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인가? 짧은 설렘을 느낄 새도 없이 다가오는 초여름.
그 계절이 저는 제일 좋습니다.
그래서 그 계절과 함께 온 그이가 나의 운명이라 여겼습니다.
생명의 푸릇함에 약간의 더위를 눈감아 줄 수 있듯이
그대가 주는 사랑에 따라오는 상처도 눈감을 수 있다 여겼습니다
어느새 한여름이 되었고
더 이상 더위를 참지 못하고 실내로 도망치 듯이
나 역시도 결국 그대에게서 도망쳤습니다
그가 운명이라고 느끼게 한 그 계절이 이제는 밉습니다.
그 계절만 아니었다면,
그 시기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를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홀로 불안과 눈물로 지내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가 아닌
그 계절이 밉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