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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ment designer Feb 24. 2021

자연주의 출산이 뭐죠?  연예인이 하는 출산인가요?

자연스럽게 만나다. 여름, 하늘, 바다.


자연주의 출산으로  낳았어요.라고 말하면 많은 사람들이 하는 말이 있다. "아~그거 연예인들이 하는 거!?" 지금은 많이 보편화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연주의 출산이라고 하면 연예인들이 많이 하는 출산? 물에서 낳는 거? 집에서 낳는 거? 이 정도의 질문을 받았었다. 연예인은 아니지만 자연주의 출산으로 세 아이를 낳았다. 세 번의 출산을 경험하며 내가 내린 자연주의 출산의 정의는 '산모 스스로 선택한 편안한 환경에서 평온을 유지하며 자연스럽게 아기를 맞이하는 것'이다. 조금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출산의 주체는 의료진이 아닌 산모와 아기, 배우자이다. 이들이 출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며 시간의 제약이나 의료진의 필요에 의해 출산의 과정이 좌우되지 않는다.

둘째, 출산의 3대 굴욕이라고 하는 관장, 제모,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다. 또한  수술대에 산모의 몸을 고정시켜 출산하지 않으며 응급 상황이 아니면 불필요한  의학적 약물을 처방하지 않는다.(항생제, 촉진제, 무통주사 등)

셋째, 세상에 처음 나온 아기를 위해 어두운 조명, 잔잔한 음악, 따뜻한 온도 등 엄마 뱃속과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아기를 편안하게 해 준다. 출산 후 태맥이 멈출 때까지 탯줄을 자르지 않은 채로  아이를 안아 캥거루 케어를 하고 태맥이 완전히 멈춘 후  탯줄을 자른다.


{ 자연스럽게 만나다. 여름, 하늘, 바다. }


여름.

첫 번째 출산을 기다리는 마음은 설렘이었다. 출산의 고통을 말로만 들었지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두려움보다는 뱃속의 아이를 만난다는 설렘이 더 컸다. 하지만 진통이 시작되자 설렘은 온데간데없이 생전 처음 느껴보는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극심한 고통이 휘몰아치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아, 이제는 못하겠구나. 포기해야겠다.' 선생님 저 이제 못하겠어요라고 말했다. 그때 선생님이 말했다 "아기가 뱃속에서 태변을 봤어요. 아기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엄마, 아기를 위해서 우리 조금만 더 힘내요." 태변을 보면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에 엄마의 본능이었는지 마지막 남아있던 힘을 쏟았다. '응애~~!!' 하며 나의 첫아기 '여름' 이 품에 안겼다. 첫 번째 자연주의 출산은,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한 마지막 순간 딱 한걸음 더 가서 만난 축복이었다.


하늘.

두 번째 출산을 기다리는 마음은 두려움, 그리고 용기였다. 출산을 한번 경험해본 나는 그 고통의 크기를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잘 해낼 수 있으리라는 묘한 자신감도 있었다. 특히나 이번에는 첫째 여름과 함께 할 출산이 더욱 기대되기도 했다. 2018년 12월 31일 양수가 터졌고 잠든 여름을 안고 병원으로 향했다. 진통의 고통은 첫아이 때와 같았지만 말도 못 하는 두 살배기 첫아이의 작은 손은 그 어떤 진통제보다 효과가 좋았다. 진통이 주기적으로 찾아올 때마다 아이는 내 옆에서 손을 꼭 잡아주었다. 눈 빛으로 '엄마 힘내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고통을 잊었다. 아이가 놀랄까 봐 소리도 내지 못하고 진통의 고통을 삼켰지만 왠지 평화로운 고통이었다. 그렇게 몇 번의 평화로운 폭풍을 더 겪어낸 후 '응애~~!!' 나의 두 번째 아기 '하늘'이 품에 안겼다. 두 번째 자연주의 출산은, 작고 여린 아이의 손에 의지한 용기였다.


바다.

세 번째 출산을 기다리는 마음은 즐거움이었다. 두 번의 아름다운 경험을 한 나는 이번에는 정말로 두려움 없이 출산을 만끽하고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사랑하는 나의 남편과 여름, 하늘 우리가 모두 다  함께  다섯 번째 가족을 만나는 기쁨의 날이 되기를 꿈꿨고  이 아름답고 존귀한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오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으로 출산 전문 사진작가님까지 예약을 해 놓고 그날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그날이 왔고 이번에는 잠든 여름과 하늘을 안아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출산을 즐길 만만의 준비가 되어 있었고 예상된 시나리오대로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과 촛불로 밝혀진 따뜻한 공간에서의 세 번째 출산이 시작됐다. 진통의 고통은 똑같았지만 나는 가족과 함께 웃고 얘기하고 서로를 안아주며 진통의 시간을 보냈다. 몸은 완전히 이완됐고 나는 뱃속의 아이가 산도를 통과해 머리를 돌리며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오는 모든 과정을 생생히 느끼며 아이를 만났다. 나의 세 번째 아기 '바다'가 품에 안겼다. 세 번째 자연주의 출산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긴 축제 같은 시간이었다.


{ 자연주의 출산이 좋은 세 가지 이유 }


첫째, 엄마의 유익

진통과 출산 시 옥시토신이라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어 엄마는 출산의 과정에서 큰 성취감과 모성애를 갖게 된다. 평온한 상태의 자연스러운 출산은 신체적으로도 큰 무리를 주지 않고 본래의 몸으로 빠르게 회복된다. 실제로 나는 아이를 출산하자마자 모든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을 만큼 회복이 빨랐고 산 후 우울증도 오지 않았다.

둘째, 아빠의 유익

남편도 출산의 관찰자가 아닌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된다. 그 과정에서 모성애와 같은 수준의 부성애를 가지게 되며 아빠로 다시 태어난다. 함께 했던 출산의 기억으로 아내에 대한 감사와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고 아이를 키우는 육아의 과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연년생 어린 두 아이를 키우며 셋째를 낳겠다고 마음먹고 계획하고 만나기까지 가장 큰 용기를 준 건 '도와주는 육아'가 아닌 '함께 하는 육아'를 실천하는 남편이었다.

셋째, 아이의 유익

아이는 삶의 처음을 자연스럽고 평화롭게 마주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가지게 되며 탄생의 순간 부모와 떨어지지 않고 오랫동안 서로 체온을 나누며 단단한 유대관계와 신뢰를 형성한다. 여름하늘바다와 나 사이에는 분명한 믿음이 있다. 그건 바로 출산의 순간에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고통의 순간을 함께 극복한 그때 생겨났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며  수많은 고비가 찾아오지만 그때마다 나는 우리가 함께했던 경이로운 경험을 떠올린다.


세 번의 출산을 하면서 나는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엄마가 되고 난 후 진짜 삶을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화롭고 건강한 출산을 경험하면서 나는 생명의 본질을 깨닫고 삶의 방향을 재정립하였으며 나에 대한 존경심과 스스로를 인정하는 마음을 다졌다.  누군가는 출산을 하고 엄마가 되는 순간 여자로서의 삶은 끝났다고 말하기도 한다. 감히 말하자면 그 말은 틀렸다. 한 아이가 태어나면 내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하나 더 펼쳐진다. 새로운 생명이 세상에 나와 마주하는 모든 첫 순간들을 함께 하며 나의 모든 날 들도 다시 첫날이 된다. 내가 지금 세 아이를 키우며 나를 잃어버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아이들을 만나는 그 첫 순간들마다  마주했던 '내 안의 나'이다.


이 세상의 많은 엄마들의 출산의 기억이 차갑고 아프고 두렵지 않았으면 한다. 처음 '엄마'가 되는 그 순간의 기억이 앞으로 아이와 함께 살아갈 엄마로서의 '삶의 질'을 좌우한다.


만약 우리가 두려움과 증오에서 벗어나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길 원한다면 우리는 생명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바로 그 순간이 우리의 근원적인 틀이 만들어지는 때입니다. 그 뿌리에서
두려움과 소외가 생겨나기도 하고 사랑과 신뢰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Suzanne Arms


2020.8.23일. 윤건. 지혜. 여름. 하늘. 그리고 바다 / 바다가 세상에 나온 날 / 그 잊지 못할 새벽의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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