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자신감은 불확실한 삶을 사는 것, 〈스터츠〉
76세 정신과의사 스터츠와 그에게서 치료를 받은 배우 조나 힐의 이야기를 담은 〈스터츠 :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는 내밀한 치료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상담치료의 과정을 공개적인 공간으로 끌어냈다는 면에서 파격적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다큐멘터리의 첫 부분에서 힐은 자신이 왜 영화를 만드는 데 뛰어들었는지 말한다. 가장 큰 인생의 위기에서 그는 스터츠를 찾아왔고 상담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이 크게 나아졌기에 다른 이들의 삶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그리고 자신의 삶에 가장 큰 도움을 준 스터츠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 영화 제작을 결심했다.
〈스터츠 : 마음을 다스리는 마스터〉가 신선했던 것은 내담자의 위치에 있던 힐이 자신을 치료했던 스터츠의 상담자로 역할이 바뀌는 대목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대담한 발상을 할 수 있을까. 내담자에게 치료자인 상담자는 거의 절대적으로 마음을 의존하는 부모와 같은 존재이다. 상담치료에서는 내담자와 상담자가 상담실 이외에서 관계 맺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다.
영화는 그런 금기를 깨트리면서 새로운 것을 화면에 담고 있다. 자신의 내담자였던 힐에게 정신과의사 스터츠는 자신의 상처와 내면의 고통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환자의 고통을 치료하는 정신과의사에게도 아홉 살에 느닷없이 찾아온 동생의 죽음과 젊은 시절 발병한 파킨슨병은 인생의 커다란 숙제이자 트라우마이다.
인생의 불행은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오며 인생의 기본값은 ‘고통’이라는 것을 이 장면은 천천히 가르쳐준다. 고통을 통과하면서 인간은 자신의 외피에 둘렀던 거추장스러운 가식을 벗고 맨얼굴의 자신을 만날 수 있으며 조금 더 성장해갈 수 있다는 것을. 상처 없는 자가 치유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상처로 거덜 난 마음을 경험하고 더 성숙해진 자가 다른 이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을.
스터츠는 또한 어떠한 사람이 성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이렇게 말한다. 늘 최선의 선택을 하거나 제일 멋져 보이는 이가 아니라, 삶을 스스로 운용할 줄 아는 사람, 삶의 모험에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주어진 결과를 감당하는 사람.
〈스터츠〉를 보면서 나의 마음을 한번 살펴본다. 상처투성이 황무지가 넓지만 그래도 편안한 풀밭과 개울이 있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대로 괜찮다는 생각은 큰 해방감을 준다.