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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Apr 11. 2024

당신의 치즈는 무엇입니까?

Jailbreak

"Knowing yourself is the beginning of all wisdom." (Aristotle)


병원 침대에 누워있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LG에서 시니어케어 Task 리더를 하던 시절이었다.

몇 달간의 강행군 끝에 최종보고를 앞두고 몸에 탈이 났다.
속은 메슥거리고, 온몸은 식은땀으로 범벅이 되고
삭신이 쑤셔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급히 병원에 갔는데 급성 장염인 것 같다고 최소 3~4일은 입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발 수술 이후 두 번째 입원이었다.

어쩔 수 없이 예정에 없던 입원을 하긴 했는데
머릿속에는 온통 최종보고 생각뿐이었다.


그날 저녁, 침대에 누워 무심결에 들어보니

왼편의 남자는 교통사고가 크게 나서 차가 전복이 되었다고 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영상 검사를 받으러 다니고
물리치료도 받으러 계속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도 빨리 집에 가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께 사정한다.
꽃집을 하는데 금전적 손해 때문에 가게를 계속 닫아놓을 수 없다고...

오른편의 남자는 폐렴이 심하게 왔다고 했다.
쇳소리 나는 거친 숨을 쉬고 밤새 가래가 낀 기침을 연신 해댄다.
간호사에게 말하는 걸 들으니 물건이 또렷하게 두 개로 보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주말엔 꼭 퇴원해야 한다고 부탁을 한다.
시야가 그런데 생활이 가능하겠냐고 만류를 해도
회사에 눈치가 보여서 더 이상은 안될 것 같다고...


나도 나지만 다들 참 열심히 사는구나.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살고 있는 걸까.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고 어마어마한 돈을 번 사람들은

아직도 충분하지 않다며 직설적인 독설을 아끼지 않는다.

죽도록 원하면 해낼 수 있다. 끝까지 버텨라.

포기하지 마라. 앞만 보고 달려라.

부의 추월차선을 타라. 젊어서 성공해야 진짜다.

나도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다.

꿈. 성공. 부. 유명세, 존버...

다른 한편에서는 스타 강사들이 나와서
힘든 이들을 어루만지며 힐링의 말을 들려주기도 한다.
아픈 건 당신뿐만이 아니다. 다들 그렇게 살아간다.
힘들면 조금 쉬어가도 된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 지금을 즐겨라.
소소한 일상이 진정한 행복이다.
남과 비교하지 마라. 부질없는 욕심을 버려라.
내려놓음, 치유, 여유, 소확행...

듣기에 따라 전혀 상반된 말들일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가 한쪽은 맞고 한쪽은 틀리다고 하겠는가?
둘 다 맞다.

결국 내가 나를 알아야 한다.
둘 중 나에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내 마음은 무엇에 끌리며, 나는 어떤 생각을 할 때 눈이 반짝이는지 알아야 한다.

만약 당신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커다란 성공에 목마르고
세상에 없던 뭔가를 만들어 지구에 흠집을 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소확행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만약 당신이 큰 욕심 없이 금요일에 친구들을 만나 함께 치맥을 하거나
주말에 가족들과 공원 잔디밭에 앉아 쉬는 게 제일 좋은 사람이라면
존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성공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많은 돈을 벌어 큰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왕이면 그러면 좋지'를 꿈과 헷갈리면 안 된다.

인생에서 소중한 다른 것들과 바꿀 수 있는가 물어야 한다.

아이들이 자라는 것을 보거나, 가족들과 함께 떠나는 여름휴가를 포기할 수 있는가?

주말에 유일한 취미인 등산을 하거나, 소중한 친구들과의 와인모임을 포기할 수 있는가?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를 보면  

치즈는 성공과 행복의 상징이다.
어느 날 창고에서 치즈가 모두 사라진 것을 발견하는 순간
계속 예전 기억에 머무르며 기다리자고 하는 사람이 있고
다시 새로운 치즈를 찾아 미지의 모험을 떠나는 사람이 있다.

이 훌륭한 이야기의 끝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움직이면 새로운 치즈를 찾을 수 있다는 도전적인 메시지이지만

감성적인 일반론에 모두가 부화뇌동할 필요는 없다.

내가 가슴 깊이 진심으로 원하는 치즈가 무엇인지 모른다면
새로운 치즈창고를 발견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도파민이 솟아나는 나만의 치즈.

이번 생의 내 치즈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
그게 중요하다. 솔직해야 한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PS.

이틀 만에 서둘러 퇴원하고 회사에 복귀하여 최종보고를 준비했으나

며칠 뒤 갑자기 회장님이 지병으로 돌아가시게 되면서
몇 달간의 수고와 노력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인생에는 전혀 예상할 수도 없고, 안다 해도 내가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난 다시 훌훌 털고 새로운 치즈창고를 찾아 떠나야 했다. 
 

(Who moved my cheese, Powered by DALL.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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