 맘먹었다

영상제작은 한두 푼 드는 돈이 아니기에 일단 돈부터 모은 후, 그때 가서 생각해 보기로 한다.


어느 날,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센터 매니저님으로 

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다

전국에서 최초로 생긴 1인가구 전문 기관이라고 했다

뭐든 최초는 좋은 거니까 호감이 갔다

내 관련 기사를 봤으며 지금 기획 중인 프로그램에

내가 잘 맞을 거 같아 연락했다고 했다

미팅 약속을 잡고 강남을 향했다

처음 방문한 스테이지의 느낌은 아주 좋았

카페 같기도 하고  서점 같기도 하고 그 와중에 상추도 보이고, 뭔가 세련되고 고급스러웠다

처음 본 김태원 매니저님은 생각보다 앳된 모습의 청년이었다

아마도 나랑 띠동갑 이상의 차이가 날 거다

매니저님을 따라 2층을  올라가니 또 새로운 공간이 나왔다

그곳 회의실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매니저님은 굉장히 예의 바르고 공손했으며 일에 관해선 조금도 어린 티가  나지 않는 프로페셔널함을 보였다

저 친구는 뭘 해도 성공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참 이야기가 무르익다 보니 어느새 점점 내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 당시 일어나서 춤이라도 추라면 나는 출수 있었다

아무래도 내 수호신이 있는 거 같다

내가 평소 하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한 번씩  

옛다! 요놈, 수고했다  이거 하나 받아라~

하고 던져주는 느낌이랄까?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일이 드디어 이루어진다

강남에서 자취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내가 직접 정리하는 법을 알려 주면서 함께 정리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기획해 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물론 영상전문가는 센터에서 알아서 섭외할 것이고

홍보도 알아서 해 줄 것이다

내 정리 인생에서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순간이다


 프로그램은 매니저님과 나, 서로에게 의미 있고 귀한 비즈니스였다

몇 달 뒤, <나 혼자 정리>라는 제목으로 스테이지 유튜브 채널에 6편으로 나누어 업로드되었다

http://www.slist.kr/news/articleView.html?idxno=252695

또한 몇 년 뒤, 이 영상으로 방송 출연까지 할 수 있었다.


내 정리인생에 찾아온 기회 중,

첫 번 째는 숨고를 만난 것이고, 

두 번 째는  강남 1인가구 커뮤니티 센터를 만난 것이다.

3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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