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나는 월급 루팡이 되고 싶지 않았다.
완전 월급 루팡 같은데, 이거 맞아요?
나는 출근과 퇴근을 위해 내 방 노트북에 앉아서, 출근 버튼 혹은 퇴근 버튼을 누르면 됐다. 모든 출근은 5분 컷. 아마 직장인들이 원하는 삶.
하지만 나는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약 2년 전, 신입으로 회사에 입사한 나는 '적응하느라 바쁜', '직장인다운' 일상을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 내가 입사하고 한 일은 10분짜리 영상을 보고 출퇴근 방법을 익히고, 연차 쓰는 방법을 익히고, 업무 보고서 쓰는 방법 (어떤 내용을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한 측면 말고, 그냥 어디에서 작성해야 하는지.)을 익히고 등등이었다. 또 회사에 대해서 알아보고 보고하는 일도 업무 중에 있었다. 대충 업무 시간이 세 시간이라고 쳤을 때, 늦어도 20분이면 끝나는 그런 일들.
당시 나는 출근, 퇴근이라고 대문짝만 하게 쓰여 있는 버튼을 누르면 출근이고 퇴근인 것을 모를 리 없는데 일주일 넘게 그것을 익혀야 하는 것에 있어서, 묘한 감정을 느꼈다. 심지어 '이러고 월급을 받아가도 돼?' 하는 불편한 감각에 어떻게든 업무를 더 해보려고 하기도 했다. 아마 대체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하지만 신입다운 흔한 열정.
물론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좋고 또 누군가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을 것이다. 다양한 장애 유형이 입사를 하게 될 테고, 경우에 따라 출퇴근 버튼이 있으니, 이곳을 눌러야 한다는 부분까지 하나, 하나 세심하게 알려줄 수 있다면 출퇴근과 연차 사용에 있어서 망설이지 않아도 되니까.
실제로 이 업체에서 사용하는 시스템 상으로는 퇴근 시간이 늦어지면 '퇴근하라'라고 알려줄 정도로 친절했고, 공휴일에 출근하는 일이 없도록 미리미리 안내를 해주는 등 자잘하고 세심한 부분에서 신경 쓰고 있었다. 당시에는 대체 이런 걸 왜 알려주지? 했던 나, 민망하게도 이직 후에는 별다른 공지가 올라오지 않으니 느슨해진 재택근무자는 출근하지 않아야 하는 날에도 출근을 하는 이상한 실수를 한 적도 있었다.
일주일 정도 출퇴근 방법과,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등 기초적인 방법을 배우고 나서는 별다른 인수인계 없이 곧바로 업무에 들어갔다. 솔직히 출퇴근 방법에 대한 교육을 해줄 거라면 인수인계도 해주면 좋겠다 싶지만,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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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실제로 업무에 투입되었을 때는 회사를 홍보하기 위해서 제공되는 키워드로 기사를 모니터링하고, 정리하는 업무를 진행했는데 사실 내가 느끼기에 여전히 난 월급 루팡을 하는 사람이었다.
이유로는 첫째로 키워드로 올라오는 기사가 하루에 많아야 두 개, 심지어 없는 경우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전혀 피드백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장애인 채용으로 입사를 했고, 단시간에 계약직에, 재택근무에. 회사 입장에서는 업무를 맡기기에 미더운 키워드만 수두룩한 사람일 수도 있었고 원래 입사 초기에는 자잘한 일만 하는 게 신입이라고 하지만, '오늘은 찾을 수 있는 것이 없어 업무를 진행할 수 없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뭔가 무기력해지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 같은 기분.
나는 '할 수 있는 일이 오늘 없었다'라는 말을 쓰지 않으려고 검색 사이트를 다양하게 이용하거나 키워드를 지속적으로 변경하여 서치 하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지만, 그런 만큼 조금이라도 더 해보려고 했다는 것이다. (솔직히 그래도 회사를 좀 경험해 본 지금이라면, 주어진 것에서 변형하는 행동은 하지 않았을 것 같고, 당장 오늘 올라오는 것이 없으면 여유롭게 쉬고 퇴근하고, 내일을 기약했을 것이다. 역시 열정의 신입이어서 가능한 일.)
문제는 내 나름대로 주어진 것에서의 격정적인 업무 레이스는 나 혼자만의 일이었다는 것이다.
혹시나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피드백을 주려나, 잘하는 부분이 있으면 긍정적 반응이 오려나. 그런 기대로 보고서 후미에 간단한 감사 인사와 함께 여러 기대를 해보았지만.
돌아오는 건 없었다.
그리고 영 답답했던, 어쩌면 나는, 아니, 솔직히는
좀 불안했다. 사수 없이, 인수인계 하나 없이 혼자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같이 일하는 동료는 있지만, 내가 하는 업무를 누군가와 분담하고 있지는 않은지, 서로 피드백할 동료가 있으면 좋겠다. 확인하고 피드백 주는 상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제가 잘하고 있는지, 문제 되는 부분은 없는지 알고 싶다'라고 했고, 며칠 뒤 문제가 없어서 피드백이 없었던 것이므로, 계속하시면 된다고 답이 돌아왔다.
어떤 불안감이 조금은 해소되었지만, 계속 미묘한 불편감이 남아 있었다. 나름대로 방향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대충' 일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 흘러가는 뉴스를 보고, 찾고, 그것에 나름대로의 기준점을 놓고 좋은 뉴스를 고르는 일은 나름 즐겁기도 했다.
흔히 말하는 '세상 읽기'를 업무로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나름대로 글을 다룬다는 의미가 즐거웠던 것 같기도 하다. 의외로 즐거운 지점 발견하는 데 성공.
아마도 그래서였을까. 되도록이면, 이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과 내 성장에 있어서 이게 맞나? 싶은 불안감으로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줄다리기를 했다.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 맞는 채용공고는 올라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을 하거나, 오전에 업무를 하고 영화를 보러 가는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계속 여러 채용 플랫폼과, 장애인 취업 카페와 취뽀 성공기 글을 돌려보면서 복잡한 마음과의 긴 동거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