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도 일기

추워지면 군고마가 생각난다

by 프로스윤

가을비가 내린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기온은 더욱 내려가 추울 거라고 한다. 낮 시간을 제외하고는 벌써 아침, 저녁으로는 꽤 쌀쌀하다. 추위를 유달리 많이 타는 나는 겨울이 힘들다. 추위는 피할 수가 없다. 더우면 그늘로 가거나 움직이지 않으면 견딜만한데 추위는 어디로 가더라도 춥고 움직일 수도 없고 몸이 움츠려 들면서 머리도 점점 멈추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졸리고 하품이 나고 점점 견디기 힘든 지경으로 간다. 겨울이 되면 난방 온도를 두고 집사람, 딸들과 항상 신경전을 벌이곤 한다. 나는 항상 온도를 좀 높게 설정하려고 하고 집사람이나 딸들은 덥다고 항상 낮추려고 한다. 나는 추워서 옷을 더 입게 되고 그러면 거추장스러워지고 몸이 움츠려 들어 신경이 날카로워지면서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래저래 겨울은 힘들다.


나는 왜 추위에 약할까? 돌아가신 어머니는 내가 추위에 약한 것은 어릴 때 잘 먹이지 못해서 몸이 부실해져서 추위에 약하다고 하면서 당신이 잘 살지 못해서 잘 먹이지 못한 것을 자책하곤 했다. 어머니는 내가 치아가 안 좋은 것도 영양상태가 부실해서 치아상태가 안 좋은 것이라고 항상 가난 때문으로 여기며 미안해하셨다. 그렇지만 내가 자랄 때는 우리 집만 가난했던 것이 아니었다. 온 동네 전체가 다 가난했다. 내가 살던 동네 36 가구 중에서 1-2 집을 제외하고는 배불리 밥 먹은 집이 없었다. 우리 집보다 더 가난해서 우리 집에 밥을 얻으려 오는 사람도 있었고 먹을 것을 구걸하는 거지들도 정말 많았다. 쌀밥은 가을 추수를 마치고 며칠만 먹을 수 있었고 나머지는 명절, 생일, 제사 때를 제외하고는 전부 보리밥이었으며 지금처럼 가을이 지나면 고구마를 조금씩 먹기 시작해서 봄 무렵이 되면 고구마가 주식이 되다시피 했다.

어릴 때 밭이 3곳에 있었는데 큰 받은 제법 커서 대략 내 짐작으로 200평 정도의 면적이고 집 맞은편에 있던 밭은 150여 평이었고 제일 적은 것은 채소와 삼을 재배하였던 삼밭이 있었는데 100평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이 평수는 지금의 내 짐작일 뿐이어서 전혀 정확하지가 않다. 고구마는 큰 밭 전체와 맞은편의 작은 밭 절반 가량에 심었는데 그 당시 기억으로는 그 밭이랑이 정말 길었다.

큰 밭과 작은 밭의 고구마를 수확하여 일부는 ‘매상’이라고 해서 공동출하를 통하여 팔아서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는 사랑방 윗켠에 수숫대로 창고를 만들어서 겨울 내내 그 안에 저장을 한다. 겨울 동안 고구마를 먹고 봄이 올 무렵이면 그 고구마 창고도 거의 비워질 상태에 이르고 그 무렵에 남은 고구마를 사랑방 윗켠에 흙을 넣고 밭을 만들고는 그곳에 씨고구마를 심어서 싹을 틔우고 그 싹이 자라면 잘라서 밭에 옮겨 심는다. 당시만 해도 비닐하우스라는 것이 없었으므로 사랑방 한편에 흙을 넣고 밭을 만들어서 고구마싹을 키웠던 것이다. 아랫목에서는 사람이 살고 윗목에는 작물이 자라는 방안 구조여서 사람들은 지금의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한 것과 별 다르지 않았다. 어쩌면 온도와 습도가 잘 맞아서 생활하기 더 좋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왠지 눅눅했던 느낌이 들기는 하는데 그 당시에는 몰랐다.


나는 지금도 고구마보다는 감자를 더 좋아한다. 그 이유가 어릴 때 고구마를 하도 많이 먹어서 그렇다고 생각한다. 겨울에는 한 끼 정도는 삶은 고구마로 끼니를 때우는 때도 있었고 저녁에는 고구마를 썰어서 말린 ‘빼때기’라는 것으로 죽을 쑤어서 먹는 경우도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도 없어서 빼때기 죽은 먹을 방법이 없다. 늦은 봄부터 여름 무렵에는 고구마도 없어서 고구마줄기로 죽을 쑤어먹기도 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자주 먹은 기억은 없는데 어머니나 형들은 정말 고구마 줄기 죽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고구마 줄기 죽은 근기가 없어서 먹고 나면 곧 배고파지고 때로는 설사가 난다고 하였다.

고구마는 제일 맛있는 것이 불에 구워 먹을 때이다. 겨울이면 항상 사랑채에서 소에게 먹일 여물인 소죽을 끓이는데 소죽 솥아래에 고구마 몇 개를 넣고 불을 땠다. 고구마는 지천으로 널려있으므로 소죽 끓이면서 고구마 구워 먹는 것은 아무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군고구마는 매일 먹었던 것 같다.


오늘처럼 비 오고 어쓸어쓸 하게 추운 날에는 군고구마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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