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두릅과 함께 봄이 집에 도착했다. 부드럽고 순결한 연두색 참두릅을 보면 지난겨울의 지독한 추위를 잊을 수 있다. 이제 봄과 나란히 걸을 준비만 하면 된다, 두릅은 나에게 그렇게 속삭인다.
데치기 전 먼저 두릅 밑동에 달린 작은 껍질을 떼어낸다. 두릅 밑동이 두툼하기에 끓는 소금물에 밑동 부분을 담가 먼저 살짝 익힌 다음 전체를 집어넣어 데쳐낸다. 두릅 잎사귀와 밑동 사이에는 군데군데 가시가 있는데, 이렇게 부드러운 가시도 가시라고 해야 하나 망설여진다. 두릅의 가시는 가시 모양을 하고 있지만 남의 손에 상처를 낼 만큼 날카롭지 않다. 그것은 그저 저에게도 약간의 화가 있습니다만, 하는 모양새로 슬쩍 웃고 있다. 두릅의 가시는 데쳐 놓으면 그냥 두릅의 일부가 될 뿐이다.
가시는 식물의 가지나 잎 줄기 등이 변해 생긴 것으로 생존을 위한 자기 방어책으로 진화한 것이다. 장미의 가시는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해충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을 꺾어가려는 음험한 손들에게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긴 것이다. 아름다운 꽃 주위에 가득한 날카로운 가시는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사막에 사는 선인장은 잎을 통해 수분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사막의 동물에게 먹이가 되지 않기 위해 잎을 줄여 온몸에 가시를 만들어낸다. 그토록 많은 가시가 생겼기에 선인장은 사막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 가시가 많다는 사실은 살아남기 위한 존재의 생존투쟁이 그만큼 치열했으며, 헤쳐나가야 하는 환경이 척박했다는 것을 말하여 준다.
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에게도 이러한 자기 방어라는 기제가 있다.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발생하는 자기 방어 기제는 인간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대처하는 방식이다. 심리학에서 대표적으로 이야기하는 자기 방어 기제에는 억압, 동일시, 투사, 부정, 합리화, 퇴행 등이 있다.
장미의 가시를 보며 두릅의 가시처럼 순한 것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장미의 생존 여건을 고려하지 않는 발상인지도 모른다. 장미의 가시도 두릅의 가시도 저마다 살아가기 위해 그렇게 생겨난 것이다. 그래도 화려하지만 독설 같은 장미 가시보다는 그대로 두릅의 일부가 되어 먹을 수 있는 두릅의 가시가 더 편하다.
올해는 된장과 들기름으로 무친 두릅을 막걸리를 반주삼아 먹었다. 두릅을 먹으면 봄이 온다. 혀의 감각으로 느끼는 봄의 기운은 다른 어떤 것보다 생생하게 봄이 온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