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각선생 Aug 30. 2023

나는 아직  배고프다 3탄

남들이 가지 않는 길

정리수납 컨설팅이란 여러 명의 인원이 여러 식구가 사는 집을 하루 만에 뚝딱 정리해 주는 일이다.

나는 혼자 사는 자취방에 주로 혼자 간다

그리고 적게는 이틀, 많게는 일주일 걸쳐 일을 진행한

이 업계의 남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걷는 셈이다

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이라는 견적을 냈을 때,

1인가구의 10평대 집은 살림양이 심하게 많아도 어딘가 비싸게 느껴지고, 3~4인이 사는 30 평대집은 혼자 사는 집보다 살림양이 훨씬 적어도 그 금액이 크다고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공간이 크니까 정리할게 많나 보다~ 그렇게들 생각하는 거 같다.

그래서 견적 내기  더 수월한 건 사실이다

또한 공간이 넓으면 정리할 때 좀 더 쉽게 해결되는 부분도

나는 자취방을 메인으로 가긴 하지만 소개 한 번씩 큰 평수의 어머님 집도 간간이 한다

가보면 수납하기 좋은 가구들도 많고 일단 찾아보면 구석구석 수납 할 만한  곳이 많다

거기에 전문가의 손길을 조금만 얹으면 금세 드라틱한 변화에 성공할 수 있다

공간도 널찍해서 이 방에서 해결 안 되는 건

다른 방이 쉽게 해결해 준다

좁아서 이리 옮기고 저리 옮겨가며 물건 몰이를 하지 않아도 되니 그 시간들을 절약 할 수 있다

게다가 하는 틈틈이 식사 물론 간식까지 살뜰히 챙겨 주신다

일 하러 간 게 아니라 마치 놀러 각마저 들게 한다

물론 긴장이 풀릴 만큼 그 상황이 편하지만은 않지만 일할 때 잠깐씩 찰나에  감정들이 진심으로 금 이 상황이 짜릿하게 재밌다고 말해주는 건 사실이다

가구 이동이 필요한 상황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  원룸보단 훨씬 일할 맛 나는 조건임에도 내가  자취방만을 쭈욱 고집하는 이유는 대체 뭘까?

그건 바로 희소성의 가치를 알기 때문이다

어느 순간 정리수납 일은 레드오션이 돼 버렸다.


레드오션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다들 나 만큼은  줄 안다

벌써 나보다 어린 후배들도 많아졌고, 실력이나 센스 면에서 우수한 경쟁자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모든 건 한 끗 차이라고 했다

작은 한 끗의 차이로 레드오션도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

나만의 강점을 려면 좀 더 확실한 무기가 필요했다

금이야 체력이 받쳐 준다지만 아프거나 내 나이가 많아져도 계속 수입이 보장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남들과 다른 차별분명 있어야 한


남들보다 내가 조금 더 뛰어난 게 뭘까?

남들은 할 수 없는데 나는 가능한  서비스가 뭘까?

정리컨설팅은 시간이 곧 돈이다

시간에 쫓겨 일하다 보면 퀄리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객과 시종일관 의견을 공유하고, 일일이 고객의  생각을 반영해 가며 아이디어를 낸다는 건 그만큼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어가는 일이다.

이 일은 머리만 쓰면 되는 게 아니라 힘도 써야 하는 육체 노동이기 때문 더 그렇다

남들이 하지 않는 걸 내가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입소문이 나지 않을까?

나는 이 일을 꾸준히 오 하는 게 중요한 사람이다.


롱런하려면 남들과 다른 포트폴리오를 쌓아야 된다

남들이 안 하는 걸 하려니 버티는 당장 배고프

현재 목표는 존버다

버티다 보면 영업을 하지 않아도 고객이 알아서 찾는 날이 오겠지~ 그때까지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기로 했다

시간에 쫓기고 돈에 쫓기니 일이 더 안 되는 거 같다

필요한 돈은 알바벌고, 정리 일은 취미로 즐기다 보면 몇 년 뒤엔 내가 그토록 채우고 싶은 포트폴리오로 채워지지 않을까? 여유를 갖고 기대해 보기로 했다

나는 지금 속도에 맞춰서 내가 맞다고 느끼는 길로 아주 천천히 걷는 중이다

뛰지도 서두르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때론 웃픈 일을 겪기도 한다

야채가게 알바 갔다가 야채를 잘 몰라 욕도 먹고,

공장 가서 일 못한다고 해고도 당해봤다

그러다 기가 죽어 있으면 어디 샌가  수호신이 나타나

마치 당근을 주듯 신선한 경험을 선물해 

내가 클래스 영상을 찍고, 홈쇼핑에 출연한 것들이 바로 그런 선물

가끔 나를 보면 문득 동화 속 신데렐라가 생각난다

평소엔 누더기 옷을 걸치고 일하다 무도회장에 초대받은 날은  최고의 주인공이 되어 무도회를 즐긴다

그리고 무도회가 끝나면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와

다시 누더기 옷을 걸치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곧 왕자님을 만날 거란 희망으로 버틸 수 있다


나는 아직 배고프다

더 높이 뛰기 위해 개구리가 움츠 모습처럼,

연못 아래 쉼 없이 움직이는 오리발처럼 하루를 열심히 산다

앞으로 얼마가 걸릴 진 모르지만 이 인터미션이 끝나면 쳐질 진짜 나의 무대 기다리면서 말이다.



보너스 이야기

정리전문가의 역량

정리 일은 생각보다 절대 단순 하지

고객이 아끼는 물건이 보다 가치 있어 보이게 진열할 줄 아는 디스플레이 능력도 있어야 되고, 못 버리는 고객을 기분 나쁘지 않게 설득할 수 있는 간의 언변술도 있어야 하며, 샤머니즘을 좋아하는 고객을 만나면  간단한 풍수 명 할 알아야 한다

그래야 가구배치 시 침대 머리 방향등을 조언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지은 새집 사용 설명서도 능숙하게 잘 알면 센스 쟁이 등극할 수 있

그래서 요즘은 심리책도 읽고 대화법도 많이 공부하는 중이다 

정리전문가는 이렇게나 할 게 많다

일인자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나에겐 꿈이 있어 즐겁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아직 배고프다 2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