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시작해야 할지 모를 때
2025년 돌고 돌아 다시 아무것도 없는 채 서울 한복판에 떨어졌다.
십몇년전, 처음 서울에서 울고 웃으며 직장생활을 하며,
어른들의 직장이란 이런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할 때 즈음
난 아직 젊다는 생각에,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 싶어 떠난 외국행.
외국에서의 생활은 기대보다 너무 행복했고 ,
나와 잘 맞는 라이프스타일에 매료되어
5년을 그곳에서 머물러버렸다.
거기서 보낸 시간은 후회는 하지 않는다.
오히려 한국에 돌아온 내가 후회될 정도랄까.
20대 중후반이 되어 , 앞으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까.
언제까지 체력만을 믿고 살 수는 없을 텐데..라는 생각에 한국에서 살아보기로 했다.
그래서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이제까지 해왔던 일과는 정반대의 일을 구했고,
나에게 아예 새로운 분야라서 매일 공부하는 나 자신에 뭔지 모를 대견함을 느끼고,
조금씩 조금씩 분야를 넓히고 인정받는 것에 대한 성취감,
연차에 비례대는 안정감에 이직은 생각하지도 않고 5년 반을 한 곳에서 근무했다.
그렇게 외국생활 5년 후 귀국, 그러고 나서 한 직장에서의 5년 반.
한국에서 만나는 지인들은 나도 모르게 회사사람들이었고,
나의 이야기에 대부분의 주제도 회사였다.
그래서 그런지 퇴직 후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5분에 한 번씩은 나를 찾는 목소리, 카톡, 전화에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지내왔던 것에 익숙해져,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 시간들이 너무 어색하고 ,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우리의 부모님들이 정년퇴직 후 우울감을 느낀다라는 기사들을 많이 봤었는데,
그게 나에게로 갑자기 온 것처럼, 무력함이 온몸을 휘감았다.
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그 말이 나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었다.
다음 스텝을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당장의 결과가 없는 무언가를 해본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그래서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
눈으로 보고 있지만 스쳐만 가는 그런 느낌이 계속되어서
그 무엇도 지속할 수 없었다. 그러고 나면 드는 불안감.
분명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나름 트여있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해 왔는데,
내가 이렇게 무력할 수가.
그래서 자꾸만 구직 사이트를 들여다보다가,
스스로를 달래 보다가 다시 사이트를 보는,
그런 일상들을 한 달 내내 했던 것 같다.
지나간 시간들이 아깝고,
그렇게 지나가고 있는 시간도 아깝고 ,
이렇게 내가 도태되어 버리는 건 아닌가
자꾸만 불안했지만 주변 여건들이 당장은 내가 일을 할 수도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한 달을 지나고 새해가 되었다.
새해 결심을 하고 새롭게 시작해 보겠다는
그런 클리셰 같은 멘트지만, 해보려고 한다.
여전히 서울과 제주를 왔다 갔다 하느라
예전처럼 주 50-60시간 내 에너지를 쏟아부을 일을 구할 수는 없지만
짧게나마 내가 움직일 이유를 주는 일들을 구하기 시작했고,
지금처럼 조금이나마 글을 써보려고 한다.
나의 글이 에세이가 될지, 회고록이 될지 아니면 끝나지 않을 미완성이 될지 모르겠다.
제목도 입력하지 못할 것 같은 목적이 없는 글이지만 , 차근차근해보려고 한다.
이 글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는 나도 어느 정도 나의 삶에 방향을 다시 찾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