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아침에

2024년 설날

by 프로스윤

오늘은 설날이다. 어제는 많은 귀성객이 저마다의 고향으로 오간다고 분주했다. 우리 두 딸들도 어제저녁에 퇴근해서 지하철을 타고 김포 개화역을 거쳐서 강화로 왔다. 나는 개화역으로 마중을 나가고 집사람은 혹시 왔다가 헛걸음할지도 모를 길고양이를 위하여 집에서 대기하였다. 평소 같았으면 집사람도 같이 개화역으로 자동차 옆좌석에 타고 갔지만 아이들이 워낙 길고양이 까망이를 좋아해서 까망이가 오면 놀아주다가 아이들에게 고양이 얼굴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해서 집사람을 그냥 집에 남겨 두고 혼자 운전해서 개화역으로 간 것이다.

저녁 8시부터 현관문을 약간 열어두고 중문만 닫은 채로 기다리다가 밤 10시가 넘어도 까망이가 오지 않아서 열린 현관 때문에 거실이 너무 추워져서 현관문을 그냥 닫았다고 한다. 12시가 넘어도 까망이는 오지 않았다. 아이들이 까망이 얼굴을 보지 못해 섭섭해하면서 잠자리에 들었다.


집사람은 어제 오후에 마신 커피 때문에 잠을 깊이 못 잤다고 하면서 새벽 5시 반 무렵에 일어나서 떡국을 끓이기 위하여 지단을 부치고, 배추전이며 생선 전, 나물 몇 가지를 만든다. 내 생각에는 딸들이 온다고 잠을 설친 것 같다. 새벽부터 고소한 기름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한 설날 아침이다.


어릴 때는 설날 새벽 5-6시쯤이면 어머니는 부엌에서 차례상 준비에 바쁘고 나와 형들은 집안 어른들에게 세배를 간다. 파평 윤가 일곱 집만이 모여 있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는데 이 일가 일곱 집의 세배를 모두 마치고 돌아오면 거의 차례상 준비가 되어 있고 아버지와 형들과 함께 다시 제일 큰 집부터 차례를 지내러 간다. 우리 집은 제일 막내 집이어서 우리 집 차례는 거의 10시 무렵이 되어야 지내게 된다. 세배를 가면 아주머니들이 내어주는 따끈하게 끓인 단술을 한 그릇 먼저 먹고 각 집의 차례를 순서대로 지낼 때마다 각 집에서 또 떡국이나 밥을 조금씩 먹는다. 우리 집 차례 때에 어머니가 차례 음식들을 내어놓지만 이미 배가 부른 집안사람들은 별로 먹지를 못한다. 그래도 입맛은 다셔야 하니 모든 음식 준비는 다해야 하고 어머니의 설 준비는 항상 고단했다. 한 분 밖에 없는 누님이 시집간 후에는 더욱 그랬을 것이다.

아침을 먹은 후에 부산에 계시는 누님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장인에게도.


참 조용한 설날 아침이다. 염하강은 물결도 없이 잔잔하고(사실 염하강은 이름이 염하강이지 간만 차가 있는 엄연한 바다이다), 약간 흐린 듯한 날씨에 문수산의 실루엣이 멋지게 드러나 용진진 용마루의 선명한 회 칠이 더욱 희게 보인다. 항상 그랬듯이 한 폭의 그림이다.

모두들 귀성하였는지 용진진 앞 도로를 오고 가는 차들도 거의 없다. 아침은 떡국과 집사람이 부친 생선 전, 나물, 옆집 사장님이 어제저녁에 가져다준 육전 등과 오랜만에 푸짐히 모인 식구들과 먹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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