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원(二桃源)
마을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을 따라가다 보면 청록의 녹나무가 서 있는 녹남봉 오름이 보였다.
오름은 야트막하게 마을의 배경처럼 자리를 잡았다.
아침에 내린 비로 마을 길은 물로 씻은 듯했다.
일부러 청소를 한 것인지 골목길은 깨끗하고 정갈한 느낌이었다.
초봄에 밭갈이하느라 바빴을 트랙터는 다른 이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것처럼 주인집 돌담 옆에 다소곳이 붙어 서 있었다.
걸을 때 편안한 느낌을 주는 동네가 있다.
멋진 현대식 건물이 있어서가 아니다.
이른 아침 부지런한 이가 쓸고 지나간 것 같은 마을 길.
소박하지만 잘 정돈된 마당이 있는 집.
작은 화분 하나, 수국 한 무더기가 처음부터 제자리였던 것처럼 자리 잡고 있는 곳.
그 동네 사는 어떤 이든 나그네를 만나면 밝은 웃음을 지으며 시원한 물 한 잔 건네줄 것만 같은 곳.
나는 대정읍 신도리가 그렇게 느껴졌다.
키 작은 오름을 뒷배로 앉혀놓고 멀찌감치 대정 앞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마을이었다.
마을의 연원을 알고 보니 그렇게 느낄 만했다.
“신도 1리의 옛 이름은 도원 마을로 일 강정(강정), 이 도원(도원), 삼 번내(화순)라 불리던
예부터 제주에서 두 번째 가는 비옥한 마을로 꼽혔다”라고 했다.
마을 길을 나오며
소박하고 조용하지만, 여유와 기품이 있는 이런 동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