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과 두려움 사이, 저울의 주인은 바로 나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는 사람들을 보면, 두 가지 생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게 된다.
하나는 "약이 반드시 필요하니 잘 복용해야겠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이 약을 계속 먹다 보면 독성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만성 질환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라면, 이러한 딜레마에 더욱 깊이 빠지게 된다.
이러한 갈등 끝에 환자는 의도적으로 약을 먹지 않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건강을 생각하여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본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으로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약을 먹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는 약에 대한 필요성과 걱정을 저울질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환자들의 저울질은 지극히 건강하고 정상적인 과정이다.
실제로 약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있다. 이를 잘 저울질해서 가장 좋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저울질 과정에서 환자는 주도적으로 약물 치료 과정안 들어와서 자신의 치료과정에 대해 동참하고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종종 이러한 결정을 전적으로 의료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를 보게 된다.
의료전문가는 가장 좋은 파트너가 되어야 하지만, 저울의 주인은 아니다.
약이 정말 필요하다고 확신하고 걱정이 적을 때에는 약을 잘 복용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자들은 환자들의 이러한 심리적 장벽을 '필요성'과 '걱정'의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조사하여 복약 순응도를 예측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질환을 대상으로 이러한 연구들이 이루어졌다.
장기 복용이 필요한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경우, 약이 필요하다고 인식하지 않으면 약을 복용하지 않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적 경향은 나이, 성별, 질환 종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며, 질환의 중증도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약물에 대한 필요성과 걱정이 모두 높은 경우가 많아 복약 순응도가 낮게 나타난다.
국내 연구들은 약물의 필요성에 대한 낮은 인식과 약물에 대한 과도한 염려가 복약 순응도를 저해하는 주요 심리적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으로는 약물치료에 대한 정확한 이해 부족과 자신의 질환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들 수 있다.
약물치료가 질병의 예후에 반드시 필요한 경우라면, 약 복용 여부를 저울질할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하면 약을 더 잘 복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갈팡질팡하며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때, 약 대신 건강기능식품이나 검증되지 않은 약을 추가로 복용하면서 더 불확실한 정보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리고 필요한 약을 복용하는 대신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약에 대한 부작용, 독성, 의존성에 대한 생각도 종종 약물에 대한 잘못된 두려움이나 불안의 반영일 수 있다.
약물 사용에 있어 가장 세심하게 본인의 상태를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이러한 상황을 시간에 걸쳐 점검하고, 의료진과 상담하며 적극적으로 참여해 약물 사용 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의료진과 약사와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이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때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