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가는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스무 살의 이른 결혼 이후,
아이 셋을 연이어 낳고 키웠다.
그리고 자영업자로 11년째 쉼 없이 일하며 성실히 근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
나는 2024년 5월, 마흔하나가 되던 해
첫째 아들을 군대에 보냈다.
다른 이들은 아들을 군대에 보내며 울고불고 힘들어 한다고 하지만, 나의 마음은 조금 달랐다.
슬픔보다는 어느덧 장성하여 나라를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한 신체와 정신을 가진 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먼저였다.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면 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삶의 모토 덕분에, 어차피 해야 할 일이라면 징징대기보다 주어진 임무를 잘 완수 할수 있도록 도와주자 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으며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아들이 겪을 힘든 군생활과 앞으로 펼쳐질 고난을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하지만 분명 그 시간이 아이의 인생에 깊은 자양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앞으로 마주할 세상은더욱 치열하고, 모질고 아프고 춥고 뜨거울 것이다.
군대에서의 시간을 견디고 이겨낸다면 앞으로 어떤 시련에도 굳건히 헤쳐나갈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
나는 아들이 잘 해낼 것이라는 확실한 믿음이 있었기에 불안하거나 걱정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래는 훈련소에 입소하는 아들에게 보낸 메시지의 전문이다.
사랑하는 아들 정현이에게,
정현이의 군입대를 진심으로 축하해.
다들 가기 싫어하는 군대지만 군입대를 할 수 있다는 건 우리 정현이가 건장한 사나이로서
신체,정신 모두 건강하게 잘 성장했다는 것이니 엄마는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야.
독립운동가 처럼 결의에 찬 애국심으로 가는 군입대는 아니더라도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너의 가장 빛나는 청춘 중 18개월의 시간을 나라를 위해 보낼 수 있다는 것은 너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거라 생각해.
물론, 고된 훈련과 제한적인 생활들로 힘은 들겠지만 피할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처럼 힘든시간이 닥칠때 마다 도장깨기 하듯 인생레벨업 한다고 생각하고 이 또한 지난간다, 생각 하면서 너를 응원하고 다독이길 바래.
난 할수 있다! 늘 가슴에 새겨두길!
이왕 하는 군대생활, 니가 할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최선을 다하고, 앞장서서 솔선수범하여 본보기가 되고 선임들을 잘 따르고, 동료들을 돕고, 후임들을 잘 다독이는 멋진 사나이 정현이가 되길!
군이라는 특수환경과 특수 관계속에서 배울것들이 참 많을거야. 좋은 것은 흡수하여 너의 것으로 만들고 나쁜것은 반면교사 하여 깨달음을 얻길 바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너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들에는 순응하지 않고 맞설수 있어야 해.
너의 생명보다 소중한건 없으니, 너의 존엄성을 다치게 하거고 신체의 위협 또는 너의 건강과 안전에 해가 되는 일이 있다면 당당히 용기내어 너 자신을 지켜야 한다.
꼭 명심해야 해. 너의 생명, 너의 안전보다 우선은 없어.
엄마는 다른거 바라는거 없이, 정현이가 그저 몸 건강히 다녀오길 기도할 뿐이야.
정현이가 멋지게 군사훈련 받는 동안
엄마도 열심히 걷기 훈련해서 우리 약속했던 산티아고순례길 꼭 함께가자. 무척 기대된다^^
(엄마가 습관화 시켜주시 못한 정리정돈만 잘 배워와도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항상 명랑하고 모든이에게 친절해라,
그리고 매사 감사하고 인사잘하기!
이 네가지만 잘 지켜도 세상이 너를 도울꺼야.
너의 의견을 이야기할때는 예의있게 하는것 잊지말고.
당부가 너무 많네ㅎㅎ
엄마는 언제나 너를 믿어,
넌 언제나 자랑스러운 엄마의 보물이란다.
너의 군생활을 열렬히 응원해!
자랑스런 우리나라 군인 문정현 화이팅!
2024년5월 사랑하는 엄마가
내가 아이를 사랑하는 방식은 늘 이렇다.
넘어지면 달려가 일으켜 세워주고, 밥을 떠먹이는 것보다 넘어졌을 때 스스로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나 다음부터는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겠다는 깨달음을 느끼도록 해주는 것. 서툰 수저질을 하며 흘리고 놓치기도 하면서 그 방법을 스스로 체득해가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 주는 것.
"한번 해봐, 실수해도 괜찮아." 라고 응원해주며 지금 하는 작은 실수들이 별것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 넘어졌다고 주저앉아 칭얼거리며 손을 뻗기보다는 스스로 일어나 아프면 울고, 다음번에는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이것이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르침이라고 생각했다.
부모는 아이의 수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설 수 있도록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존재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난 그런 부모이고 싶었기에, 군대에 가는 아들에게 걱정의 눈물을 흘리는 대신 응원의 미소를 보냈다.
역시나 나의 믿음이 통했다.
훈련소에 입소한 아들은 입소 대원들 중 단연 돋보이며 에이스라는 칭호를 받았고, 정비병으로 자대 배치를 받은 아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장찰병으로 전출되었다. 강한 체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임무였기에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지, 왜 열심히 해서 고생을 사서 하느냐"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전출 제의를 받았을 때 흔쾌히 "재미있을 것 같다"며 상황을 받아들인 아들의 당당한 태도가 너무 멋있었다. 힘들지만 오히려 재미있다는 아이의 힘찬 한마디에 마지막 한 톨 남아있던 걱정마저 녹아 없어졌다.
그래 정현아, 어디서든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어라. 어디서든 네가 없는 빈자리가 아쉬울 만큼 최선을 다해라.
그렇게 스물한 살에 낳은 아들은 어느새 스물한 살의 당당하고 멋진 사나이로 성장하여 자랑스러운 육군 특급전사가 되었다. 특급전사가 되기 위해 통과해야 했던 수많은 과정들 속에서 아들이 무슨 생각으로 그 훈련에 최선을 다했는지 다 헤아리지는 못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확실히 알수 있었다.
이 아이는 마음먹으면 이룰 수 있고, 어디서든 적응하고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
아들이 너무나 자랑스럽다.
요즘 입버릇 처럼 자랑을 하고 다닌다.
내가 특급전사를 낳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