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약순응도란 무엇인가?

제대로 먹고 있나?

by 약잘약국

복약순응도란?

복약순응도란 의사의 처방이나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환자가 의약품을 올바른 용량과 일정에 맞춰 복용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만성질환 환자의 복약순응도는 선진국에서도 평균 50% 수준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절반가량의 환자만이 처방대로 약을 복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리 치료 효과가 뛰어난 약물이라도 환자가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

Marie T. Brown은 “복약순응도 중재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 특정 의료 치료법을 향상하는 것보다 인구 전체 건강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약물치료를 통해 질병의 진행을 관리하고 합병증을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특히 만성질환 환자에게 복약순응도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우울증 등 노인 인구에서 흔한 질환의 경우, 약물치료의 지속성과 꾸준한 관리는 치료 반응뿐만 아니라 관련 질환의 예방 및 의료비 절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약물 개발 단계에서는 임상시험이라는 엄격히 통제된 환경에서 약의 효과(Efficacy)를 평가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은 정해진 일정에 따라 철저히 약물을 복용하도록 관리되며, 복약 순응도를 높이기 위해 잔여 약량 확인, 정기 방문, 전자 모니터링 등의 방법이 사용된다. 이를 통해 약물이 최적의 복용 상태에서 나타낼 수 있는 최대 효과를 검증한다.


그러나 현실의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다양한 이유로 인해 복약 순응도가 낮아지며, 이로 인해 임상시험과는 다른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따라서 복약순응도는 약물 효과의 실제 발현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평가된다.


약물 복용이라는 기본 전제가 무너지면, 약물이 가진 잠재적 효과는 기대와 달리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약사들이 복약지도의 최우선 목표로 환자의 복약순응도 향상을 강조하는 것이다.


복약순응도는 어떻게 측정하는가?


복약순응도를 확인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역 약국 환자를 대상으로 복약순응도를 확인한 설문 연구 한 적이 있다. 날짜 확인을 통해 직접 복약 여부를 묻거나, 환자의 행동 경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간접적 질문을 통해 평가가 이루어졌다. 같은 복약 순응도라도 문항에 따라 결과가 달라 일관된 결과를 얻기가 어려웠다.


특히 설문 방식은 환자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다고 응답하는 경향이 있어, 실제보다 복약순응도가 높게 측정되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는 남은 약의 양을 확인해 보면 설문 결과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약을 빠짐없이 복용했다고 주장하는 환자도 상당량의 약이 남아 있는 경우가 빈번히 관찰된다. 특히 아침 약은 잘 복용하지만 저녁 약은 자주 잊는 경우가 흔하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환자의 체내 약물 농도를 직접 측정하거나, 약 복용 시 전자적으로 기록을 남기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등 보다 객관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복약순응도를 확실하게 측정하라는 절대적인 도구는 없다.

정확히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한 가지 방법에 의존하기보다는, 환자의 상황, 약물의 특성, 현실적 조건 등을 고려하여 여러 측정 방법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복약순응도 결정 요인


환자가 약을 정확히 복용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중요할까? 자녀의 꾸준한 학습을 독려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타인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자녀를 논리적으로 설득하고, 자에게는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며 사회 역시 의무 교육 등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듯, 복약순응도에도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 요인인 약값은 환자의 복약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의료서비스 접근성과 같은 사회적 요인 또한 중요하다. 무엇보다 의사·약사와 환자 간의 관계와 소통의 질은 복약지도 향상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치료 목적과 약물 복용 방법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이해는 환자의 복약 동기를 높일 수 있다.


한편, 환자의 개인적 요인 중 가장 흔한 문제는 단순한 망각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의도치 않게 약 복용을 잊는 경우가 매우 흔하며, 많은 연구에서도 복잡한 복약 일정은 복약 불순응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또한, 환자가 약물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큰 경우에는 고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거나 생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던 57세 남성이 설사를 경험한 후 약을 임의로 중단하고, 여주·돼지감자·겨우살이 같은 민간요법으로 대처하다가 응급상황을 겪은 사례가 있었다. 이는 단순한 초기 부작용이었음에도 환자 교육이 부족해 발생한 일로, 이후 약물요법과 생활습관 개선 교육을 통해 복약순응도를 높여 혈당 조절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우울증, 불안, 인지기능 저하, 고령화, 다약제 복용에 따른 부담, 약물에 대한 오해나 장기적 부작용에 대한 우려 등도 주요한 장애 요인으로 작용한다.


약물 요인으로서 복약 복잡도


약국 현장에서 환자에게 여러 약을 투약할 때, 복잡한 복약 일정은 복약순응도 저하의 주요 원인임을 자주 경험하게 된다.


약물의 제형, 복용 횟수, 복약 방법의 복잡성 등이 환자의 복약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고혈압 약 처방 시 여러 성분의 제제가 처방되면 복용 횟수와 약 개수가 증가해 순응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이럴 경우 복합제형이나 장기 지속형 제제로 변경하면 복약순응도를 향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약을 한 번에 복용할 수 있도록 ‘한포 포장’하는 서비스가 약국과 병원 약제부에서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이 서비스에 대해 수가를 인정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약국이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있으며 아직 수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는 약국 서비스의 편차를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이다.


네덜란드는 1990년대 중반부터 MDD(Multi-Dose Dispensing) 시스템을 도입해 현재 널리 사용 중이다. 이는 고령자, 다약제 복용자, 정신질환자, 요양원 입소자에게 특히 유용하며, 약물 관리의 복잡성을 줄이고 투약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덴마크는 Automatic Multidose Dispensing System(ADS)를 통해 병원과 가정 간 약물 전환을 지원하고 있으며, 간호사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환자 안전 향상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환자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복약 서비스를 제공하는 절차와 비용을 명확히 규정하고, 환자와 약국 모두에게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투약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포 포장은 복약순응도를 높일 뿐 아니라, 약물 부작용 관리와 처방의 효율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의료진 간의 다학제적 협력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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