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리다매 : small profit and quick return
제조업 경영의 핵심은 반드시 필요로하는 출하량을 충족시켜야하는 것이다. 판매량에 대한 부담감은 모든 기업들이 헤쳐나가야할 부분이지만, 특히 대중적 브랜드의 경우 그에 대한 부담이 더 심각하다. 자동화 생산라인이 쉼없이 운영되어야만이 운영 자금에 대한 선순환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장은 그 자체로 엄청난 유형의 자산을 맡는다고 볼 수 있지만, 원활한 수요가 지속되지 않는다면 인력과 관리비용에 대한 부담만 가해질 뿐이다. 이런 상황에 사용되는 비용은 기업 운영에 치명적인 '매몰 비용'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에 대한 이익은 고사하고 단지 적자만을 일으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장 유지에 대한 매몰비용만이 문제가 아니다. 자동차 설계가 시작된 시점부터 사용된 R&D와 디자인, 생산 설비에 사용된 투자금 전부가 손실되는 것이다. 그런 실패한 생산 설비를 계속 유지하며 가동률을 높히지 못하는 것 또한 기회비용을 소비하는 것과 같다.
당장 새로운 신차를 개발한다 하더라도 실패한 차량의 생산설비는 어떤 식으로든 계속 운영하는게 좋다. 저수익을 보장받더라도 공장을 가동하는게 실질적인 매몰비용보다는 이득일 수 있고, 그나마 운영자금의 선순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 근본적으로 출하량이 없다면 재고만 쌓여가는게 문제였다.
이때 취할 수 있는 전략이 'small profit and quick return'이다. 박리다매 전략으로써 차량의 출고가를 낮추어 판매량을 늘리는 것이다. 이 전략은 기업의 차원에서 출고가를 낮추거나 'promotion'정책을 실시할수가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 르노삼성의 SM5가 있었다. 애초에 진부한 설계와 디자인으로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자사의 SM6가 출시하며 그야말로 자리를 잃었다. 이때 르노삼성에서 취한 전략이 박리다매이다. 중형차인 Sm5의 출고가를 크게 낮추어서 가격대비 큰차를 선호하던 소비자들을 설득한 것이다. 르노삼성은 박리다매를 통해 SM5의 재고소진에 활력을 더했다.
또 한가지 박리다매를 취할수밖에 없는 상황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기술력이 부족할때 이다. 기술격차를 줄여나가는게 목적인 기업들은 항상 운영 자금이 부족하다. 결국 악순환이다.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안정 수익을 위한 '캐시 카우'가 필요한 것이다. 저렴한 가격을 통해 출하량을 늘린다면, 결과적으로는 큰 순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가장 저렴한 차를 만들어 판매하는것, 사실 그 자체로도 기술력이자 당연시되는 마케킹의 일종이기는 하다. 분명 원가절감은 engineering측면에서도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할 것이다. 하지만 박리다매가 경영전략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해당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설령 기아가 포르쉐와 동일한 성능의 차를 만든다 하더라도 동일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건 결코 아니다. 원인은 브랜드 가치때문이다. 기아차는 포르쉐보다 부단히 많은 자동차 판매댓수를 기록하지만,오히려 포르쉐의 영업 순이익보다 적은 금액을 남기는 경우가 있다.
박리다매는 그 자체로 자사의 브랜드 가치를 저렴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는 분명 고부가가치 시장 진입의 큰 걸임돌이 된다. 때문에 small profit and quick return 전략을 택함에 있어서는 무엇이 실질적인 이득일지 잘 조율해보아야한다. 판매량의 증대가 우선일지 브랜드 가치 훼손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는게 우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