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적 진부화 planned obsolescence
기성세대의 소비자들은 대부분 신제품을 선호할 것이다. 특히 기술적 집약체인 자동차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당연 신차를 선호할 것이다. 비교적 저렴한 경차일지라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스마트해져 왔다. 세련된 외관은 신제품만의 특권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의 자동차는 부의 상징과 같았다. 분명 그 본질은 편리한 이동수단이 있다 하더라도, 일반적인 사람들이 구매하기에는 너무 비쌌다. 때문에 경제 호황을 누렸던 19세기 중반 미국에서는 자동차가 하나의 '사치품'으로 여겨졌을 수 있다.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 자체로 부에 대한 과시의 수단이 된다.
이를 파악한 GM의 알프레도 슬론 회장은 'planned obsolescence'라는 경영전략을 고안해냈다. 직역하면, 계획적 진부화인 이 전략은 고의적으로 기존에 판매했던 상품을 진부하게 만드는것이다. 그 방식은 간단하게 새로운 외관과 장식물로 치장한 신차를 짧은 주기로 출시하는 것이다.
단지 자동차아 '사치품'으로 여겨진다면, 그러한 사람들에게 '신차'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를 수 있다. 신차를 구매함으로써 자신의 부를 더 과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한시적으로 슬론 회장의 고의적 진부화 전략은 크게 성공했고, 미국의 여러 자동차 기업들은 짧은 주기로 더 다양하고 더 과시적인 각종 자동차들을 출시해내기 시작했다. 이런 고의적 진부화 전략을 슬론회장의 이름을 따 'sloanism'이라고 한다.
앞선 글에서 다룬 'badge engineering'전략도 슬로니즘의 한 종류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그 수준에 따라 시장에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슬로니즘으로 인한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계발 수준은 타국에 비해 침체되었다고 평가받는다. 물론 맹목적인 정답은 아니겠지만, 오랜시간 같은 차체로 내실을 다져온 독일 자동차 산업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치품'으로써의 자동차는 과시적인 외관이 정답일 수 있다. 하지만 자동차의 단가는 점차 낮아져왔고, 결론적으로 대중화되었다. '오일 쇼크'로 인해 자동차는 효율성이 중시되기 시작했고, 지금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자동차의 친환경성이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결국 시장은 기술적인 내실을 다진 기업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planned obsolescence 전략은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이 '저렴한 소비재'라고 한다면 분명 오랜 시간동안 통할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기술적 집약체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소비자들도 점차 현명한 소비를 해왔다. 슬로니즘에 사로잡힌 경영 전략은 되도록 피하는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