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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리다 Jan 25. 2023

테니스)엘레나 리바키나

2023 호주 오픈 테니스

2023년 1월 16일에 시작한 호주 오픈 테니스도 후반전에 접어들었다. 로저 페더러 은퇴 이후 마음에 드는 선수가 없어 모든 경기를 챙겨 보진 않았다. 랭킹 1위, 2위인 라파엘 나달과 캐스퍼 루드가 차례로 탈락하고 가방을 다. 한국은 영하 10도를 오가는 날씨다. TV로 보는 호주 멜버른은 여름의 중간을 지나고 있다. 선수들은 미니 드레스나 반바지를 입고 땀을 흘리며 뛰고 있다.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부러운 광경이다.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운동 욕구를 불러일으킨다.

젊은 신예들이 부상

하는 것도 피부로 느껴졌다. 권순우 선수의 1라운드 상대인 유뱅크스가 서브 에이스를 42개를 터뜨렸다. 기사에는

'권순우

선수가 42개의 서브 에이스를 허용했다'라고 말했다. '허용했다'라는 말을 권순우 선수의 능력에 따라 허용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그러나 내가 본 소감은 공이 보이지 않는 속도여서 허용했다는 표현보다 '42개의 서브 에이스를 꽂아 넣었다' 정도로 표현해야 맞지 싶다.


2023년 호주 오픈 대회에도

선심이 없다.

작년 호주 오픈에도 선심이 없었다고 기억한다. 일자리 감소는 테니스 경기에도 나타나고 있다. 씁쓸한 일이다. 인간이 기계에 밀려나고 있는 것을 또 다른 분야에서 확인하는 일은 언제나 달갑지 않다. 은퇴 이후 테니스 심판을 꿈꾸던 계획을 변경해야겠다. 로봇 선수가 등장하는 것은 아닐까.


여자 단식 4강에 진출한 엘레나 리바키나

러시아 선수였으나 2018년

카자흐스탄

으로 귀화했다. 23년 호주 오픈에는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 러시아에 협조한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은 스코어 보드 옆에 국기 표시를 하지 않고 검은 사각형으로만 표시했다. 카자흐스탄으로 국적을 변경한 리바키나는 카자흐스탄 국기를 보여주어 국가 인지도를 높인 효과를 주었다. 카자흐스탄은 리바키나에게 경제적 지원과 미국 대학 학비를 따로 지원했다.

리바키나는 어린 시절 체조와 빙상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두 종목을 하기에는 키가 지나치게 컸다. 테니스를 좋아하던 아버지가 테니스 종목을 권유하여 6살에 테니스를 시작하였다. 2022년 윔블던 우승자인 리바키나가 이번 호주 오픈에서 우승할지 관심사다. 4강전에서 리바키나는 2012년, 2013년 호주 오픈 우승자인 빅토리아 아자렌카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리바키나는 시속 190킬로가 넘는 강서브와 네트 플레이 능률이 높다는 강점을 지녔다. 복식 게임도 하기 때문에 네트 플레이 득점률이 높은 것이다. 또한 백핸드와 포핸드 자세 밸런스가 좋다. 기존 선수보다 떠오르는 스타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23살 리바키나를 응원한다. 응원하는 선수가 있으면 경기가 훨씬 재미 있다.


2015년 로드레버 아리나 16강전

을 직관했었다. 그해 1월 휴가 기간을 이용해 호주 멜버른에 경기를 보러 갔었다. 페더러 현역 시절 경기를 보는 것이 목표였다. 테니스 경기 관전을 위해 티켓 예약을 할 때에는 선수를 지정할 수 없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토너먼트 방식이므로 어느 선수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지는 알 수 없다. 로드레버 아리나 16강전을 예매했다. 아쉽게도 멜버른에 도착하자마자 테니스 공을 모자로 하고 가는 행인에게 로저페더러 경기 결과를 물으니 오늘 탈락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현역시절 테니스 황제의 경기를 보는 꿈이 좌절되는 순간이었다. 16강전 경기 중 케이 니시코리와 바브린카의 경기를 보았다. 바브린카가 3대 0으로 니시코리를 이겼다. 휴가 기간이 맞지 않아 16강전까지 관전할 수밖에 없어 아쉬웠다. 위로가 되는 점은 2015년 바브린카가 파이널 경기에서 우승했으므로 16강전이 실제적인 결승전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한다.


TV에서 테니스 경기장이 자리하고 있는

멜버른 파크 주변 풍경

을 공중뷰로 보여줄 때면 화창하고 태양이 이글거리던 멜버른의 풍경이 떠오른다. 남녀 각각 64드로로 시작하는 경기 초반에는 거의 모든 코트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사람들은 무명 선수의 본 게임을 관전하기보다 본 게임이 진행되는 경기장 제일 높은 의자에서 경기 장면을 등지고 상위 랭커 선수들의 연습 코트에 집중하며 열광했다. 본 게임 선수는 관중석에 관중이 등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를 하는 것이다. 조코비치 연습 코트를 보기 위해 열광하던 사람들과 플래카드를 흔드는 팬들을 보았다. 유명세를 타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느껴져 씁쓸하면서 나 자신도 본 게임에 등을 돌리고 조코비치의 연습 코트만 보았다. 멜버른 파크 전체는 축제장이었다. 파크 주변을 흐르는 야라 강은 초록 코트를 감싸며 푸른 구름을 담고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멜버른 다운 타운에는 대형버스가 없었다. 대신 지상 트램과 택시가 대중교통의 전부였다. 덕분에 공기는 더없이 맑고 깨끗했다. 극지방에서 가까운 탓인지 저녁 9시가 되어도 해가 있어 노천카페에서 유쾌하게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고 할 수 있었다. 시간이 허락하면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테니스 선수

들은 테니스 훈련 외에도 체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운동을 한다. 사라포바는 오전 세 시간은 테니스 장에서 오후 세 시간은 짐에서 근육 훈련을 한다고 했다. 많은 선수들이 이렇게 하고 있다. 요가를 하면서 유연성을 기른다. 또한 명상을 통해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훈련한다. 주중에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주말 아침에 졸음 가득한 눈으로 경기하러 가는 갓을 반성하게 된다. 동호회에서 하는 운동이지만 지고 나면 안 좋다. 투덜거리고 기분이 가라앉고 하는 것이 습관이다. 노력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나쁜 심리다. 주중에도 계획을 세워 향상하기 위해 무엇인가 해야겠다.

 사진출처: 사진1: By Peter Menzel - Elena Rybakina, CC BY-SA 2.0,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20386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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