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 Life1 4화 교생실습

부제: 슬기로운 학교 생활, 본격 초딩 교사 성장 로망 소설

by Red eye

이번 화부터는 시퀀스별로 나눠서 작성하였습니다. 제가 원래글을 시퀀스별로 작업을 하고 본문을 작성하는데, 시퀀스별로 소제목을 달아서 쓰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해보려고 합니다. ^^


School Life1 4화 교생실습


S1. 문제의 시작


4월의 마지막 주 아침, 3층 가운데 일반교실의 절반 크기의 교생실습실이 분주하게 정리되고 있었다. 청소기 돌리는 소리, 컴퓨터 선정리, 모니터 배치, 간식 채우기 등. 빈 책상 위에는 새 하얀 명패가 줄지어 놓였다.


“자, 이제 교생 맞을 준비 끝났습니다.”

 전수현 연구부장이 손뼉을 한 번 치며 자리에 앉았다. 교사들이 반원처럼 둘러앉자 그는 서류철을 펼쳤다.


“이번 학기는 총 다섯 명이 들어옵니다. 실습 기간은 4주. 규정 아시죠? 수업공개 한 번, 특강 한 번. 그리고 운동회는 학년별로 교생들이 같이 참여해요.”


정수학은 팔짱을 낀 채 멍하니 서류를 바라봤다.

‘올해도 또 그 계절이 왔군. 교생 실습… 뭐, 늘 그렇지.’

전수현이 이름을 차례로 읽었다.

“체육교육과 한이슬, 3학년 3반, 강인봉 부장님 학급.

윤리교육과 이은정, 1학년 3반, 제가 맡겠습니다.

영어교육과 이진영, 2학년 3반, 임진한 부장님.

수학교육과 허윤아, 5학년 3반, 고철진 부장님.

마지막으로… 음악교육과 김소리, 4학년 3반, 유일한 남자교생입니다. 정수학 부장님.”

순간 정수학은 고개를 홱 들었다.

“아니, 왜 또 남자예요? 작년 2회 차부터 나만 남자 교생이잖아요.”

강인봉이 바로 끼어들었다.


“그럼 누가 맡아? 정 부장이 제일 잘하지.”

 “잘하긴요. 다 똑같이 뭐. 남자 교생 피곤하니깐 저한테….”

정수학이 투덜거리자, 옆자리 교진철이 껄껄 웃었다.

 “작년에 여자 교생 울린 거 다들 알잖아요. 너무 열심히 지도하다가 울려놓고 아직도 억울하다 그러네.”

 정수학은 손사래를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

 “에이 울리긴, 내가 울린 게 아니라, 그 친구가 스스로 감정 북받쳐서 운 거라니까요. 난 그냥 지도안 피드백만 했을 뿐인데….”

 주변에서 킥킥거리는 웃음이 터졌다. 누군가는 “또 시작이네”라고 중얼거렸다. 정수학은 얼굴이 붉어져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아, 진짜. 왜 나만 피곤하게 그래.’


전수현이 웃음을 수습하며 덮었다.

 “아무튼, 올해도 잘 부탁드려요.”

 다들 흩어지고 교무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남은 건 전수현과 정수학뿐이었다. 전수현이 서류를 정리하다가 슬쩍 목소리를 낮췄다.

 “정 부장님, 이번 교생 말인데요… 조금 말이 많다고 합니다.”

 정수학이 눈을 크게 떴다.

 “말이 많다고요? 무슨 소문이에요?”

 “작년에 3학년에서 실습했을 때, 실습 과정을 브이로그로 찍어서 유튜브에 올렸다더군요. 태도도 썩 좋지 않았다 하고…. 그래서 부탁 좀 드리려고요.”

 정수학은 벙 찐 얼굴로 멈춰 섰다.

 “… 브이로그? 유튜브?”

 머릿속에 ‘교생’이라는 단어와 ‘유튜버’라는 단어가 동시에 겹쳐졌다.

‘이제는 별별 교생이 다 오는구나. 내가 왜 이런 복병을 또 맡게 된 거지….’

 전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잘 부탁합니다, 과학부장님.”

 정수학은 답도 못 한 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S2. 우리 만남음, 우연이 아니야.


 4월의 마지막 날 아침, 교무실 안 공기는 조금 달랐다. 곧 교생들이 들어온다는 기대와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커피포트에서 김이 모락모락 오르고, 복사기에서 종이가 쏟아져 나오던 순간, 실습실 문이 열리며 다섯 명의 교생이 줄지어 들어왔다.

 책상마다 새하얀 명패가 꽂혀 있었고, 교사들의 눈이 자연스레 그곳을 향했다. 전수현 연구부장이 서류철을 펼치며 일어났다.

 “좋습니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함께할 교생 선생님들입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다짐을 들어볼까요?”

교무실 아침 인사

 먼저 체육교육과 한이슬이 환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세요! 3학년 3반 맡게 된 한이슬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뛰고, 같이 땀 흘리겠습니다!”

 강인봉 교무부장이 박수를 치며 외쳤다.

 “좋아, 체육다운 포부네!”

 윤리교육과 이은정이 차분하게 인사했다.

 “1학년 3반 배정받은 이은정입니다. 아이들의 마음을 세 번 더 듣는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전수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다짐이에요. 잊지 마세요.”

 영어교육과 이진영은 자신감 있게 말했다.

 “2학년 3반 이진영입니다. 제 목표는 수업 시간마다 아이들이 영어로 한 문장 더 말하는 겁니다. ‘One more sentence!’”

 임진한 정보부장이 장난스럽게 맞장구쳤다.

 “오케이, 원 모어 센텐스! 저도 영어 배워야겠네.”

 수학교육과 허윤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5학년 3반 허윤아입니다. 아이들에게 ‘틀려도 괜찮다’는 걸 먼저 알려주고 싶습니다.”

 고철진 인성부장이 팔짱을 끼며 끄덕였다.

 “수학에서 그 말 참 필요하지.”


김소리의 첫 등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흘러가던 순간, 마지막 교생이 의자를 삐걱 밀치며 일어섰다.

 음악교육과 김소리. 구겨진 셔츠, 제대로 묶이지 않은 넥타이, 눈가엔 다크서클. 그는 무심하게 고개를 15도만 툭 숙였다.

 “음악교육과 김소리입니다. 4학년 3반 배정됐습니다.”

 짧고 딱딱했다. 교사들이 잠시 정적에 휩싸였다. 다른 교생들의 밝은 에너지와는 너무 달랐다.

 정수학은 그 각도에 피식 웃음이 났다. 저건 뭐야, 각도기라도 갖다 댄 건가.

 강인봉 교무부장이 작게 속삭였다.

 “저 친구 맞네… 작년에 3학년 실습 때 브이로그 찍어서 난리 났던 애.”

 전수현은 눈빛을 흘리며 짧게 덧붙였다.

 “… 실습 태도도 좋지 않았다지. 블랙리스트 얘기도 있었고.”

 정수학은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 하필 내 반에 왔네. 이거, 오래간만에 골치 아픈 한 달이 되겠구나. 전수현이 분위기를 이어가려 손뼉을 쳤다.

 “좋습니다. 각자 실습에 임하는 자세를 한 줄로만 다짐해 주세요.”

 다른 교생들은 열정 가득한 다짐을 내놓았다.

 “아이들과 먼저 뛰고, 먼저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겠습니다!”

 “질문에 바로 답하기보다 세 번 더 듣겠습니다.”

 “아이들이 영어로 한 문장 더 말하게 하겠습니다.”

 “틀려도 괜찮다는 걸 먼저 알려주겠습니다.”

 박수와 웃음이 이어졌다.

 마지막 차례가 되자, 김소리는 어깨를 비스듬히 젖히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저는… 초등학교 교사는 꿀벌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들의 눈빛에 잠시 기대가 번졌다.

 “부지런해서요?” 전수현이 물었다.

 김소리는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아뇨. 꿀 빨잖아요. 저도 꿀 빨고 싶습니다.”

 공기가 싸늘하게 얼었다. 누군가 컵을 내려놓다 멈췄고, 억지웃음 몇 번이 공허하게 튀었다.

 정수학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의욕 없는 건 둘째 치고, 농담 센스도 꽝이구만.

 한지수 교감이 얼른 나섰다.

 “꿀벌은 꽃가루를 옮겨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존재지요. 그런 의미로 생각하면 더 좋겠네요.”

 교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웃음을 보였다. 전수현이 손뼉을 치며 정리했다.

 “자, 농담도 배움의 일부라 생각합시다. 이제 담당 교사와 교실로 올라가 봅시다.”


김소리는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휴대폰을 꺼내 슬쩍 카메라를 켰다.

 “자, 교무실 브이로그 첫날. 꿀빵 선언 완료. 선생님들 표정, 정말 굳었죠?”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정수학은 속으로 혀를 찼다. ‘이거. 돌아인가?’


 4학년 3반 교실 문이 열리자 아이들 시선이 한꺼번에 쏠렸다.

 “얘들아, 오늘부터 교생 선생님이 오셨어.”

 정수학이 칠판에 ‘김소리’라고 쓰며 소개했다.

 김소리가 앞으로 나가 대충 말했다.

 “음… 저는 음악 전공했고요. 기타 치고 피아노도 좀 합니다. 여러분이 좋아하는 노래는 댓글로 남겨주세요.”

 아이들이 어리둥절했다.

 “댓글이요?”

 “유튜브 말하는 거야?”

 “맞아요. 제 채널… 음, 나중에 알려줄게요.”

 그는 비웃듯 웃으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정수학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아이들 앞에서조차 브이로그 홍보라니. 큰일이다, 이건.

 “소리 선생님은 뒤쪽 자리에서 오늘 수업을 관찰하겠습니다. 아이들, 수업 시작!”

 정수학이 수습하며 넘어갔다.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하는 동안, 김소리는 공책에 필기 대신 촬영 각도를 조정했다.

 “4학년 3반 첫날 수업 현장. 솔직히, 별거 없네요.”

 휴대폰 카메라에 속삭이며 혼잣말을 이어갔다.

 5교시를 마친 후 방과 후. 교실에는 김소리와 정수학이 마주 보고 앉아있다. 묵직한 지도서 아홉 권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이건 도·국·사·수·과·체·음·미·영. 김소리 선생님이 필요한 지도서입니다. 그리고 4주간의 주간학습안내입니다. 잘 보시고 각 교과와 12차시를 선택해 수업을 준비해 보세요.”

 김소리는 책을 툭툭 치며 시큰둥하게 물었다.

 “이거… 다 읽어야 하나요? 요약본 없어요? 전 영상 편집도 해야 해서.”

 정수학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수업을 직접 하려면 기본은 봐야 합니다.”

 “흠… 근데 솔직히, 아이들 수업보다 제 콘텐츠 준비가 더 급하거든요. 아이들 수업 장면 찍으면 브이로그 조회수 빵 뜰 텐데, 규정상 안 된다고요?”

 정수학의 목소리가 단호해졌다.

 “교생이 교실에서 브이로그를 촬영·업로드하면 학생 초상권·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교육청 규정 위반, 아동보호법 위반, 교직이수 취소 위험까지 따르는 심각한 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원칙부터 배우세요.”

 김소리는 어깨를 으쓱하며 비웃었다.

 “알죠, 알죠. 선생님 너무 진지하시네. 전 그냥 해본 말인데.”

 정수학은 속으로 삼켰다.

‘너 그러다 감옥 간다.’

퇴근 무렵. 실습실이 한산해지자, 김소리는 창가에 앉아 휴대폰 카메라를 켰다. 얼굴에 브이 사인을 하며 중얼거렸다.

 “교생 브이로그 첫날 총평. 교무실? 힘듦. 아이들? 뭐, 귀엽긴 한데 내 스타일 아님. 지도교사? 음, 진지충. 앞으로 콘텐츠 될 만한 해프닝이 좀 터져야겠다.”

 카메라를 끄자 그는 하품을 길게 했다.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떠드는 소리가 창밖으로 흘러들어왔지만, 그의 눈길은 오직 작은 휴대폰 화면에만 머물러 있었다.

 내일은 좀 더 재밌는 장면 뽑아야지. 수업? 그건 부록이지. 진짜 중요한 건 내 채널 구독자 수니까.


S3. 삐걱거리는 실습생


 첫 참관 수업.

 아이들이 책을 읽고 발표하며 수업이 흘러가는 동안, 교실 뒤편 교생 자리에는 전혀 다른 풍경이 있었다.

 김소리는 교과서 대신 휴대폰을 펼쳐 놓고 있었다. 손가락은 화면 위에서 끊임없이 움직였다. 수업 내용과는 전혀 상관없는 창이 켜져 있었다.

 썸네일을 이걸로 할까, 아니면 어제 찍은 클립이 낫나… 조회수는 역시 제목이 중요하지.

 앞에서 아이가 답을 하자 교실 안에 박수가 터졌다. 하지만 김소리는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뺐다 하며 화면만 들여다봤다.

 쉬는 종이 울리자 그는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교생실습실로 향했다. 아이들이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는 손바닥을 펴 하이파이브를 툭툭 치며 휙 지나갔다.

 “하이파이브가 훨씬 낫죠. 고개 숙이고 ‘안녕히 계세요’라니… 너무 구시대적이지 않아요?”

 옆에서 학생들을 정리하던 강아름이 순간 굳어졌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인사는 예의야”라고 조용히 말했지만, 김소리는 비웃듯 웃고 교실 문을 나섰다.

 교생실습실에서 카메라를 켜며 중얼거렸다.

 “역시, 내 방식이 먹히네. 아이들도 하이파이브 좋아하고. 요즘 누가 고개 숙여 인사하냐고. 이 장면 브이로그에 넣으면 ‘혁신 교생’ 느낌 나겠지.”

 잠시 후, 실습실 앞 복도에서 한지온이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김소리 선생님. 저는 5학년 2반 한지온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김소리는 휴대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충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는 곧장 지나쳐 버렸다.

 잠깐 그 장면을 본 정수학과 한지수 교감이 눈빛을 주고받았다. 교감은 억지 미소를 띠며 “MZ 특인가?”라고 했지만, 정수학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 눈빛엔 긴 한숨이 묻어 있었다.

 점심시간, 김소리는 교실 안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휴대폰을 들고 촬영을 시작했다.

 “오늘의 급식 브이로그. 아이들 반응이 관건이지.”

 그때 뒤에서 정수학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 초상권 동의받았어요?”

 김소리는 멈칫했지만 금세 능청스럽게 웃으며 대꾸했다.

 “아, 걱정 마세요. 다 블러 처리할 거예요. 완전 전문가처럼.”

 정수학은 잠시 그를 똑바로 보았다.

 “… 그렇군요.”

 한마디 던지고 자리를 떴다.

 그 말이 차갑게 꽂혔지만, 김소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카메라에 대고 웃었다.

 “봐요, 요즘 다들 블러 처리하잖아요. 별일 아님. 시청자분들, 기대하세요.”

 그날 저녁, 그의 SNS 스토리에는 술잔이 부딪히는 영상이 올라왔다. “교생도 사람이다. 오늘은 스트레스 해소!”라는 문구가 덧붙여졌다.

 다음 날 아침,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김소리는 지각한 채 문을 열고 들어오며 인상을 팍 썼다.

 “선생님 왜 늦었어요?”

 “오늘 1교시인데?”

 “시끄러워. 선생님이 일이 있었어. 아프고 피곤하고.”

 아이들 사이에 웃음 반, 웅성거림 반이 퍼졌다.

 아, 또 찍혔네. 지각은 콘텐츠가 되려나? ‘교생, 아침부터 늦었다!’ 자극적인 제목도 괜찮을 듯.

 그날, 강당에서 열린 특강 시간. 교사들이 돌아가며 발표를 이어가던 가운데, 김소리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 떨군 채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다 말고 결국 졸기 시작했다.

 머리가 툭툭 떨어지는 사이, 화면 속 카메라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교생의 하루, 특강 시간 = 꿀잠 타임.”

 그의 속마음이 화면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정수학은 뒤편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삐걱거린다. 아직 첫 주인데 벌써 이렇게 기울다니… 이 아이, 어디까지 미끄러질까.

 수업엔 무관심, 아이들 앞에서도 삐딱한 태도, 브이로그에만 몰두하는 교생.

 아이들은 그를 신기하게 바라보기도 했지만, 교사들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었다.

 김소리는 알지 못했다. 자신이 남기는 짧은 영상들이, 누군가에겐 그저 웃음거리가 아니라 법적 문제와 교사로서의 자질 부족을 보여주는 기록이 된다는 것을.


S4. 교생 수업 시작 (김소리의 일기 – 1인칭 주인공 시점, MZ 톤)


첫 번째 수업 – 수학

 드디어 내 첫 수업. 과목은… 수학.

 단원명 보니까 ‘큰 수, 억까지 알아보기.’와, 진짜 어이가 없네. 이걸 수학이라고? 이건 그냥 숫자 읽기잖아. 솔직히 이건 애들한테도 무시당할 난이도 아님?

 그래도 일단 칠판에 제목 씀.

 “얘들아, 오늘은 억 단위까지 숫자 읽기.”

 애들, 순서대로 쫙쫙 읽어 나가는데 와… 너무 잘한다. 분위기 괜찮네?

 활동 1 끝. 활동 2도 바로 끝. 형성평가 풀어봤는데, 시계 보니까… 스물 분?

 …네? 벌써 끝났다고?

 순간 머릿속에서 ‘띠링~ 게임 오버’ 사운드가 울렸다.

 애들 눈빛: “선생님, 이제 뭐해요?”

 내 눈빛: “나도 몰라.”

 결국 아무 말도 못 하고 억지 미소.

 “와, 너희 진짜 잘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속으로는 땀 삐질.

 아… 노답. 개망. 수학은 꿀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꿀 빠진 거네.


두 번째 수업 – 국어

 국어는 다를 줄 알았다. 주제는 ‘이어질 장면 상상해 글쓰기.’

 오케이, 애니메이션으로 동기유발. 애들 눈 반짝, 성공적.

 “노트북 꺼내서 장면 분석해 보자.”

 …그리고 3초 후.

 교실: 핵아수라장.

 “선생님, 노트북 안 켜져요!”

 “와이파이 안 돼요!”

 “비번 뭐예요?”

 와… 갑분싸.

 내 머릿속: 야, 그냥 하지 마, 하지 마.

 “다 집어넣어! 준비된 사람만 해.”

 그랬더니… 단 두 명만 노트북 킨다. 개 웃김.

 “좋아, 그럼 글쓰기 넘어가자. 이어서 써봐.”

 근데 질문 폭탄.

 “어떻게 써요?”

 “뭘 이어요?”

 와… 여기서 진짜 현타 왔다.

 이게 글쓰기냐, 심문이냐. 나 진짜 뭐 하고 있는 거냐.

 종 치자마자 애들 후다닥 나갔다.

 내 마음: 개박살.


세 번째 수업 – 체육

 체육은 자신 있었지. 티볼. 야구형 게임이니까 그냥 꿀이지.

 시작은 완벽. 준비운동도 멋지게 했고.

 “얘들아, 앉아! 설명 들어!”

 근데 목이 칼칼. 흙먼지 때문인가.

 애들은 앉으라 했더니 흙 만지고, 잡담 폭발.

 “얘들아, 줄 맞춰! 조용!”

 목소리만 갈라졌다.

 줄도 안 맞고, 시범도 못 보여줬다.

 결국 한 판도 못 하고 종이 울렸다.

 와… 체육에서 이렇게 털릴 줄은.

 내 자존심: 티볼공처럼 땅바닥에 굴러감.


네 번째 수업 – 음악

 드디어 내 전공. 음악이면 진짜 보여줄 수 있지.

 “자, 기악 합주 해보자. 근데 악기 만지지 마. 아직— 아니 만지지 말라니까!”

 이미 애들은 리코더 불고, 탬버린 두드리고, 북 치고… 개콘 무대급.

 “각자 하고 싶은 악기 해보자.”

 … 악기 쟁탈전 시작. “내 거야!” “하지 마!”

 나는 그냥 사회자 됨.

 연습 시간 줬는데, 애들 절반은 악보 못 봄.

 “선생님, 이거 뭐예요?”

 “이 음표 뭐예요?”

 결국 합주는 개판 오 분 전. 박자 따로, 음 따로.

 종 치자마자 애들 소리 지르며 나가고, 나는 의자에 털썩.

 와… 음악마저 망함. 내 전공인데 이 꼴이라니. 진짜 레전드로 개망.


다섯 번째 – 충격


 그래도, 괜찮아. 이건 다 콘텐츠야. 어디 한번 올려볼까?

 제목: ‘엉망진창 교생, 리얼 고군분투기.’

 시청자들은 이런 거 좋아하거든.

 편집해서 업로드. 아이들 얼굴은 대충 블러. 자막에 “현실 교생, 수업 개박살!” 넣으면서 뿌듯해했다.

 “조회수 폭발 가자~”

 근데 몇 시간 후.

 알림 창에 빨간 글씨.

 “개인정보 유출 사유로 영상이 삭제되었습니다.”

 … 뭐?

 하나 둘이 아니고, 올린 전부 다. 내 채널, 통째로 날아갔다.

 나는 멍하니 화면만 봤다. 손끝이 떨렸다.

 아니… 이건 진짜 선 넘은 거 아냐? 그냥 현실 보여준 건데 왜 신고질이야?

 분노가 치밀었지만, 곧 이상한 공허함이 덮쳤다.

 근데… 솔직히 수업 자체가 노답이긴 했지. 내가 우습게 본 그 수업이, 결국 날 이렇게 박살 낸 거네.

 오늘 깨달았다.

 교사라는 거, 진짜 장난 아니네.

 브이로그? 조회수? 그건 다 부질없었다.… 현타 세게 옴.


S5. 상실과 변화


 수업이 이어질수록 김소리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졌다.

 처음만 해도 그는 속으로 ‘내가 더 재밌고 현대적인 수업을 보여줄 수 있지’라고 자만심을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전혀 달랐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예측 불가능했고, 수업은 작은 변수 하나에도 금세 무너졌다.

 준비한 자료는 시간 배분에 맞지 않았고, 오히려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었다. 아이들이 떠들면 그는 목소리를 높였지만, 그럴수록 교실은 잡음으로 가득 찼다.

 수업을 마치고 교생일지에 그는 짧게 적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다. 다들 어떻게 버티는 거지?”

 그의 자신감은 빠른 속도로 무너져 갔다.

 수업 통제에 연거푸 실패하고, 준비해 온 자료는 누락되기 일쑤였다. 처음엔 “내 방식이 맞다”는 듯 고개를 들고 다녔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눈빛이 흔들리고 말수가 줄었다.

 식사 시간에도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밥을 씹는 소리만 입안에서 메마르게 울렸다.

 반면, 옆자리 여자 교생 네 명은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이야기하며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애들이 장난으로 제 이름 삼행시를 지었는데요…”

 “수업 시작 전에 다 같이 기도하듯 손 모으는 게 너무 귀엽지 않아요?”

 김소리는 그 대화 속에 끼어들지 못했다. 한 마디만 해도 분위기가 끊길 것 같았다. 결국 그는 조용히 휴대폰만 바라봤다. 화면은 켜져 있었지만, 손가락은 더 이상 영상을 찍지 않았다.

 아, 그냥 사라지고 싶다. 진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다.

 그날 오후, 지도교사와의 협의 시간이 찾아왔다. 정수학은 늘 그렇듯 침착한 태도로 교생들을 맞았다. 다른 교생들이 질문을 주고받는 동안 김소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손끝만 자꾸 꼼지락거렸다.

 정수학이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김소리 선생님, 혹시 궁금한 거 없습니까?”

 잠시 정적이 흘렀다. 김소리는 시선을 떨구었다가 어렵게 입술을 열었다.

 “… 선생님.”

 그의 목소리는 전과 달리 낮고 조심스러웠다.

 “애들 노트북… 어떻게 나눠 주나요?”

 정수학은 잠시 눈을 마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김소리는 그 순간 알았다. 자신이 처음으로 진짜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S6. 교생 자랑대회


오후의 교무실은 조용한 듯 떠들썩했다. 실습지도교사 다섯 명이 둥그렇게 모여 앉아 실습 상황을 공유하고 있었다.

 강인봉 교무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 반 한이슬 교생은 체육시간만 되면 애들 사이에 같이 뛰어들어가요. 땀범벅이 돼도 표정 하나 안 바뀌고. 아이들이 아주 환호합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흐뭇함이 가득했다.

 전수형 연구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맞받았다.

 “이은정 교생은 참 세심해요. 아이들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작은 표정 하나도 놓치지 않죠. 인기도 최고입니다.”

 임진한 정보부장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이진영 교생은 뭐랄까… 손댈 게 없네요. 지도안이 완벽하고 수업도 매끄러워요. 그냥 바로 교사라고 해도 될 정도예요.”

 고철진 윤리부장은 팔짱을 끼며 미소를 지었다.

 “허윤아 교생은 아이들과 금세 친해졌습니다. 성격이 싹싹해서 애들이 먼저 다가가더군요. 사실상 가르칠 게 없을 정도예요.”

 교무실 안에 웃음소리가 돌았다. 다들 자랑에 여념이 없었다.

 모두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정수학에게 향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 김소리 선생님은 어제 처음으로 질문을 하더군요.”

 순간 분위기가 잠시 멈췄다. 늘 시큰둥하던 김소리가 질문을 했다는 사실이 의외였던 것이다. 정수학은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는 않더군요. 자기가 뭘 모르는지 아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임용고시 몇 달 준비했다고 다 아는 건 아니죠.”

 짧은 말이었지만, 교무실 공기는 묘하게 달라졌다. 다른 교사들의 입가에도 고개 끄덕임이 번졌다. 김소리가 처음으로 언급된 순간이었다.


S7. 정수학의 지도 편


 늦은 오후, 교무실 창밖으로 햇살이 기울고 있었다. 김소리는 교생일지를 펼쳐 놓은 채 고개를 떨군 채 앉아 있었다. 그 옆에 앉은 정수학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김소리 선생님, 오늘 국어 수업 때 힘들었지요?”

 김소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 애들이 글쓰기를 전혀 못 따라와서요.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습니다.”

 정수학은 잠시 웃음을 지으며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두드렸다.

 “그럴 겁니다. 언어의 네 가지 기능, 듣기·말하기·읽기·쓰기 중에서 가장 고차원적이고 힘든 게 쓰기입니다. 그중에서도 창작은 교사도 두려워할 만큼 어렵죠. 글쓰기는 단순히 종이에 글자를 늘어놓는 게 아니라, 사고를 구조화하고 표현하는 고도의 활동입니다.”

 김소리는 잠시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의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지도할 때는 ‘과정 중심’ 접근이 필요합니다. 계획, 내용 생성, 조직, 표현, 고쳐쓰기. 이 다섯 단계를 반드시 거쳐야 해요. 오늘 수업에선 아이들이 곧바로 글을 쓰다 보니 길을 잃은 겁니다. 주제와 제재에 맞는 활동을 교사가 잘 안내해야 합니다. 시나 동화 같은 창작은 난도가 높으니, 주장하는 글, 설명문, 편지, 일기 같은 생활문부터 시작하는 게 효과적이에요. 그 경우 글의 형식을 시각화해 주는 비주얼 싱킹 기법을 활용하면 아이들이 훨씬 수월하게 접근합니다.”

 김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정수학은 이어서 체육 이야기를 꺼냈다.

 “그리고 체육. 체육 수업은 핵심이 간단합니다. 학생들의 실제 운동 시간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이게 성패를 가릅니다.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은 반드시 하고, 줄 세우기나 통제는 큰 목소리로 소리치는 게 아니라 호루라기나 수신호로 일사불란하게 해야죠. 중요한 건, 학생의 개인 수준에 맞게 조정할 수 있는 변형 활동을 제공하는 겁니다. 예컨대 스테이션 순환식 활동—여러 코너를 돌며 각자 수준에 맞게 참여하는 수업 모형을 쓰면 훨씬 안정적이죠.”

 김소리의 눈빛이 살짝 달라졌다. 내가 그냥 목소리만 키우며 애들 줄 세우려 했던 게 문제였구나….

 정수학은 곧 수학 지도 이야기도 덧붙였다.

 “수학교육의 핵심은 활동입니다. 단순 계산 문제를 풀고 끝내면 10분 안에 수업이 끝나는 건 당연해요. 중요한 건 아이들이 사고할 수 있는 활동을 설계하는 거죠. 오개념을 드러내고, 그것을 바른 개념으로 교정하는 토론, 게임, 조별 탐구. 이런 활동이 없으면 수업은 금세 무너집니다.”

 김소리의 손끝이 펜을 더 세차게 움직였다.

 마지막으로 정수학은 음악 수업을 언급했다.

 “음악은 전공자라도 지도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악보 읽기를 어려워하니까요. 기악 수업은 ‘전문가 학습 모형’을 활용하는 게 좋습니다. 같은 악기끼리 모둠을 짜고, 그 안에서 가장 잘하는 학생을 ‘또래 교사’로 세워서 지도하게 하는 거죠. 그렇게 해야 교사가 일일이 모든 학생을 가르치느라 지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동료와 배우는 과정에서 훨씬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김소리는 잠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교재에나 나올 법한 교육학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오늘만큼은 그 말이 공허하게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구체적이고 필요한 답 같았다.

 정수학은 마지막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맺었다.

 “김소리 선생님, 중요한 건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처럼 질문하고 배우려는 태도, 그게 시작이에요.”

 김소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되물었다.

 내가 진짜 교사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무엇을 바꿔야 할까?


S8. 일일 담임교사 그리고 수업공개

 실습 마지막 주 수요일, 김소리는 드디어 하루 종일 담임 역할을 맡는 ‘일일담임교사’에 도전하게 되었다.

아침 8시, 교실 문 앞에 서서 아이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어서 와요!”

 첫 10분 만에 목이 쉴 것 같았지만, 그는 서둘러 호루라기를 꺼내 들었다.

 ‘목소리로 통제하지 말고 신호로 집중시키세요.’

 정수학의 조언이 떠올랐다.

 “삑—!”

 짧은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에게로 향했다. 갑자기 교실에서 호루라기 소리를 들은 학생들은 놀랐지만 순식간에 집중이 되었다.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효과는 좋았다. 그제야 출석을 부르고, 숙제 검사를 하고, 아침활동을 준비할 수 있었다.

정수학은 ‘아이고, 그렇게 하라는 건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하면서 살짝 웃음을 지었다.

 아이들이 동시에 질문을 쏟아냈을 때도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한 명씩 얘기하자. 차례대로.”

 줄을 세워 의견을 정리하는 방법은 이제 어색하지 않았다.

1교시는 국어였다. 전에는 아이들이 ‘뭘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우왕좌왕하던 글쓰기 활동. 이번엔 달랐다.

 “여러분, 오늘은 일기를 쓸 거어요. 그런데 그냥 쓰지 않고, 다섯 단계를 차례대로 해볼 거예요.”

 칠판에는 큼지막하게 글씨가 쓰였다.

 ① 계획하기 → ② 내용 떠올리기 → ③ 조직하기 → ④ 표현하기 → ⑤ 고쳐쓰기.

 김소리는 먼저 주제를 좁혀 주었다.

 “어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나는 일을 하나 골라보세요. 그리고 그림으로 간단히 표현해 보세요. 이게 오늘 글의 뼈대가 됩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자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저는 친구랑 놀이터에서 놀았어요!”

“저는 엄마랑 마트 갔어요!”

 그는 그제야 알았다. 맞아, 주제와 제재를 구체화해 줘야 아이들이 출발할 수 있구나.

 수업 말미, 몇몇 아이들은 고쳐쓰기 단계까지 갔다. 뒷자리에서 정수학의 눈빛이 조용히 반짝였다.

 2교시는 수학. 지난번처럼 20분 만에 수업이 끝나는 일은 없었다.

 “얘들아, 오늘은 곱셈 단원이에요. 그런데 그전에 선생님이 준비한 문제 하나 볼까요?”

 그는 일부러 아이들이 흔히 하는 실수를 칠판에 적었다.

 24 × 3 = 62

 아이들이 웅성거렸다.

 “틀렸어요!”

 “왜 틀렸을까?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김소리는 아이들을 둘씩 짝지어 토론하게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이 있으면 발표해 보자.”

 발표가 이어졌고, 잘못된 계산 과정을 스스로 고쳐 나갔다. 그래, 활동은 단순 계산이 아니라 사고를 자극해야 한다. 오개념을 드러내고 교정하면서 본문제와 활동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하였다.

 3교시 체육. 운동장에 나가자 아이들의 얼굴이 벌써 들떠 있었다. 마치 사냥을 나가기를 원하는 야수 같은 모습의 아이들. 이 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오늘은 티볼이에요. 근데 그냥 하는 게 아니라, 3개의 스테이션을 돌면서 연습을 한 후 팀을 나눠서 게임을 할 거예요. 이쪽은 배팅, 저쪽은 캐치, 저기는 베이스 달리기 훈련!”

 스테이션을 구성해 놓은 덕분에 아이들이 동시에 활동할 수 있었다. 호루라기를 불면 다음 그룹이 이동했다.

 “삑—! 교대!”

 그러나 한 모둠에서 작은 다툼이 일어나자 그는 곧바로 모둠의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웠다.

 “각자 차례대로 말해보자.”

 차분히 이야기를 들은 뒤, 두 아이는 악수로 마무리했다.

 멀리서 지켜보던 정수학이 눈으로 ‘좋다’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배식도 미리 준비한 번호표를 이용했다.

 “자, 오늘은 점심시간 전에 나눠주었던 번호표 순서대로 줄을 서세요.”

 새치기는 줄었고, 줄은 한결 매끄러워졌다. 김소리의 식판은 반쯤 비었지만, 아이들의 질서 잡힌 움직임이 그를 이상하게 뿌듯하게 만들었다.

드디어 대표수업공개 – 음악 기악합주

 목요일, 교생 대표수업공개 날이 되었다.

 김소리는 음악 전공을 살려 ‘악기 앙상블’을 준비했다. 지난번과 달리 그는 전문가 학습모형을 적용했다. 같은 악기끼리 모둠을 만들고, 가장 능숙한 아이를 ‘작은 선생님’으로 세웠다.

 “리코더 모둠, 작은 선생님 누구 할래?”

 “저요!”

 아이들은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조금씩 연주를 맞춰 갔다.

 악보도 색깔과 그림으로 단순화했다.

“빨간색은 리듬, 파란색은 멜로디야.”

시각적인 안내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합주 시간. 여러 파트의 소리가 예상보다 잘 어울렸다. 참관하던 교사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그리고 아이들 스스로 박수를 쳤다.

 “오늘 수업은 여러분이 만든 공연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소리가 허리를 숙였다.

 뒤편에서 정수학이 묵묵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예전처럼 날카롭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오히려 ‘이제 쪼끔 하네?’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날 저녁, 김소리는 교생일지에 이렇게 적었다.

 “교사란 하루를 버티는 사람이 아니라, 배운 것을 나누며 하루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S9. 학년 운동회


 아침부터 운동장은 분주했다. 아이들은 반티를 맞춰 입고 청군, 백군 표시 띠를 두르며 서로 사진을 찍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김소리는 그 속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녔다.

“줄 똑바로 서자! 자, 청군은 이쪽, 백군은 저쪽!”

목이 쉬어라 소리를 질렀지만, 얼굴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처음엔 ‘초등학교 운동회라니, 이런 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겠어? 귀찮기만 하겠군.’

라며 냉소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런 생각이 들자 순간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러나 눈앞에서 아이들이 큰 공을 굴리며 넘어지고 깔깔대고, 단체 줄넘기에서 박자가 맞아 뛸 때마다 환호하는 모습을 보니, 어느새 그의 손도 높이 들려 있었다.

 “하나, 둘, 셋, 더 높이! 더 높이!”

 아이들과 함께 땀을 흘리고 소리 지르며, 김소리는 자기가 언제 이렇게 몸을 던져 놀아본 적이 있었는지 곰곰이 떠올렸다.

 마지막 청군·백군 계주가 시작되었을 때, 운동장은 마치 작은 올림픽이 되었다. 아이들이 바통을 쥐고 달릴 때, 김소리의 심장도 같이 뛰었다. 마지막 주자가 결승선을 통과하자, 터져 나오는 함성과 함께 김소리의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게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함께 땀 흘리며 느끼는 해방감이구나. 아이들에게만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필요한 순간이었구나.

 하루가 끝난 뒤, 아이들과 단체 사진을 찍을 때 김소리는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긴 그의 표정은, 더 이상 시큰둥한 교생이 아닌, 진짜 선생님의 얼굴에 가까웠다.

 정수학과의 마지막 협의 시간.

 김소리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선생님, 질문이 있어요. 왜 아이들 운동회가 이렇게 재미있을까요? 솔직히 전 처음엔 유치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뛰어들다 보니, 제일 크게 소리 지른 게 저더라고요.”

 정수학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운동회가 재미있는 이유요? 그건 아이들은 어떤 계산도 없이 정말 순수한 놀이를 하는 것이었으니깐요. 그 속에 선생님이 들어갔으니, 재미없을 수가 없겠죠.”

 김소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노트에 적었다. 아이들과 함께 뛰는 순간, 교사와 학생 사이의 벽이 낮아진다.

 잠시 뒤 정수학이 일어섰다.

 “저는 이제 아들들 데리러 먼저 가봐야겠네요. 협의록은 거기 두시고.”

 혼자 남은 김소리는 협의록에 남겨진 글을 발견했다.

“김소리 선생님이 운동회에서 가장 즐겁게 시간을 보내시더군요.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아마도 이제 교생이 아니라 진짜 선생님이 되셨나 봐요. 고치를 벗어난 나비 같은 김소리 선생님. 4주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김소리는 알 수 없는 전율이 등줄기를 스쳤다. 나도…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되고 있는 건 아닐까?


S10. 수료식


 4주가 지나 어느덧 수료식 날 아침. 교무실 앞 작은 회의실에는 교생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긴장감과 아쉬움이 뒤섞인 공기가 감돌았다. 이태웅 교장이 들어서자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여러분,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태웅 교장은 잠시 교생들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교사는 그냥 하는 게 아니지요. 수업 하나, 생활지도 하나에도 수많은 고민과 책임이 담깁니다. 여러분의 선배 선생님들은 그런 걸 벌써 10년, 20년씩 이어오고 계십니다. 여러분도 앞으로 그 길을 걸어가야겠지요.”

 말은 짧았지만, 그 속에는 무게가 담겨 있었다. 교생들은 고개를 숙이며 마음속에 새겼다.

 이수증 전달식이 이어졌다. 교장 선생님이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증서를 건넬 때, 교생들은 두 손으로 받아 들고 허리 숙여 인사했다. 종이 한 장이었지만, 지난 4주간의 땀과 고민이 고스란히 담긴 증거였다.

 순서가 끝난 뒤, 교사들과 교생들이 서로 악수를 나누었다. 김소리는 정수학과 손을 맞잡는 순간,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처음의 어색함, 수업 중의 긴장, 운동장에서의 좌충우돌, 그리고 마지막에 함께 웃었던 순간들까지.

 그때 정수학이 특유의 장난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어때요? 이제 꿀벌 될 수 있겠어요?”

 뜻밖의 말에 교생들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누군가는 “네! 일벌처럼 열심히 하겠습니다!” 하고 외쳤고, 또 누군가는 배를 잡으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강인봉의 스마트폰 카메라 앞에 모두가 모였다.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셔터가 눌리는 순간, 교생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단순히 실습을 마친 것이 아니라, 교사의 길에 첫 발을 내디딘 증거였다.


제4화 교생실습 끝.


에필로그 – 찾았다, 범인!


 교생실습실. 지도교사들이 서류를 정리하며 오늘도 분주하다. 커피잔 냄새가 은은히 퍼진다. 그때 갑자기 강인봉이 문을 벌컥 열고 뛰어 들어왔다.

 “이거 보세요! 김소리 또 VLOG 올렸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한순간에 강인봉의 휴대폰 화면으로 모였다. 작은 화면 속에서 김소리가 환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었다.

 영상 제목:

 《나는 교생이다. 아니 이제부터는 교사다!》

 화면 속 김소리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지도교사 정수학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한 우리 반 아이들도 사랑해요.”

 피곤하지만 뿌듯함이 묻어나는 얼굴이었다.

 “저는 첫날 교사는 꿀벌이라고 말했어요. 교사라는 직업은 꿀 빠는 직업이고, 초등학교는 누구나 다 가르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죠. 하지만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려면 교육학적 전문 지식과 기능, 그리고 인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심오한 직업… 저는 이제 그 길을 걷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를 이렇게 변화시켜 주신 참결초등학교 정수학 선생님과, 4학년 3반 학생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실습실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모두가 화면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와, 감동인데요?”

 “정말 애 많이 컸네.”

 “정수학 선생님 덕분이네.”

 그런데 그때, 구석에서 팔짱을 낀 정수학이 느릿하게 다가오더니 휴대폰을 빼앗아 들었다. 아무 말도 없이 화면 아래 ‘신고하기’ 버튼을 꾹 눌렀다.

 “어, 어? 선생님 뭐 하세요?!”

 “아니 왜 신고를…”

 정수학은 태연하게 ‘개인정보 유출’을 사유로 체크한 뒤 제출했다.

 “끝.”

 순식간에 영상이 정지 처리 되자, 지도교사들은 술렁였다.

 “왜요? 왜요?”

 정수학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내 이름 두 번 나왔잖아. 학교 이름까지 나왔고.”

 순간 다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동시에 외쳤다.

 “잠깐만요! 그러면 전에도 혹시… 전에도 그때도?”

 정수학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입꼬리를 슬쩍 올리며 서류를 정리했다.

 바로 그때, 정수학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발신자 이름은 ‘꿀벌 놈’.

 모두가 숨을 죽이며 그를 바라봤다. 정수학은 휴대폰을 힐끗 보더니 피식 웃었다.

 “내가 왜 학생들 전화번호 절대 안 지우는 줄 알아요? 누군 줄 알아야..”

 그리고는 곧바로 ‘수신 차단’ 버튼을 눌렀다.

 순간 실습실 안은 함성과 야유로 가득 찼다.

 “와.. 역시… 범인은 현장에 있었구나!”

“나 애기 데리러 가요. 즐거운 주말.”


제5화는 2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