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장미, 다양한 사람

by 염동연

어제는 오게비트라는 닭똥베이스의 비료를 처음 사용했다. 그리고 거의 바로 비가 와서 이 기막힌 타이밍에 뿌듯했다. 장미는 성장과 개화를 위해 비료를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고, 장미정원사들은 다양한 비료과 퇴비를 구해다가 자신의 정원에 뿌리려고 한다. 최고의 개화를 이끌어 내는 최적의 어떤 것(기본적으로는 동물의 똥을 베이스로 하는)을 추구하고, 그 여정에 오르게 되면 해마다 비료를 뿌리면서 기대도 함께 커진다. 나중에는 자신이 직접 비료나 퇴비를 제조하는 경지에 이르게 경우도 드물지 않다. 나는 한 때 지렁이를 키워 자가퇴비제조를 시도해보았으나 겨울동안 지렁이들이 다 죽어버리면서 지렁이조차 퇴비화 되는 경험을 한 이후로는 다시 시도하지 않았다. 그때 지렁이들에게 정이 좀 들어버리는 바람에 정신적인 충격을 받았던 것이다. 그 후로는 비료는 계속 구입하고 있으며 이번에는 오게비트를 사용하게 되었다.


비료를 직접 사지는 않았고, 지난 해 내가 키우던 장미 묘목들과 비료 한 포대를 교환했다. 장미는 추위든 병에 걸려서든 아니면 주변에 다른 식물들이 많아서든…여러 합리적인 이유와 알 수 없는 이유로 자주 죽어버린다. 그래서 사람들은 정말 마음에 드는 장미의 경우에는 모주가 죽었을 때를 대비해서 작은 묘목을 만들어 대비를 한다. 겨울이 지나 모주가 잘 살아있음이 확인이 되어 한시름을 놓으면 작은 묘목은 더이상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면 그 장미를 키우고 싶어하는 지인이나 카페회원들과 교환을 하곤 한다. 상대방은 시장에서 구하기 힘든 품종의 장미들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그리고 나는 사용해보지 못한 원예용품들을 경험해보는 기회가 된다. 장미를 장미로 교환하기도 한다. 물물교환을 통해 서로 경험해보지 못한 영역을 접하게 된다는 점에서 원시적인 느낌도 들고 재미있다. 하지만 얼굴을 보지 못하고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을 접하게 되면서 아주 흥미로운 일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몇년 전 대천사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일본 장미를 키워보고 싶어 내가 아끼던 장미 2그루를 보내고 어떤 이와 장미를 교환했던 적이 있다. 가을에 교환한 장미가 겨울이 지나 봄이 되어 꽃이 피었는데 둘 다 내가 구하던 장미가 아니었다. 교환했던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니 전화를 받은 사람은 무슨얘기인지 모르겠다며 자신은 내가 찾는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전화번호가 바뀌었다보다고 생각한 나는 카페의 채팅기능과 댓글기능을 통해 수일동안의 시도를 했고, 연락이 닿은 그는 사실 자신이 그때 전화를 받은 그 사람이 맞다고 했다. 바빠서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보통 바쁘면 거짓말을 하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그 때는 그게 중요한 이슈가 아니었다. 나는 다시 원하던 장미를 받아야겠으니 작은 일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는 일본에 한달살기를 와서 당장 할 수 있는게 없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한달을 기다렸다. 다시 연락을 했을 때 그는 이사를 하면서 사실 장미를 다 정리했으며, 내가 보낸 장미들은 당근에 팔아서 돌려줄 수도 없다고 했다. 미안하다고 했다.


고민이 됐다. 목소리는 젊었고, 친절했고,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는데 반복해서 생각해도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는 없어 보였고, 연락이 잘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어렵사리 연락이 되면 한달, 일주일 이런 식으로 연락한 나에게 기다림의 숙제를 주었다. 내가 분통이 터져 나가 떨어지길, 혹은 잊어버리길, 어떻게든 이 일이 미뤄져 흐지부지 되길 원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를 경찰에 신고했다. 그는 당근에 내가 보낸 장미들을 팔았다고 했으니 금전적이득을 획득을 했으며, 기망의 가능성은 경찰이 찾을 일이어서 사기로 고소했다. 그리고 아주 재밌는 일들이 펼쳐졌다. 사실은 일본에서 한달살기를 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이사를 했던 것도 아니었으며, 나에게 바빠서 연락을 못받는다고 했던 그녀는 무직이었음이 밝혀졌다.


고소를 한 후 경찰의 연락이 가면서 그는 연락이 아주 쉽게 되기 시작했는데, 그 후에 전화연락이 된 그는 전화 목소리도 달라진 듯 했다. 보다 소통이 쉬웠고, 명확했다. 그 전에 친절하고 연약한 목소리로 거짓말을 했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사람인 것 같았다. 진짜 본체를 만나 새로이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 것 같았다. 어쨌든 그는 내가 고소까지 할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당황해서 이제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고, 중간에 합의를 하면서 고소는 취하했다. 식물일 뿐인데 그리 대단한가 싶은 생각이 들겠지만, 일단 양쪽 다 간절하게 키워보고 싶은 장미인 경우에는 아주 진지한 문제가 된다.


장미는 흥미로운 식물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장미품종은 3만종에 이르고, 현재까지 재배되고 있는 품종은 6,000~7,000종이라고 언급된다. 한 종 아래의 식물의 품종이 이렇게까지 수많은 식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도 그렇게 다양하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제각기라는게 믿기 힘들 정도로, 사람도 수만종이라고 할만큼 개별성이 있을지도 모른다. 장미가 매년 새롭고 놀라운 신품종이 나오는 것처럼, 아직도 나를 놀라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참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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