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약, 쓸까 말까
제네릭 약품 이해하기
약안에는 약물의 약효를 나타내는 주요 성분과, 약을 제조하기 위해 사용되는 첨가제가 함께 포함되어 있다. 약효를 발휘하려면 약물이 신체 내 특정 부위에 도달해야 하며, 이때 약물의 주성분 또는 활성대사체가 체내에서 혈액 속으로 흡수되는 비율을 생체이용률이라 한다.
예를 들어, 발톱에 무좀이 있는 경우 먹는 무좀약이 효과를 내려면, 약이 먼저 체내에서 녹고 소화기관에서 흡수된 뒤 혈류를 통해 발톱까지 도달해야 한다.
생물학적 동등성이란, 유사한 조건에서 동일한 용량의 두 약물을 투여했을 때, 생체이용률 측면에서 흡수량과 흡수 속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두 약물은 “생물학적 동등성이 있다”라고 평가된다.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은 제제학적으로 동일함을 입증하거나, 두 약물이 서로 대체 가능한 제제임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된다.
제네릭 의약품이란 오리지널 화학 합성 의약품의 물질 특허를 개량하거나 제형을 변경하여 개발한 의약품으로, 오리지널 약과 동일한 주성분(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 API), 함량, 제형, 효능·효과, 용법·용량을 갖도록 제조된다. 단, 약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예를 들어 첨가제(excipients), 약의 색상, 맛, 모양, 크기, 포장 디자인 등—는 오리지널 의약품과 다를 수 있다.
‘제네릭’이라는 용어는 처음에는 ‘복제약’으로 불렸으나, 다소 부정적인 의미가 담겨 있어 현재는 ‘제네릭’이라는 용어를 더 널리 사용한다. 이 단어는 본래 ‘일반적인(General)’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으며, 특정 상표명이 아닌 화학 성분명이나 국제 일반명(International Nonproprietary Name, INN)으로 통칭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복용하는 다양한 약들을 성분명 기준으로 분류하면, 실제 유효성분의 수는 훨씬 줄어들게 된다.
1984년 미국에서는 해치–왁스먼 법령(Hatch-Waxman Act) 이 제정되어, 이후 제네릭 의약품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 결과가 통계적으로 동등한 지를 기준으로 허가 여부가 평가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사람에게 약물을 투여한 후, 기기 분석을 통해 혈액 내 약물 농도를 측정하고 두 제제 간의 흡수 양과 속도를 비교한다.
제네릭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오리지널 신약과 동일한 임상시험을 반복하는 것이 현실적이지 않다.
따라서 제네릭 의약품과 오리지널 약물의 활성 성분이 혈중 농도 측면에서 동일하다면, 표적 기관에 도달하는 약물의 농도 역시 동일하며, 안전성과 유효성 또한 동일하다고 간주한다. 이를 위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 농도 곡선을 비교하며, 약물의 특성에 따라 비교용출시험(dissolution test), 비교붕해시험(disintegration test) 등의 의약품 동등성 시험(pharmaceutical equivalence test) 결과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동등성을 판단한다.
제네릭 의약품의 효능이 오리지널 약물보다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자, 미국 FDA는 동등성 평가와 통계적 검증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 왔다. 이 평가 방법은 이미 국제적으로 합의된 기준이며,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그 타당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세계의 제네릭 의약품
미국 FDA는 혁신 브랜드 의약품의 복제약이 동일한 성분, 제형, 투여 방식, 생체이용률, 생물학적 동등성 등의 조건을 만족하고, 임상 적응증, 정체성, 강도, 순도, 품질,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를 충족할 경우, 별도의 안전성이나 유효성 임상시험을 반복하지 않고도 제네릭 의약품으로 허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임상시험을 생략하는 대신, 생물학적 동등성을 철저히 검증하고, 원료 구입부터 제조, 포장, 출하에 이르는 생산 공정 전반에 대한 규제 기준을 명확히 설정함으로써 허가 요건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이때 적용되는 각 기준 역시 과학적으로 검증되어야 한다.
약물이 체내에서 나타내는 주요 변수들은 비율로 평가되며, 최종적으로는 90% 신뢰구간을 기준으로 삼는다. 약물의 흡수 정도와 속도, 그리고 최대 혈중 농도 도달 시간 역시 이 기준을 만족해야 한다.
이 90% 신뢰구간은 FDA, EMA(유럽의약품청), WHO(세계보건기구) 등 국제 보건 규제기관들이 수십 년간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가장 합리적인 통계 기준으로 설정한 수치이다. 이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우려를 과학적·통계적으로 검증한 결과이며, 현재는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과학적 합의로 자리 잡고 있다.
FDA, EMA, WHO 등은 다양한 약물을 대상으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시행한 결과, 혈중 농도의 차이가 80~125% 범위 내에 있을 경우, 약효나 안전성 측면에서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이 기준은 범위로 설정되어 있지만, 실제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에서는 평균값이 100에 근접하고, 90% 신뢰구간도 상당히 좁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한편, 2010년부터 2015년 사이 약 2,350억 달러 규모의 의약품 특허가 만료되었으며, 전 세계 고령 인구는 2005년 7억 명에서 2050년에는 19억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의료비 절감과 의약품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WHO는 의약품 접근성을 보장하고, 의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기 위해 복제약 사용 확대를 권고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의 사용률은 국가별로 차이를 보이며, 미국의 경우 전체 처방 기준 사용률이 90% 이상에 이른다.
유럽에서는 독일과 영국이 약 80% 수준의 사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역시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에 힘입어 최근 80%를 넘어서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일본 정부는 고령화 문제와 의약품 품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2013년부터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적극적으로 장려해 왔다. 이처럼 각국은 제네릭 의약품을 전략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보건 의료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네릭 의약품
코로나 시기, 지인이 타이레놀을 구해달라고 연락해 온 적이 있었다. 해열진통제가 품절되어 약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약국 약사들 사이에서도 겨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를 찾아야 할 만큼 품귀 현상이 심각했다. 나는 어렵게 수소문해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약을 구할 수 있다고 연락했지만, 상품명으로 타이레놀이 아니면 안 된다”는 대답을 듣고 허탈했던 기억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사용은 통계적으로 검증되었고, 과학적으로 허용된 범위 내에서 생물학적 동등성이 인정되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제네릭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인식은 합의된 과학적 근거보다는 근거 없는 불안감이나 잘못된 정보에 기반한 경우가 있으며, 제네릭 사용 확대를 막는 심리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만약, 실제적인 문제가 있다면, 절차를 검증하고 신뢰를 검증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네릭 의약품 사용에 대한 논리가 우리나라에서만 적용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생물학적 동등성의 허용 범위는 실제로 환자가 약효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수준으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준이다. 설사 차이가 있더라도, 같은 오리지널 약을 두 번 복용했을 때도 ±20% 정도의 혈중 농도 차이는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생물학적 동등성의 허용 범위(보통 80~125%)는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네릭 의약품은 이론상 허용 범위보다 더 좁은 범위 내에서 혈중 농도 변화를 보이므로, 환자가 임상적으로 우려할 이유는 없다.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국제적으로 논의된 것이다.
다만, 생동성 시험 및 GMP 준수 등 품질 관리 문제는 별개의 이슈로 존재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국가적 장려와 함께 제네릭 사용을 급속히 확대하면서 GMP 위반 및 품질관리 부실 사례가 다수 발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제네릭 제조사는 장기간 제품 출하 중단 사태를 겪기도 했다.
이처럼 규제 당국이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제네릭을 ‘승인’하더라도, 환자와 의료인이 그 결과를 ‘신뢰’하고 ‘수용’하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특히 품질 논란이 있거나 치료지수가 좁은 약물의 경우에는 우려와 불신이 커질 수 있다. 이러한 경우,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투명한 정보 공개, 지속적인 교육, 전문가 의견의 명확한 제시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정부는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과잉 등재 및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2023년부터 제네릭 등재 기준 및 약가 제도를 개편하고, 2025년까지 6,000개 이상의 품목에 대해 생물학적 동등성 재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실거래가 조사를 통한 약가 인하 정책도 주기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의약품 식별 오류를 줄이고 환자 안전을 높이기 위해, 제네릭 제품명에 국제 일반명(INN)을 사용하도록 하는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식약처는 제네릭 품질 심사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개발사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품질 신뢰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 제조·품질관리 체계 강화는 사실 제네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오리지널 약 역시 예외는 아니다. 다만, 제네릭의 경우 확대에 대한 사회적 공감과 신뢰 확보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GMP 기준 준수 여부, 시판 후 품질 관리, 생물학적 동등성 유지 및 재평가는 모두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보증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물론, 치료지수가 극히 좁고, 용해도가 낮으며, 비활성 성분의 비율이 매우 높은 일부 특수 약물의 경우에는, 제네릭 사용에 대해 예외적인 합의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전체 제네릭 의약품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으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과학적 검증과 합리적인 정책,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신뢰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제약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