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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을 지키는 맛

윤씨네 쌈밥

by 디디온

일산 마두 학원가 2층에 자리한 윤씨네쌈밥은 올해로 28년째 문을 열고 있는 식당이다. 삼겹살과 된장찌개가 생각나면 가끔 들러 저녁을 먹는데 늘 손님이 북적인다. 3년을 버티지 못하는 식당이 수두룩한 시절에 28년 동안 사람들이 찾아가는 식당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윤씨네쌈밥 메뉴는 쌈밥, 보리밥, 삼겹살 3가지인데, 내용을 살펴보면 사실상 메뉴는 한 가지. 밑반찬 서너 개와 깡장, 된장찌개, 삼겹살이 기본으로, 쌈밥을 시키면 삼겹살 100그램이 나오고, 삼겹살을 시키면 삼겹살이 200그램이 나온다는 점만 다르다. 그러니 윤씨네쌈밥 메뉴는 한 가지인 셈. 멋을 부리지 않는 반찬들은 기본에 충실하다. 그저 손맛 있는 주부가 가족과 함께 먹기 위해 준비한 것 같은 상차림이다.


산책 가는 길에 있는 모노마트가 떠오른다. ‘현지의 맛을 완성하는 사장님의 비법’이란 캐치프레이즈에 맞게 이곳은 다양한 소스를 비롯한 음식재료뿐만 아니라 덥히기만 하면 완성되는 냉동음식도 구비하고 있다. 동네 일식점 간판을 단 곳에서는 모노마트에서 구매한 냉동음식을 살짝 데워 내놓는 곳도 많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음식점 가고 싶은 마음이 달아난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제공하는 레디투잇(Ready-to-eat) 음식들이 판을 치는 상황에서 재료를 사서 다듬고 씻은 다음 요리하여 손님 앞에 내놓는 식당은 어쩌면 시대에 뒤처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식당 주인의 손길이 닿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의 차이를 손님들은 느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특별하다고 할 게 별로 없는 윤씨네 쌈밥은 '특별한' 식당이다.


이런 식당이 근처에 또 있다. 바로 건너편 아파트에 자리한 윤식당. 몇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된 ‘윤식당’이란 방송 프로그램도 있었지만 일산 백석동 윤식당은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해 문을 여는 식당이다. 글 쓰는 사진가 윤광준을 위해 아내 이명렬 여사가 40여 년 거의 매일 문을 여는 식당으로, 이곳에 가면 맛은 기본이고 예쁜 그릇에 담긴 특별한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예약할 수도 없는 식당이다.


윤씨네쌈밥에서 밥을 먹고 온 날에는 ‘밥’을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새삼 생각해본다. 매일 먹는 ‘밥’에 대해, '밥'을 어떻게 먹을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멋진 그릇에 맛있는 음식이 있어도 같이 먹을 수 있는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맛있는 음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만약 ‘당신’이 온다면 이 음식은 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샐러드3.jpg 윤식당의 아침 메뉴 ⓒ 이명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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