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리더십4 : 전략적 오만.

by 강명신

여성리더십 책을 쓰려고 기획에 들어갔다. 다양한 경험을 가진 저자 5명이 모여서 쓰기로 합의를 하고 지금은 기획단계에 있다. 자료조사를 위해서 여러가지 책을 뒤적이고 있는데, 책장에서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책이 눈에 띄었다. "남자직원들이 당신을 미치게 할 때, 오만하게 제압하라"

유럽의 경영컨설턴트인, 그것도 남자인 페터 모들러가는 사람이 13년에 펴낸 책이니까, 좀 세월이 흐른 책이다. 그럼에도 다시 보면서 아직도 변하지 않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이 책의 주제는 남자들과 상대할 때, 전략적으로 오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주요 주장이며, 그 오만한 전략들을 섬세하게, 좀 도발적으로 기술하였다. 그 책을 읽고 나서인지, 아니면, 그 책이 현실을 잘 반영해서 그런 것인지, 지금 봐도 공감되는 내용들이 많다.

남자들의 영역 침범에 대응하는 전략, 갈등상황에서는 논리적인 대응보다는 비언어적인 제스쳐가 더 영향력이 있다는 것. 타인을 의식하는 남자들에게는 그것이 때로는 아킬레스 건이 되므로, 이런 것을 이용하는 방법. 비지니스 세계에서는 겸손 따위는 버리라는 조언, 타인의 평가에 연연해 하지 말고, 필요한 사람이 되려다 자기희생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 등이 퍽이나 현실적이다.

여전히 메인 스트림에서는 남성들이 주류다. 여성이 맍은 조직에서도 위로 가면 여전히 남성이 주류를 이루는 사회다. 이건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그래서 여성 후배들에게 "축구장에서는 축구룰을 따라야 하는데, 혹시 야구룰을 따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를 종종 해주었다. 물론, 그 남성들의 룰이 바람직하지 않은 것들도 있을터이니 그 룰을 꼭 따를 필요도 없고, 혁신적으로 변화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변화를 위해서는 현실 진단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므로, 이해가 필요하다. 어떤 때는 도체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룰들이 눈에 보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것을 분석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쓰다보면, 정확히 이해되기 보다는 오해가 되는 때도 있었다. 그래서 가끔은 "이해가 되지 않으면 그냥 외우자." 이렇게 하면서 현상으로 그냥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대응했다.

여성리더십을 언급할 때 꼭 나오는 것이 "가면증후군"이다. 자신이 거짓으로 꾸민 가면 뒤에 숨어서 사람들을 속이는 사기꾼 같다고 여기는 심리를 말하는데, 이런 현상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자주,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는 보고들이 있다. 여성은 남성보다 성공의 원인을 운이나 노력 때문이라고 여기는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 자신감 부족, 우울증, 자신이 정한 기준에 이르지 못할 거라는 좌절감 등을 겪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면증후군은 사회적인 제도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니, 지금 시대가 많이 달라졌으니까, 지금 젊은 여성세대들에게 이러한 가면증후군이 어느 정도 나타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여간, 이러한 가면증후군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전략적인 오만"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적극 공감한다. 늘 오만한 것이 아니라, 어떤 때는 오만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오만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면서 그 전략적 선택을 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선택이라는 것은 내가 오만이라는 전략 말고도 다양한 패를 가지고 있기에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카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산전수전공중전을 거치고 나서 정리의 의미로 다시 돌아보니, 여러가지 감회가 든다. 아마도 책을 쓰는 과정 내내 이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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