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지만 신나는 스몰토크의 세계
How are you?으로 시작되는
영국의 스몰토크.
영국에서 와서 처음으로 맞아본 어색한 스몰토크는 이제는 일상이 되었다. 플랫에서 잠깐 요리를 하러 주방에 나오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인사말이다. "How are you?"
플랫메이트들 뿐만이 아니다. 오늘 처음 본 카페의 바리스타분도 손님이 들어오면 이 인사를 건넨다.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다.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아임파인땡큐앤유를 던지면 그 친구는 자기의 일과를 쭉 나열해 준다. 오늘은 헬스장을 갔었고 수업은 몇 개를 들었고 사소한 정보를 늘어놓기 시작한 친구는 '정말~ 힘든 하루'였다고 투정하며 냉장고 문에 기댄다. 그 뒤에 나에게 눈빛을 보낸다. 나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기대하는 눈치이다.
그제야 나도 나의 하루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지루한 일상이지만 그 속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이야기가 떠오르면, 나는 바로 그 친구들에게 곧장 이야기한다. 근육통이 나서 고생했다고 토로하며 꾸준한 운동은 정말 힘들다고 투덜거리자, 내 플랫메이트는 근육통을 빨리 나을 수 있는 팁을 슬며시 알려준다.
이 인사말 하나로 나는 이 친구들과 본 지 한 달밖에 안되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일상을 꿰고 있다.
아침 수업이 일주일 내내 있는 Sam부터
수요일과 금요일은 공강에 늘 아침에 깨자마자 헬스장을 가는 Rhian.
부엌에서 한 명이라도 안 보이면
무슨 일이 있나 걱정하게 된다.
가끔 스몰토크가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키친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입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키친 문을 열기 전에 불이 켜져 있나 안 켜져 있나를 확인하기도 한다. 힐끔거리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눈치를 보는 것이다.
사람이 있으면 약간의 마음의 준비를 하고 문을 연다. 좀 전까지는 힘들어서 축 쳐져 있더라도, 플랫메이트를 만나면 이제는 나부터 인사를 건넨다.
내가 지내던 기숙사 플랫의 구조는 방 5개의 키친 한 개다. 그런 만큼,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는 각자의 방에서 지낸다.
게다가 플랫메이트들은 운 안 좋게도 교환학생 한 명 없이, 전부 영국인이다. 나와 접점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오직 키친에서만 우리는 만나곤 한다.
이 인사말이 없었으면 말꼬를 틔기 힘들었을 것이다.
낯선 이도 일상을 알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친숙해진다. 이 정도로 쌓았던 플랫메이트들 간의 친숙함은 스몰토크 덕분이다.
한국에서는 하지 않는 이 외국의 인사말이 나는 그래서 그런지 때로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