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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각선생 Aug 02. 2023

언니 저 맘에 안 들죠? 1탄

언니 진짜 멍청하다~

처음으로 마주한 컴플레인에 마상(마음의 상처) 입었다

진심을 다했기에 그 정성을 몰라주는 고객이 야속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일은 나를 두세 배 성장 시킨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그날의 진짜 진상은 고객이 아닌 나였는지 모른다


원룸 의뢰가 들어왔다

친화력살가운 고객이었다

최근 몸이 안 좋아일을 그만둔 터라 너무 큰 비용은 부담이 된다고 미리 솔직대화를 나눴다

고객님 정리 의욕도 있고, 공간도 많이 안 크니까 둘이서 하루만 마음 맞춰 으쌰으쌰 하면 충분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저렴히 해주는 대신 일손을 많이 도울 수 있냐고 물으니 고객님도 흔쾌히 오케이 했다


직접 사전 답사를 가서 만나본 고객님의 몸 상태는 생각보다 더 안 좋아 보였다

심지어 최근 대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저 상태론 무리 일 텐데ᆢ걱정이 됐다

몸이 아프니 어수선한 집에 있기 더 힘들겠다 한편으론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오지랖이 또 슬슬 나대기 시작한다

처음 약속한 게 있으니 비용은 더 올리지 않기로 한다

대신 시간은 이틀이 걸릴 수도 있다고 얘기했다

뿐만 아니라 내가 다 알아서 해줄 테니 고객님은 컨펌만 하시란 망언까지 내뱉고 다.

세상 사람 좋은 미소를 환화게 지어 보이면서 말이다


상담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현실적인 걱정이 밀려온다

고객님이 사용하던 침대가 내려앉아 더 사용이 불가했기에 침대도 밖으로 빼야 하는 상황이다

싱글이면 째 어째해 보겠는데 큰 거라 혼자선 무리다

결국 선생님 한 분을 섭외하기로 했다

수지타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측정한 비용 탓에 뒤늦게 인건비 부담을 느끼던 ,

마침 선생님이 오전엔 일이 있어 오후부터 가능하시다기에 그러시라 했다

근데 문제는 선생님 오시기 전까지 가구 이동을 마냥 기다릴 수가 없다

큼직한 게 우선 해결돼야 다음 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낑낑대며 웬만한 가구 이동을 겨우겨우 마쳤다

정말 혼자 안될 때만 고객님 도움을 받았다

무거운 걸 옮기며 이리저리 힘을 뺐더니 머리에서 끌어 쓸 에너지마저 모두 방전되었다.


점심이 되자 이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고객님은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겠다고 했다

배고픔보다 상큼하고 시원한 냉면국물을 먹으면 좀 정신이 들겠다 싶어 냉면을 주문했다

냉면 몇 젓가락 입에 넣자마자 급히 고객님이 화장실로 뛰어간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통의 구역질 소리가  들린다

수술 여파였던 건지 고객님은 차가운 냉면몸에 받지 않은 모양이다

"그냥 따뜻한 죽으로 먹자 할걸 그랬나?"

자책감이 들며 좀 전에 살짝 일을 거들게 한 것조차 미안해졌다

나도 먹는 둥 마는 둥 몇 입 욱여넣다 애꿎은 냉면이 꼴베기 싫어 상치워 버렸다

내 실력이 부족해 괜히 아픈 사람 쌩 고생시키는 게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다


오후가 돼서 선생님이 도착했다

좁은 골목길이라 일 좀 할만하면 차 빼달라는 전화가 왔다

나는 그래서 웬만하면 서울 원룸은 짐이 많아도 차를 두고 다닌다

이래저래 오늘 아주 날 잡은 거 같다

선생님께 개켜야 될 옷들을 넘기고 나는 곧바로 주방으로 넘어갔다

설거지부터 시작했다

이날 나는 정리 일 보단 자취하는 딸방을 치우러 온 엄마에 더 가까웠다

이런저런 일들로 몸이 지치니 더 이상 머리를 쓰기가 싫다

생각 없이 일을 하니 속도는  더디디 더디다

저녁이 되었지만 일의 진전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선생님은 보내고 나는 좀 더 하기로 했다

다시 고객님과 둘이 되었다

9시부터 시작된 정리는 밤 10시가 넘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긴 시간 동안 이어진 정리로 고객님도 나도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언니 진짜 멍청하다"~


급기야 고객님께 시원한 막말을 듣고야 정신이 번쩍 든다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이틀 뒤 다시 마무리하기로 하고 급하게 집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2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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