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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공장 Mar 08. 2024

출판계 예산 삭감에 1인출판사 직격탄을 맞았다



2024년 우수콘텐츠 제작지원 사업 중단 


매년 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국내 저자와 출판사에게 책 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한다.


요즘처럼 책 판매가 어렵고, 제작비는 껑충 뛴 상황에서


이 사업은 작가와 출판사에게 좋은 책을 출간하는데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그런데 이 사업이 올해 전면 중단되었다.   



지난 1월 중소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으로 출간한 책 


<장애견 모리>의 정산 절차를 마치는 메일을 보내면서


올해 제작지원 사업 공고가 언제 올라오냐고 물으니


2024년에는 제작지원 사업이 추진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왔다. 



아, 이게 무슨...  


2024년 출판 관련 예산이 약 45억 삭감되었다더니 


출판 제작지원 사업이 사라졌다. 


제작지원 사업 말고도 출판 관련 여러 예산이 사라지거나 삭감됐다더니 코딱지 1인출판사가 이렇게 영향을 받는구나. 



출판진흥원이 관련 많은 사업을 하지만


1인출판사에게 규모가 큰 사업은 다른 나라 이야기다. 


작은 출판사는 큰 프로젝트를 진행할 인력이 없다.


그나마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 실효성이 있었는데 사라졌다.


작가들에게 지원비가 전해지기도 해서 첫 책 출간에 도전하는 작가에게도 큰 응원이 되었다.  








우수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이 다른 사업에 비해서 작은 출판사에게 더 도움이 됐던 이유가 있다. 


세종도서, 문학나눔 등 출간한 책을 정부가 구매해주는 사업은 출판사 규모와 상관없이 책이 선정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명 저자와 작업하고, 호흡이 긴 주제를 기획할 수 있는 대형 출판사가 유리하다.



반면 제작지원 사업은 출판사 규모와 상관없이 경쟁해서 제작지원을 하기도 하지만 중소출판사만을 대상으로 제작지원을 하는 사업을 따로 둬서 작은 출판사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헤비급 출판사와 라이트급 출판사를 같은 기준으로 경쟁시켜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이트급 선수들끼리만 경쟁시켜 좋은 콘텐츠를 지닌 중소출판사의  제작을 적극 지원했다. 



그런데 그 사업이 하루 아침에 통째로 사라졌다.


진흥원 담당자는 좋지 못한 소식을 전해서 송구하다고 했다.


담당자의 책임은 아니다. 



우리 출판사에서 곧 나올 만화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만화영상진흥원이 지원하는  출판 제작 사업에 지원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 또한 공고가 나지 않아서 담당자에게 연락하니 이 사업도 올해 없어졌단다.


출판진흥원만이 아니라 만화영상진흥원도 예산이 심각하게 삭감되었다더니 예상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 사업이 없어지면 유명 작가 말고는 만화를 종이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작가가 얼마나 될까.  


문화계 전체가 예산 문제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출판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



그간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제작 지원 사업 덕분에 낸 책이 꽤 된다.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동물복지 수의사의 동물따라 세계여행


동물을 위해 책을 읽습니다


동믈을 만나고 좋은 사람이 되었다


장애견 모리 등.







1~2년에 한번 정도 지원을 받았지만 큰 도움이 됐다.


출간 후 여러 곳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도 많이 되고, 중쇄도 계속 찍고 있는 책들이다. 


어차피 출간할 책들이지만 제작지원 덕분에 판매 실패의 부담을 덜 수 있었는데 안타깝다.


책 덕분에 인생이 바뀌었어요, 생각이 달라졌어요....이런 이야기 많이 듣는 책들이다. 



이 사업 덕분에 국내 저자들의 책을 욕심 부리면서 낼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앞으로는 출간 결정에 더 신중해질 것이다. 


제작지원 사업이 없어진 것만이 아니라 1~2년 전분터 매출이 자연스럽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이 50퍼센트에 가깝다는 통계를 매일 생생하게 느끼고 있는 중이다. 


우리 출판사만은 아닐테고 작은 규모의 출판사들은 다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잡지 기자 일을 하다가 2006년 


갑자기 동물 책만 출간하는 1인출판사의 문을 열었을 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며 


"출판은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야. 잘 생각해."라는 조언을 했는데 


그 조언을 18년 동안 내내 들어왔다. 


'출판은 불황이 아닌 때가 없었던 모양이네.' 생각하고 웃었는데 최근에는 좀 심한 모양새다.  



꼭 책을 읽어야 하는 건 아니다. 


여러 분야의 좋은 콘텐츠가 많다. 


타인을 이해하고, 사회를 고민하고, 삶을 이어가기 위해 


책과 영상, 만화 뿐만 아니라 많은 문화예술 창작물들이


서로 교류하고 상승효과를 가지려면 각자의 분야가 튼튼하게 뿌리내려야 하는데 다 흔들리고 있다.



가난한 1인출판사의 투정으로 보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세종도서와 문학나눔 사업이 우수도서 보다는 생계보조지원이라는 생각에 개선을 고민중이라고 말한 기사를 봤다. 



세종도서와 문학나눔 사업을 생계보조금으로 본다면 


중소출판사 출판 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은 영세 출판사 퍼주기인가. 


그리고 생계보조지원 왜 문제라는 거지?



어떤 분야든 다양성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생존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출판은 작은 출판사가 많이 포진되어 있고, 


각자 자기 출판사만의 성격과 고집을 갖고 하부를 지탱하며 


생태계에 숨을 불어 넣고 있다. 



생기 넘치고 건강한 생태계를 원한다면 작은 것들이 소중하다는 걸 알기 바란다.  안 그래도 책을 읽는 독자층이 얄팍한 나라인데 


출판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지우기 어려운 요즘이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예산삭감 #중소출판사 #제작진원 #1인출판 #세종도서 #문학나눔 #출판생태계 #살아남을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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