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지워질 수 없는 것인데 가득차버렸다
채울 수 없습니다
가져오지 마십시오
안타깝지만 다음에 와주세요
비밀번호를 알고 계시다면
잊어주세요
새로 교체할 예정입니다
저를 두드리던 열 손가락의 감촉과 흔적들도
이제 깨끗이 지워지겠지요
당신이 조심히 다루지 않아서
백업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이름도 모를 바이러스 투성이랍니다
내 문서 속의 사진, 영상, 음악, 문서
수많은 프로그램들까지도
이제 깨끗이 지우겠습니다
무한의 용량이란 건 없습니다
모든 감정은 소모품이니까요
곱고 희던 나의 마음에 더 이상 저장 할 수 없습니다
쓰셨던 물건은 제 자리로 돌려 놓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