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라로이드 - 자전 소설
제목 폴라로이드
저자. 로르 미현 크로제
옮긴 이. 김 모
출판. 이숲
표지 사진 출처 책 표지
저자는 생후 10개월에 입양되어 스위스에서 성장했다
자전 소설이라 작가에게 좀 더 가까이 가서 살펴보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읽으며 스위스 가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삶은 보편성과 특수성이 공존한다
스위스와 한국의 가정에 인류 공통의 보편성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특수성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나-의 부모는 사진과 메모로 자녀의 성장을 기록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까지 그것들을 통해 옛날을 추억한다
이런 모습은 한국의 여느 부모도 같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스위스 가정의 특수성도 엿볼 수 있다
사진을 찍되 준비된 상황만이 아닌 준비되지 않은 특이한 상황까지도 사진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파티 의상을 잘못 골라 입어서 기이한 모습, 이상하게 커트한 헤어스타일 등도 사진으로 남긴다
물리적 성장 -키, 몸무게 등을 꼼꼼히 기록하는 등이 이색적으로 느껴졌다
스위스 사회생활도 조금씩 알 수 있었다
그중 입사 면접에서 아이큐 테스트를 하는 것도 특이하게 보였다
물론 특정 회사만의 선택일 수 있지만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나-는 수영장에서 튜브를 벗고 물속에 가라앉는 경험을 한다
엄마가 달려와 구해주었지만 이후 물에 대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자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 모두 잠들기를 기다리다 불면증에 걸린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이해받지 못할 때 자살의 충동을 느낀다
마트에서 쇼핑할 때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인스턴트, 냉동식품, 통조림 등은 사지 않는다
남을 의식하는 것은 경쟁 심리에서인지 아시아인으로서의 자의식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소설을 읽을 때 낭만적인 연애의 주인공이 불치병으로 죽어가고 남아 있는 연인이 애절해하는 모습을 볼 때,
이렇게 평범하게 사느니 차라리 그 불치병 환자가 되더라도 멋진 연애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고 생각한 적이 있다
스위스라고 하면 알프스와 하이디가 떠오른다
스위스라는 미지의 매력에 정신을 빼앗겨 입양아의 삶을 동경한다면 나의 부모와 형제를 배반하는 일이 되겠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이 철이 들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문학이라는 것은 모든 것을 미화하는 힘이 있기 때문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소설 속 인물의 에피소드를 보다가 나의 옛날이 여러 가지 떠올랐다
송환된 기억의 장면들이 드라마처럼 연속된 이미지로 떠오르지 않고
여러 종류의 퍼즐 조각들이 마구 섞여 있는 상자처럼 조각난 기억들로만 남아 있다
좋지 않은 기억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에서 선택적 기억 상실 증상을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억 1
초등학교 때 반 학생 전체에게 구충제를 주었다
가루약 외에 알약을 삼켜본 적이 없어 공포에 떨었다
무서운 선생님과 도와줄 방법을 모르는 아이들만이 존재하는 곳에서 혼자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1학년 때라 안 먹고 먹은 척을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물만 넘어가고 알약은 혓바닥에 남아, 한 알을 모두 입 안에서 녹이다시피 해서 먹어야 했던 쓴 기억이 있다
기억 2
친구를 따라 친구 집에 놀러 갔는데 해 질 녘이 되어 집을 나왔다
친구랑 갈 때는 놀 생각에 아무것도 몰랐는데 나 혼자 오려고 하니 길을 전혀 알 수 없는 낯선 동네까지 와버린 것을 알았다
어떻게 집까지 왔는지 알 수 없으나 이후 여러 날을 앓았던 기억이 있다
기억 3
영화관이 무언지도 모르고 따라갔었다
스피커에서 나오는 엄청난 소리와 커다란 스크린에서 거인이 걸어 나와 내 쪽으로 점점 다가와 공포에 질려 눈을 질끈 감았다
이후 무엇을 보았는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
기억 4
엄마는 외판원에게 문고 전집 등을 구매해서 읽으라고 했다
전집을 구매한 선물로 분기별로 아이들을 단체로 버스에 태워 견학 같은 것을 시켜줬다
가족의 보호 없이 모르는 사람을 따라가는 것이 공포스러웠다
동생과 같이 참가했는데 가는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고 두려워서 견학한 내용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단지 나와 동생이 어떻게 미아가 되지 않고 밤이 되기 전에 집에 돌아왔는지 만이 미스터리로 남아 있을 뿐이다
몇 년 전 육아 프로그램에서 아빠가 아이들을 돌보는 예능이 있었다
아이들을 영화관에 데려가기 전 집 거실에서 커다란 종이 박스 속에 아이들을 들어가게 하고 불을 모두 끄고 TV 음량을 크게 켜서 영화관람 예행연습을 하는 것을 보았다
나의 부모도, 나 자신도 아이를 영화관에 데려가기 전에 예행연습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키우는 데에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데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키웠다는 생각에 미안함과 후회가 몰려올 때가 있다
아이 때를 기억하면 막막하고 알 수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던 듯하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알아서 보살핀다고 생각하나 아이의 입장에서는 무언가 설명이 부족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구 여행 초보자에게 가이드의 설명이 부족했거나 턱없이 추상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백화점 안을 걸어 다닐 때 어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아이들은 어른의 허리보다 아래 높이에 어른의 손에 이끌려 걸어 다녔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 걸어 다니는 것이 힘들어 보였고 특히 여자들의 핸드백에 아이들의 머리, 어깨 등이 부딪히는 것을 보았다
공기도 답답하고 먼지가 많았다
아이들을 대동하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가능하면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게 되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살펴보면 많은 것이 다르다
마치 걸으면서 보는 거리와 자전거를 타며 보는 풍경과 운전하면서 보는 경치가 다 다른 것과 같다
로르 미현 크로제의 자전소설 폴라로이드를 읽으며 성장기 아이의 외로움과 갈등 고뇌를 보며 나의 유년을 돌아보게 되었다
책 서문에 인용된 - 올리비아 로젠탈-의 글을 읽으며
- 지구 여행 가이드로서 세련된 육아 지식은 없었던 엄마, 영화관 예행연습을 해줄 줄은 몰랐으나 언제나 사랑의 눈길로 보아주고 실수해도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던 나의 엄마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