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코앞에 다가왔다
아침 8시에 현관을 나섰는데도 잔뜩 흐리고 뺨에 와닿는 기온이 엄청 차갑다. 발이 시릴 것 같아서 평소에 신던 슬리퍼 대신에 미리 등산화를 신고 패딩까지 껴입었지만 얼굴과 빈 머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은 피하기 어렵다. 홍시가 다 된 감만 2개 따서 얼른 정원을 한 바퀴 돌고 거실로 들어왔는데 들어오자마자 안경에 허연 이슬이 맺힌다. 이젠 추위가 시작됐다.
전원에서 추위가 오면 재미가 없어진다. 꽃들이 전부 시들거나 죽고 소나무, 에메랄드그린을 제외하고는 식물들이 동면에 들어간다. 틀밭에 채소도 없고 잔디도 누렇게 변해서 볼품없어진다.
기온이 내려가면 길고양이도 잘 오지 않는다. 햇볕이 드는 날 양지바른 곳에 잠시 놀다 갈 뿐 하루 종일 공터에 있는 제 집에서 잘 움직이지 않는다. 작년에서 새끼 고양이를 위하여 현관 앞 테크와 보일러실 앞에 미니 온실을 만들어서 고양이가 지낼 수 있도록 거처를 마련해 주고 또 전기방석을 넣어서 수시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수고로움을 다했지만 벌써 1년이 지나니 새끼 고양이들도 다 커서 독립을 했고 어미인 쫄보도 옆집 공터로 이사를 갔다. 길고양이 새끼들을 위해서 내가 직접 만든 작은 집과 캣타워는 그대로 두고 있지만 따뜻하지 않으니 잘 오지 않아서 치울까 하다가 가끔 몰래 오는 동희라는 녀석이 우리가 잠시 집을 비울 때 사용하는 같기도 해서 그냥 두었다.
또 추워지면 산책이나 외출도 줄어든다. 날씨 좋은 날에는 하루에 두 차례 산책을 나서기도 하지만 추워지면 큰 맘먹고 나서야 한다. 바닷가라서 바람이 좀 센 편이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단단히 준비를 해야 한다. 머리카락이 별로 없어지니 특히 추위를 많이 느끼는 데가 머리이다. 벌써부터 사용하는 모자는 좀 두터운 것으로 바꾸었고 아직 귀마개를 할 정도는 아니지만 다음 주에는 귀마개도 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또 귀와 뒷목덜미를 함께 감쌀 수 있는 것이 필요해서 어제 부랴부랴 군밤장수 모자를 한 개 홈쇼핑에 주문해 두었다. 겨울에 대비하여 솜바지와 두툼한 기모바지 등 방한 용품은 준비했지만 아무래도 자주 나갈 수가 없으니 좀 답답하고 무료해질 것이다. 자주 산책을 나갈 수 없을 것을 대비해 집사람이 실내 자전거도 준비했으므로 창밖을 보면서 자전거나 타야 한다.
겨울은 식물이나 길고양이나 사람에게도 힘든 시절이다. 그래도 땅이 얼기 전에 튤립 구근을 심어서 왕겨를 덮어두면 알뿌리들은 봄꽃을 준비할 것이고 잎을 떨군 나무들도 추위를 견디며 새 잎을 준비할 것이다. 나도 자주는 아니라도 산책도 하고 운동을 하면서 체력을 길러 내년 봄에는 좀 더 멀리 자전거를 타고 나가고 맘먹고 강화도 일주를 한 번 할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