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의 일정으로 며칠째 서울에 머물고 있다. 옛날 대구에서 함께 근무하던 사람들과의 운동, 고등학교 선배들과의 모임, 중학교 선배들과의 저녁모임 등이다.
강화에 살다가 보니 서울에서 하는 모임을 매번 참석하기 어려워 날짜를 가급적 몰아서 잡다가 보니 모임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어떤 모임은 1년에 두 번 정도 보는 모임이기도 하고 어떤 모임은 2-3달에 한 번 정도 보는 모임도 있다. 이런 모임은 그냥 친목 모임일 뿐이어서 모여서 흘러간 옛날 얘기나 하고 가끔은 현재에 대하여 푸념이나 비난을 하기도 하지만 어떤 대안이나 건설적인 것은 거의 없다. 어떻게 보면 안 해도 될 모임이지만 이런 모임마저 참석 안 하면 너무 사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그래도 가급적 참석하려고 한다.
참 많은 모임들을 정리했다. 친구들 모임도 1-2개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이런 관계들을 너무 안 하게 되면 외톨이가 되는 것 같기도 하여 이어가고 있지만 그렇게 의미 있는 모임들은 아니다. 그래도 참석할 만한 모임들은 계속 나가볼 생각이다. 모임의 재미나 생산성, 의미, 공헌성에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좀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참석하고 나면 허무하거나 시간만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들이 다 그런 것 아니던가. 전부 재미있고, 유익할 수만은 없는 것이고 그런 모임을 통해 시간도 때울 수 있으니 너무 억울해할 것은 아니다. 모임을 하면 돈과 시간도 드는데 어쩔 수 없다. 물론 좀 더 유용하게 돈과 시간을 사용하면 좋겠지만 너무 효용성만 따질 것은 아니다. 비효용도 있어야 효용이 더욱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런저런 모임에서 나와 교류하던 사람들의 근황을 듣게 되는 것도 모임의 큰 재미이다. 직접 만나서 소식을 못 들으니 주변사람들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소식을 접하고 그 사람이 현재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런데 이런 소식들은 대게 정확하지 못하고 전달하는 사람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 것이라 백 프로 믿을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뒷담화’로 듣는 것도 뒷담화 자체로서의 재미도 있다. 그렇지만 이런 뒷담화들은 항상 주의를 요한다. 근거가 희박하거나 과장이 섞이기 일쑤이고 검증이 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재미로서 듣고 흘려보내야 한다. 당사자가 없는 상태에서 들은 이야기들을 여과 없이 다시 전달하거나 퍼뜨리면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도 일어난다. 그래서 남의 얘기는 가급적 하지 말라는 것이다.
공조직에서 공적인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비선을 통하여 들은 이런 이야기들을 공개적으로 하였다가 엉터리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 불법적이거나 사회에 큰 폐해를 가져오는 일들을 많이 보아왔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책임도 지지 않으니 마구 퍼뜨려서 혼란을 가중하기도 한다. 언젠가는 부메랑으로 돌아와서 제 살을 파먹을 것들이다.
나는 강화에 살다 보니 전달할 이야기는 거의 없어 주로 듣는 편이고, 모임의 횟수도 적으니 퍼뜨릴 기회도 적어 그나마 다행이다.
남의 얘기를 내 입으로 하는 것은 구업(口業)을 쌓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의 경전(千手經) 첫머리에 정구업진언(淨口業眞言)이 있다.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