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치(三痴)

by 김성철

삼치(三痴)라 하면 춤을 출 때 몸의 움직임이 박자를 따르지 못하고 혼자 흥에 겨워 노는 몸치, 노래 부를 때 홀로 음이 이탈하여 다른 세상으로 가는 음치, 그리고 박자가 제작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살아 움직여 따로 노는 박치, 이렇게 세 가지가 경지에 이룬 사람을 말한다. 물론 이 삼치의 정의는 나 혼자 자의적으로 내린 결론이며 국어사전에서 찾을 수 없는 정의이다.

나는 이러한 삼치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고 그 주변을 맴돌고 있어 가끔 노래를 부르면 음정이나 박자가 잘 맞다가도 갑자기 늦거나 빠르거나 살아 움직인다. 예를 들어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같이 반 박자가 들어가는 노래는 혼자만 흥얼거리고 행여라도 누가 들으면 ‘편곡의 귀재’라고 놀렸지만 나는 아직도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나는 흥이 없어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닥쳤을 때 감정 표현을 못 한다. 기쁠 때는 소리 지르면서 춤이라도 추고 싶고, 슬플 때는 서로 손잡고 큰 소리로 울고 싶지만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워 자신을 돌아보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부모님이나 가까운 분이 돌아가셨을 때 남들은 관을 붙들고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다시 만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하지만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그리하지 못했다. 다시는 보지 못하는 슬픔을 남들과 같이 표현하지 못하고 흐르는 눈물을 막지 않으므로 그 슬픔을 대신했다.

내가 대학 생활을 시작하고 친구들과 많이 불렀던 노래는 아침이슬과 타박네다. 두 곡 모두 저항가요로 금지곡으로 지정되었다. 지금은 풀렸지만, 당시에는 방송 금지곡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더욱 이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모두 떼창하기 좋은 노래였고 학교 앞 막걸리 집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그저 서로가 자기 흥에 겨워 다 같이 소리 높여 부르기 좋았다.

타박네는 전국적으로 전래 동요로 불리고 추모요로 알려졌으며 지방마다 약간의 가사가 다르고 ‘다북녀’‘따북녀’‘다복녀’등 서로 약간은 다른 이름으로 불리우기도 한다. 엄필진(嚴弼鎭)이 지은 『조선동요집(朝鮮童謠集)』에서 엄필진은 「내 어머니 젖맛」이라는 성천(成川) 지방 동요를 소개하고 나서, 뒤에 평안북도 지방의 방언으로 머리 더부룩한 소녀를 이르는 말이요.”라고 주(註)를 달아 놓았다. 이 노래는 4·4조로 이어지는 문답체 동요로, 명령과 부정의 문답식 대화가 계속되다가 결사(結詞)에 가서는 어머니의 무덤을 찾게 된다. 이 작품의 고난과 시련, 성취의 구조는 마치 설화 구조를 닮고 있다고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 기록되어 있다.

타박네를 부른 가수는 여럿이 있지만 70년대 당시 3대 포크 가수로 회자 되었던 서유석, 김민기, 한대수 중 서유석이 부른 타박네는 함경도 지방의 구전 가요로 빠른 박자로 크게 높거나 낮지도 않은 음정에 엄마를 잃은 소녀가 엄마의 무덤가에 찾아가 엄마를 그리는 노래이지만 그때 그 시절에 다 같이 떼창하기가 좋은 노래였다.

특히나 가수 서유석은 청소년 핸드볼 국가대표 출신이라는 이색적인 이력을 소유하고 구수한 입담과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며 중저음의 진성과 가성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창법으로 인기몰이했다. 그래서 내가 더 좋아하고 이 노래를 불렀는지도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회식 자리에서 노래하게 되면 무반주로 편곡해서 부르기 좋았고 노래방에서 부르려면 반주를 최소로 하고 가사만 보고 내 맘대로 부르기 좋았다.

지난 토요일 저녁 안양 시내를 지나다가 안양 일번가 토속 막걸리집에서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길을 가다 말고 한참을 가사를 음미하며 서 있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이제 이 년이 흘렀다. 장례를 치르는 그 순간에는 어머니와 같이하던 시간들이 다시 올 수 없어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더니 이제는 조금씩 잊혀져 가고 있다.

그런데 노랫말이 하나하나 가슴에 와 닿으면서 이제야 부모님 살아생전 좋은 것을 다 못해 드린 것, 또 이제는 그리 못하는 현실에 가슴 아파졌다.

우리는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힘들면 부모님 품을 찾지만, 조금 형편이 나아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또 잊고 산다.

우리는 소중한 것이 내 품 안에 있을 때는 소중한 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것이 나를 떠난 후에야 아쉽고, 그리운 존재가 되어 버린 후에야 필요함을 느낀다..

부모님이 떠나신 후가 그렇고, 건강이 나빠진 후가 그렇고, 커다란 꿈을 품고 사직한 일이 예상대로 되지 않을 때가 그렇다. 가게 앞을 떠나오면서 혼자 조용히 노랫말을 음미해 본다.

‘타박타박 타박네야.너 어드메 울고가니

우리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 간다.

물이 깊어서 못 간단다. 물이 깊으면 헤엄치지.

산이 높아서 못 간단다. 산이 높으면 기어가지

명태 줄라, 명태 싫다. 가지 줄라,가지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집에 가면 꼭 원곡을 찾아서 원곡대로 불러 봐야겠다. 서유석의 독창적인 창법은 흉내를 내지 못해도 돌아가신 어머님을 생각하며 그 감정을 담아 부를 수 있도록, 언젠가는 나도 삼치의 경지를 멀리 벗어날 수 있는 때가 있기를 믿고, 꿈꾸면서 불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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