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 #1 무수천(無愁川)
길을 걷는 나는,
귀를 열고 바람과 파도와 새소리를 들으며,
벌을 유혹하는 꽃의 향기와 베인 풀의 냄새를 맡으며,
인기척에 놀라 날아가는 꿩의 자취를 쫒으며,
시시각각 나타났다 사라지는 한라산의 실루엣을 곁눈질하되,
불평으로 가득한 입은 닫아야 한다.
*무수천
복잡한 인간사의 근심을 없애준다는 이름의 개울.
한라산에서 25km를 흘러 외도 앞바다까지 이어진다.
삼십여년 회사 인간으로 살았다. 낙하산도 없이 하늘에서 떨어지듯 마주한 회사 밖 세상에 적응하며 나의 은퇴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