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하게 걷다가 멈칫 했다.
뭐지?
뒤로 몇 걸음을 옮겼다.
쓰레기통 옆에 뭔가 있었던 거 같은데..
비둘기였다.
아직 어려 보였고 깃털이 많이 오염돼서 처음엔 무슨 새인지도 몰랐다.
죽었나?
가까이 가도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냥 두면 죽을 것 같아서 야생동물구조센터로 전화.
담당자가 외근중이니 구청 공원녹지과로 연락하면 더 빨리 이동해 준다길래
구청에 전화하니 데리러 온단다.
비둘기 고개가 자꾸 떨어지고 위험해 보여서
아는 분께 연락하니 박스에 수건 깔아서 넣어주면 좋다는데
가게 간 사이에 어찌 될까봐 꼼짝을 못했다.
지나가는 사람 중에 관심 보이는 사람 있으면 잠시 맡기고
박스랑 수건이랑 물이랑 사오고 싶은데
아무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긴 나도 모르고 지나쳤으니까.ㅠㅜ
다행히 30분 정도 기다리니
구청에서 나와서
가게로 달려가 박스에 수건 깔아서 보냈다.
근데 야생동물구조센터가 아니라
우리 구는 한국조류보호협회로 간단다.
이건 또 뭐야...믿을만한 곳인지 여기저기 전화 막 돌림.
조류보호협회는 구조센터 유관 기관 리스트에도 없던데..
이럴 때는 의심병이 꿈틀꿈틀.
우리나라 행정부가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잘 알거든. .
다행히 조류보호협회와 어제오늘 통화했는데
비둘기는 많이 좋아졌단다.
그런데 워낙 상태가 안 좋았어서 방사는 다음 주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다행이다.
구조된 곳에 방사할 가능성이 높다니
비둘기씨, 다음에 만날 때는 훨훨 나는 모습을 보여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